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시장 거스르는 분양가 상한제, 로또청약과 공급부족 낳는다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7월 10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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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민간택지에 짓는 아파트에 대한 분양가 상한제 확대 적용 방침을 공식화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그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서 “주택법 시행령을 개정해 지정 요건을 바꾸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조만간 분양가 상한제를 확대 도입할 뜻을 분명히 했다.

분양가 상한제가 확대되면 민간택지 아파트도 지방자치단체의 분양가심사위원회에서 분양가가 적정한지 심사·승인을 받아야 한다. 공공택지 아파트처럼 땅값과 정부가 정한 기본형 건축비에 가산 비용을 추가하는 방식으로 분양가를 정하기 때문에 기존에 비해 분양가가 크게 낮아지게 된다.

정부의 이런 방침은 단기적으로는 주택 구매 수요자를 유인해 기존 주택 매매가격을 떨어뜨리는 등 효과를 볼 수 있다. 하지만 분양가 상한제가 근본적인 가격 안정 대책이 되기는 어렵다. ‘로또 아파트’로 불렸던 2006년 판교신도시 분양 사례에서 보듯 최초 분양가가 낮아도 아파트 가격은 교육과 교통 등 주거 환경이 반영된 인근 시세를 따라 오를 가능성이 크다. 분양가 상한제 확대 실시는 이런 점을 노린 투기 수요를 자극할 수 있다.

재건축 사업의 수익성 악화가 중·장기적 공급 부족을 초래해 부동산 시장을 불안정하게 만들 수 있다는 점도 문제다.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7년에도 분양가 상한제가 민간택지로 확대 실시됐는데 3년 만에 민간아파트 공급이 13만 채 이상 급감한 바 있다. 건설사가 수익성을 맞추려고 설계와 시공 비용을 줄여 주거의 질이 떨어질 우려도 크다.

더구나 정부는 이미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받은 상태인 서울 강남 재건축 단지들을 겨냥해 분양가 상한제 적용 시점을 입주자 모집 공고 시점으로 하려 하는데 이는 정책에 대한 신뢰 하락과 소급입법으로 재산권을 침해한다는 위헌 논란을 피하기 어렵다. 집값 안정은 필요하며 지나치게 높은 분양가는 일정 부분 통제가 필요한 게 사실이다. 하지만 분양가를 억지로 낮추는 정책은 시장을 왜곡하고 숱한 부작용만 양산할 가능성이 크다.
#민간택지 아파트#분양가 상한제#분양가심사위원회#부동산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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