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도 최저임금 시끌… “2700만명 임금 오르지만 130만명 실직”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7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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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까지 2배로 인상’ 이달 표결… 민주 “노동자들 빈곤에서 벗어날 것”
공화 “저소득층 일자리만 없앨 것”… 트럼프, 노동자표 의식 ‘10달러’ 고려
하원 통과돼도 상원서 제동 걸릴듯

2020년 대선을 앞둔 미국 정치권에서 10년째 묶여 있는 시간당 연방 최저임금 인상을 둘러싼 ‘미국판 소득주도성장’ 논란이 뜨거워지고 있다. 이달 하원에서 최저임금인상법안 표결이 예정된 가운데 “시간당 최저임금 15달러(약 1만7550원) 인상으로 2700만 명의 임금이 오르지만 130만 명이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는 보고서도 공개됐다.

○ 130만 명 실직 vs 2700만 명 임금 인상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미 의회예산국(CBO)은 8일 공개한 보고서에서 연방정부가 2025년까지 시간당 최저임금을 현행 7.25달러에서 15달러로 올리면 15달러 미만을 받는 1700만 명의 임금이 오르고, 15달러보다 약간 더 높은 임금을 받는 1000만 명의 임금도 함께 상승할 것으로 추산했다. CBO는 또 저소득층 130만 명이 빈곤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급격한 임금 상승은 인건비 부담으로 이어져 실업률을 높일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도 나왔다. CBO는 최저임금이 15달러로 오르면 130만 명이 일자리를 잃을 것으로 추산했다. 또 기업들이 높은 인건비를 소비자에게 전가해 재화와 서비스 가격이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초당적 기관인 CBO의 보고서는 이달 예정된 하원의 ‘최저임금인상법안(RWA)’ 표결을 앞두고 공개됐다. 지난해 총선에서 하원을 장악한 민주당은 2024년까지 시간당 최저임금을 15달러로 단계적으로 올리는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 법안을 발의한 민주당 의원들은 최저임금 인상이 노동자들을 빈곤에서 벗어나게 하고 경제 성장을 촉진시킬 수 있다고 주장한다. 경기 호조와 반세기 만의 최저실업률로 가파른 최저임금 인상을 요구할 여건도 마련됐다. 미 연방 최저임금은 2009년 7월 7.25달러로 오른 뒤 10년째 동결됐다. 일부 주와 도시들은 자체 인상에 나섰고, 현재 29개 주의 최저임금은 연방 기준보다 높다. 뉴욕과 캘리포니아 등 6개 주와 워싱턴은 이미 시간당 최저임금을 15달러로 인상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 ‘속도조절론’…2020년 미 대선 쟁점 될 듯


공화당 의원들은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이 저소득층 일자리를 없애고 경제 성장을 둔화시킬 수 있다고 맞서고 있다. 민주당 내에서도 적정 최저임금과 인상 속도에 대한 이견이 나온다. 뉴욕 등 대도시 의원들은 더 많이 올려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경제력이 떨어지는 남부와 중서부 지역구의 민주당 의원들은 최저임금을 지역별 생계비와 연계하거나 의회 산하 회계감사원(GAO)의 보고서를 토대로 정책을 조정하는 식의 ‘속도조절론’을 주장한다.

최저임금 15달러 인상 법안은 이달 민주당이 장악한 하원을 통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공화당이 장악한 상원 문턱을 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통과 여부에 관계없이 최저임금 인상은 내년까지 미 대선의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CNBC는 “민주당은 최저임금 인상을 2020년 대선에서 노동자 계층에 더 나은 정당으로 보이게 하는 방법으로 여긴다”고 전했다. 민주당 주요 대선 후보들도 ‘최저임금 15달러 인상’을 지지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노동자 표심’을 의식하고 있다. WSJ는 “트럼프 대통령은 시간당 10달러의 최저임금을 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며 “이는 임금 수준이 너무 높다고 했던 이전 발언을 뒤집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CBO는 최저임금을 10달러로 인상하면 고용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지만 150만 명의 임금이 오를 것으로 추산했다.

뉴욕=박용 특파원parky@donga.com
#미국최저임금#소득주도성장 논란#도널드 트럼프#민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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