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겨냥한 왕치산 “2차대전 이후 국제질서 붕괴 직전”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7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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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안보 내세운 보호주의 반대… 中, 전략적 의지로 불확정성 대응”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최측근 왕치산(王岐山) 국가부주석(71·사진)이 8일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국제사회 질서가 붕괴 직전에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고 밝혔다. 중국 고위 인사가 이례적으로 ‘붕괴’란 직설적 표현을 써 가며 미국을 비판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왕 부주석은 이날 오전 베이징 칭화(淸華)대에서 열린 8회 세계평화포럼 개막식 연설에서 이렇게 말하며 “인류가 다시 갈림길에 섰다”고 주장했다. 그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국제 질서는 전체적으로 평화 안정을 유지했다”면서도 “세계는 여전히 수십 년간 진영이 갈라져 있고 진영 그룹이 대립하는 국면”이라고 지적했다. 냉전이 끝났음에도 여전히 진영 대결이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은 미국을 중심으로 한 한미 한일 등 군사동맹이 중국을 견제하고 있는 상황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그는 이어 “역사는 장기적으로 봐야 더 멀리 내다볼 수 있다”며 “전쟁과 평화, 생존과 발전이 인류 역사를 계속 관통해 왔다. 세계는 수천 년 동안 전체적으로 갈라져 있었고 여러 민족과 국가가 정복과 항쟁, 번영과 쇠락을 되풀이했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왕 부주석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국제 질서의 붕괴”를 거론한 것이 ‘미국의 쇠락’을 겨냥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왕 부주석은 또 “강대국 간 관계가 크게 조정되고 경제적 세계화가 계속되는 가운데 보호주의 및 대중영합주의(포퓰리즘)가 범람하고 있다. 글로벌 다극화(多極化)가 가속화하면서 지정학적 긴장 및 지역 내 동요도 격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앞으로 (세계가 가는) 길에 곡절이 있을 것”이라며 “도전에 직면한 세계에 가장 큰 공포는 ‘공포 그 자체’다. 평화 발전의 신념을 굳게 지키고 절대 흔들림 없이 경제적 세계화를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가 안보를 내세운 보호주의를 반대한다”며 또다시 미국을 비판했다. 왕 부주석은 “다른 정치 체제와 문화 역사 등 사이의 장벽을 없애고 질투와 적대시를 멀리해야 하며, 이해를 증진하고 상호 신뢰를 높여 인류 사이에 극단적인 사조가 일어나고 만연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국 중심적인 발언도 이어갔다. 그는 “중국의 발전은 세계와 떼어 놓을 수 없고 세계의 발전은 중국과 떼어 놓을 수 없다”고 언급했다. 이어 “중국은 자국의 일을 잘 해내면서 전략적 의지와 자신감으로 외부 환경의 불확정성에 대응할 것”이라며 “국제 정세가 어떻게 변하든, 중국이 어떻게 발전하든 영원히 패권과 확장, 세력권을 추구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
#중국 시진핑#왕치산 부주석#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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