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든지 말하세요… 청소년 고민 해결해줍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7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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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완산서 ‘징검다리’ 상담소 운영… 청소년들 고민 해결사 역할 톡톡
청소년 모이는 장소에 찾아가 상담… 고민 들어주고 문제해결에 앞장

전북 전주완산경찰서가 청소년들이 많이 모이는 곳을 찾아가 운영하는 ‘징검다리’ 상담소를 찾은 청소년들이 학교전담경찰관들에게 고민을 털어놓고 있다. 전주완산경찰서 제공
전북 전주완산경찰서가 청소년들이 많이 모이는 곳을 찾아가 운영하는 ‘징검다리’ 상담소를 찾은 청소년들이 학교전담경찰관들에게 고민을 털어놓고 있다. 전주완산경찰서 제공
열여덟 살 지은이(가명)는 지난해 학교를 그만뒀다. 신용불량자 엄마와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장애를 갖게 된 언니를 대신해 돈을 벌기 위해서다. 지은이는 미용학원을 다니며 주말에는 아르바이트를 해 가족의 생계를 챙겼다.

하지만 지은이네 가정형편은 10대 소녀가 감당하기에는 벅찼다. 시간이 갈수록 지은이는 지쳐갔다. 교복을 입은 또래 친구와 외식 나온 가족의 모습을 볼 때면 ‘왜 나만 이렇게 힘들지’라며 남몰래 눈물을 훔쳤다.

마음의 위로를 받기 위해 친구 소개로 올해 4월 전북 전주완산경찰서가 운영하는 ‘징검다리’ 상담소를 찾았다. 학교전담경찰관과 마주 앉은 지은이는 어려운 가정형편 등 평소 갖고 있던 고민을 털어놓았다.

고민을 나누며 마음의 짐을 잠시 내려놓은 지은이에게 경찰은 더 많은 도움을 주고 싶었다. 복지단체와 기업 문을 두드려 지은이가 살고 있는 집을 고쳐주고 생활에 필요한 물건도 지원했다. 중단한 학업을 이어갈 길도 열어줬다.

전주완산서(서장 박석일 경무관)가 운영 중인 징검다리 상담소가 말하지 못할 어려움을 겪는 청소년들의 고민 해결사 역할을 하고 있다. 2월 문을 연 징검다리 상담소는 ‘함께 고민을 건너보자’는 의미에서 붙인 이름이다.

고등학교 1학년인 은서(가명)의 팔에는 문신이 있다. 어린 시절부터 자신을 혼자서 돌보던 아빠가 세상을 떠나자 그리움을 달래기 위해 아빠 이름을 새겼다. 시시때때로 팔에 새겨진 아빠 이름을 보며 마음을 다잡았다.

하지만 문신의 의미를 알지 못하는 거리의 사람들은 ‘불량 청소년 아니냐’는 따가운 시선을 보냈다. 긴소매 옷을 입지 않고는 밖에 나가는 게 두려웠다. 문신을 지우고 싶었다. 할머니와 둘이 사는 은서에게 수백만 원에 달하는 병원비는 감당이 안 됐다. 은서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징검다리 상담소를 찾아 고민을 털어놓았다. 경찰은 은서의 자신감 회복을 위해 협약을 맺은 병원에서 문신을 지울 수 있도록 도와줬다.

징검다리 상담소는 매주 목요일 오후 6∼9시 청소년들이 많이 모이는 장소에 직접 찾아가는 형태로 운영된다. 학교전담경찰관과 변호사, 전문상담사가 상담소를 찾아온 청소년들과 대화를 나눈 뒤 각각의 상황에 맞는 해법을 제시한다.

2월 21일 첫 상담 이후 18차례의 거리 상담에서 청소년 262명과 고민을 나눴다. 학교를 그만둔 청소년 23명에게 검정고시를 치르거나 직업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해줬다.

가정불화를 견디지 못하고 집을 나온 29명은 가족의 품으로 돌려보냈다. 청소년 200여 명을 상담전문기관과 연계해 고민을 털어내고 자신감을 회복하도록 도왔다.

권미자 완산서 여성청소년과장은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과 달리 학교 밖 아이들은 도움받을 곳이 없어 상담소를 운영하게 됐다”며 “물질적 지원이 아닌 고민을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웃음을 찾는 아이들을 보면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박석일 완산서장은 “경찰서 자체적으로 운영하던 상담소를 교육기관과 자치단체 도움을 받아 점차 확대해 나가고 있다”며 “청소년들이 비행에 빠지지 않고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도움을 주기 위해 더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박영민 기자 minpress@donga.com
#전주완산경찰서#징검다리 상담소#청소년 상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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