“수제맥주 마시면서 행복을 채우세요”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7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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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개항장문화지구 ‘서담재’, ‘행복충전소 프로젝트’ 강좌 인기
다양한 강의 들으며 이야기꽃… 매달 전시회도 열어 볼거리 가득

4일 인천 중구 송학로 복합문화갤러리 서담재에서 수제맥주를 만들어보는 ‘맥주 인문학’ 1기 강좌가 시작됐다. 1930년대에 지어진 근대건축물인 서담재에서는 다양한 전시회와 독서강독회, 공예강좌가 이어지고 있다. 김영국 채널A 스마트리포터 press82@donga.com
4일 인천 중구 송학로 복합문화갤러리 서담재에서 수제맥주를 만들어보는 ‘맥주 인문학’ 1기 강좌가 시작됐다. 1930년대에 지어진 근대건축물인 서담재에서는 다양한 전시회와 독서강독회, 공예강좌가 이어지고 있다. 김영국 채널A 스마트리포터 press82@donga.com
1930년대 일본 경성전기 인천지사장 사택이었던 인천 중구 개항장문화지구 내 ‘서담재(書談齋)’는 4년 전 그림을 감상하면서 책을 읽고 토론하는 문화복합갤러리로 단장된 적산가옥(敵産家屋)이다. 자유공원으로 이어지는 오르막길의 축대 위에 있어 돌계단과 철문을 지나야 집 안으로 들어설 수 있다. 앞마당 정원이 소박해 보이고, 다다미방 2개를 터서 꾸민 갤러리와 복도, 방 4개가 ㄴ자형으로 아기자기하게 배치돼 있다. 담벼락과 맞붙은 뒷마당은 아담한 중정(中庭) 같다.

단층주택인 이곳에서 요즘 ‘문화로 채우는 행복 충전소 프로젝트’가 진행되면서 화기애애한 옛 가족 풍경이 벌어지고 있다. 이달 4일 저녁 인천시 지원의 무료 시민강좌인 ‘맥주의 인문학―맥주의 역사부터 수제맥주 제조까지’ 프로그램이 시작됐다. 해외 대학과의 교류사업을 위해 유럽 출장을 자주 다니다 열혈 맥주 애호가로 변신한 전영우 전 인천대 교수가 강사로 나서 수제 맥주를 만들기 위한 기초 지식을 알려줬다. 맥주 역사, 양조 방법, 맥주 풍미와 색깔 감별법 등을 알기 쉽게 설명했다. 그는 10년간 독학으로 맥주를 연구했고, 그 결과물을 최근 ‘수제맥주 바이블―맥주의 역사부터 홈 브루잉까지’라는 책으로 펴냈다.

“독일 군주들이 맥주에 지대한 관심을 보이면서 법령으로 맥주 재료로 보리, 홉, 물 등 3가지만 사용하도록 규제했어요. 발효 온도에 따라 맛이 달라지는 점을 고려해 맥주 제조 계절까지 제한한 전통을 유지한 덕분에 사람들이 정통 맥주 하면 독일을 꼽는가 봐요.”

보리 싹을 볶는 ‘몰트’ 제조, 몰트 분쇄, 맥아즙 배합, 발효 숙성 등 맥주 맛을 결정짓는 여러 과정을 2시간 가까이 들려줬다. 8명의 수강생은 일상에서 자주 접하는 맥주를 발효 방법에 따라 상면발효에 의한 ‘에일’과 하면발효에 의한 ‘라거’ 등 두 종류로 나눈다는 강의 내용을 흥미롭게 들었다.

첫 강의가 끝난 뒤 앞마당에 모여 강사가 만든 수제맥주를 시음했다. 한 수강생은 “오늘 열강을 해준 강사님을 위해 한 턱 쏘겠다”며 안줏거리로 치킨 배달을 주문했다. 또 다른 수강생은 “마당에서 모처럼 이야기꽃을 피우니 시간 가는 줄 모를 정도였다”며 “내가 만들 수제맥주 맛이 어떨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이 강좌는 7∼10월 1, 2기 수강생을 모집해 매주 한 차례(목요일) 강의를 펼친다. 1기마다 총 4차례 강의를 들으면서 취향에 맞는 수제맥주를 각자 만들어 본다.

맥주 강좌에 앞서 열리는 ‘내 글 내 그림으로 만드는 나의 책―마이 오리지널 북’ 무료 프로그램도 인기다. 5월 14일∼11월 18일 매주 한 차례씩 총 20회 강의를 들으면서 수강생 자신의 글과 그림을 책으로 엮어보는 것이다. 40∼80대 수강생 11명이 일러스트레이트 작가로부터 펜 드로잉 기법을 배워 그림 에세이집을 출간한다. 수강생은 현재 9번째 강의를 들었고 연애담, 여행기, 꽃 이야기 등 각자 자전적 스토리를 바탕으로 10가지의 글과 그림을 채워 나가고 있다. 올 연말경 에세이집이 출간되면 그림 원본과 책 전시회를 마련하기로 했다.

서담재는 2015년 10월 개관 때부터 매달 한 차례꼴로 전시회를 마련하고 있다. 그간 최정숙 화가의 ‘백령도 두무진’, 신정순 도예가의 ‘꽃과 섬 이야기’, 중견작가 11명이 참여한 소품기획전 등 35차례의 전시회가 이어졌다. 이 외 ‘인문학으로 광고하다’를 지은 강창래 작가 주도의 ‘서담인문강독회’와 같은 독서모임과 규방공방 강좌가 별도로 진행되고 있다.

이애정 서담재 관장(56)은 “근대 건축물의 정취가 남아 있는 공간이어서 작가들의 전시 요청이 줄을 잇고 있고, 여러 동아리의 대관 요청도 많다”고 전했다.

박희제 기자 min07@donga.com
#서담재#수제맥주#맥주 인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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