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강 구도 종식시킨 ‘황소의 난’

  • 스포츠동아
  • 입력 2019년 7월 10일 05시 45분


2019 경륜 왕중왕전에서 우승을 차지한 황인혁이 결승선 통과 후 손을 흔들고 있다. 우직한 지구력과 허점을 찌르는 변칙적인 자리 잡기를 내세워 ‘벨로드롬 왕중왕’에 올랐다. 사진제공|국민체육진흥공단
2019 경륜 왕중왕전에서 우승을 차지한 황인혁이 결승선 통과 후 손을 흔들고 있다. 우직한 지구력과 허점을 찌르는 변칙적인 자리 잡기를 내세워 ‘벨로드롬 왕중왕’에 올랐다. 사진제공|국민체육진흥공단
■ 황인혁이 이끄는 충청권의 반란…벨로드롬 지각변동

황인혁, 변칙작전으로 왕중왕 등극
충청권 약진…수도권과 연합 해체
수도권-경상권-충청권 3파전 양상

올해 경륜 왕중왕전의 주인공은 3연패를 노리던 정하늘(21기, SS반)도, 전통의 강자 정종진(20기, SS반)도 아니었다. 수도권과 경남권의 경쟁에 관심이 쏠린 상태에서 변방으로 평가받던 충청권의 황인혁(21기, SS반)이었다. ‘벨로드롬의 황소’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로 우직한 지구력이 장점인 황인혁은 허점을 찌르는 변칙적인 자리 잡기와 완급조절, 빠른 타이밍에 치고 나설 수 있는 기습 선행 능력까지 겸비하며 ‘벨로드롬 왕중왕’으로 거듭났다.

● 수도권-경상권-충청권 혼전구도의 시작

데뷔 이후 대상경주서 우승한 경험이 전혀 없던 황인혁은 올해 4월 열린 스포츠조선배 대상경륜에서 처음 우승을 맛봤다. 당시 황인혁은 선행승부 시점을 빠르게 가져간 팀 선배 김주상(13기, S1반)을 최대한 활용해 힘을 비축했다. 반주 이후 젖히기로 힘차게 뻗어 나오며 후미를 마크하던 정하늘의 추입을 봉쇄하는데 성공, 우승을 차지했다.

중반까지 이어지는 김주상의 시속감도 좋았지만 짧은 순간 속도를 최대한 끌어올리면서 버틴 황인혁의 힘도 대단했다. 큰 경주에서 다소 빠른 승부 시점으로 인해 후미 선수들에게 우승을 내준 경우가 많았던 황인혁은 팀 선배를 활용한 짧은 승부로 우승의 짜릿함을 맛보았다. 이로 인해 큰 경주에서 운이 따르지 않는다는 징크스를 깨는 계기도 마련했다.

세종팀이 동서울팀·김해팀과 버금가는 강팀으로 커지면서 수도권과 충청권의 양립이 힘들어지기 시작한 현재, 황인혁의 우승은 의미가 크다. 과거에 특선급을 휩쓸다시피 했던 창원팀·김해팀에 맞서는 수도권과 충청권의 연합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황인혁의 기세도 수도권과의 안정적인 타협보다 과감한 우승 사냥에 초점이 맞춰진다.

● 뻔한 작전은 가라, 급소 노린 일격

이번 왕중왕전에서 황인혁과 충청권 선배인 김현경(11기, S1반)의 자리잡기는 누구나 예상할 수 있었지만 경남권 성낙송(21기, SS반)과 충청권 황인혁의 자리 잡기는 쉽게 예상할 수 없었다. 둘은 21기 동기이지만 황인혁이 수도권 선수들을 배제한 채 경상권 선수와 자리 잡기를 할 것이라고는 생각하기 어려웠다. 누구나 쉽게 파악하는 작전은 별 효과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던 황인혁은 경주 초반 변칙적인 자리잡기 운영으로 다른 선수들을 놀라게 했다.

이 작전은 대성공했다. 후미에서 조급함을 참지 못한 정종진이 타종 전 거의 2코너 부근부터 시속을 올렸다. 정종진의 초반 시속을 이기지 못한 신은섭(18기, SS반)이 마크를 놓쳤고 신은섭 후미의 정하늘까지 시속이 죽으면서 수도권 연대가 완전히 깨지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때 황인혁은 정종진의 후미를 추주하며 체력을 아꼈고, 막판 추입으로 우승에 성공했다.

배재국 ‘경륜뱅크’ 예상팀장은 “강팀으로 성장한 세종팀을 중심으로 충청권 선수들의 득세는 특선급 판도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며 “수도권과 충청권의 맞대결 양상은 이제 불가피하다. 앞으로 혼전 구도가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전했다.

정용운 기자 sadz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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