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미세먼지 많이 내뿜나… 공장 굴뚝에 빛 쏴 감시한다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7월 9일 03시 00분


코멘트

원격 장비로 오염물질 실시간 측정
사업장서 내뿜는 물질, 자외선으로 측정해 실시간 오염 농도 확인
기존 방식보다 빠르고 드론보다 활용도 높아 오염 배출 단속 효과적
이르면 내년부터 적용

지난달 24일 경기 안산시 반월산업단지에서 국립환경과학원 연구진이 적외선 분광분석기와 광학 가스화상 카메라로 대기 중
 휘발성 유기화합물 등 농도를 측정하면서 발생원을 추적하고 있다.(왼쪽 사진) 스웨덴 플럭스센스사 연구진이 모바일 랩(SOF) 
성능을 설명하고 있다. 안산=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지난달 24일 경기 안산시 반월산업단지에서 국립환경과학원 연구진이 적외선 분광분석기와 광학 가스화상 카메라로 대기 중 휘발성 유기화합물 등 농도를 측정하면서 발생원을 추적하고 있다.(왼쪽 사진) 스웨덴 플럭스센스사 연구진이 모바일 랩(SOF) 성능을 설명하고 있다. 안산=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이산화질소(NO2) 수치가 올라갔어요!”

지난달 24일 경기 안산하수처리장. 스웨덴 연구진이 원통형 기기 위에 이산화질소가 든 샬레를 올려놨다. 그러자 m²당 대기 중 가스 농도를 표시하는 모니터의 이산화질소 수치가 0에서 400mg으로 치솟았다. 자외선 투과율을 체크해 질소산화물과 황산화물 등의 농도를 측정하는 자외선 차등흡광분석기(UV-DOAS)를 테스트한 순간이었다.

이날 국립환경과학원 연구진은 경기 안산시 반월산업단지를 돌아다니며 자외선 차등흡광분석기와 적외선 분광분석기(FTIR), 광학가스화상(OGI) 카메라 등의 현장 적용성을 평가했다. 분광학 측정 기술로 세계적 권위를 인정받는 스웨덴 플럭스센스사 연구진이 개발한 모바일 랩(SOF) 실험도 함께 진행했다.

이들 기기는 모두 분광학 기법을 활용해 사업장과 발전소 등에서 나오는 대기오염물질을 원격으로 측정한다. 자외선이나 적외선을 공장 방향이나 수직으로 쏘아 이 빛을 각각 흡수하는 오염물질의 농도를 실시간으로 측정할 수 있다. 박정민 국립환경과학원 대기공학연구과장은 “사업장에서 나오는 대기오염물질을 실시간으로 측정할 수 있는 차세대 측정 장비들”이라며 “이것들을 활용하면 기존 측정 방식의 한계를 넘는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 직접 굴뚝 올라갈 필요 없어

사업장에서 나오는 미세먼지 등을 측정하는 기존 방식은 인력과 시간이 많이 들어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계속 있었다. 우선 담당자들이 2인 1조로 사업장에 들어가 무게가 약 20kg에 달하는 시료 채취 및 측정기기를 지고 굴뚝마다 올라가야 한다. 그런 다음 측정 장비를 굴뚝에 설치해 2∼3시간 시료를 채취한 뒤 실험실로 가져간다. 시료 분석에만 1∼2주가 소요된다.

전국의 대기오염물질 배출 사업장은 지난해 기준 5만6584곳. 굴뚝 수는 이것보다 더 많다. 그러나 이를 점검할 인력은 턱없이 부족하다. 신창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환경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전국 지방자치단체에서 대기오염물질 배출 사업장을 관리하는 인원은 387명에 불과하다. 1인당 사업장 149곳을 관리하는 셈이다. 해당 인력이 이 모든 시설을 지도, 점검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반면 원격 측정기기를 활용하면 각 사업장에 들어가지 않고도 배출되는 대기오염물질을 실시간 체크할 수 있다. 불시 점검도 언제든 가능하다. 직선으로 뻗는 빛의 성격을 활용한 측정 기법이어서 각 공장 주변을 돌아다니기만 해도 대기오염물질 발생원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 빛으로 대기오염물질 지도를 그리는 셈이다.

실제 이날 이들 장비를 차량에 싣고 시속 20km로 반월산업단지를 돌아다닐 때 공장 옆을 지나면 특정 물질 수치가 상승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화학공장 옆을 지날 때는 메탄올, 약품공장 옆에서는 톨루엔 수치가 높아지는 식이었다. 박 과장은 “실을 수 있는 무게의 한계 때문에 측정 물질에 제한이 있는 드론보다 훨씬 다양한 물질을 측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 미세먼지 배출 1위 사업장 감시 해결사

대기오염물질 배출 사업장에 대한 감시를 활성화해야 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미세먼지 저감의 성패가 사업장 배출을 얼마나 줄이는지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2014년 기준으로 전국의 전체 미세먼지 배출량 중 공장을 비롯한 산업 분야에서 배출하는 양의 비율은 38%로 가장 많다. 사업장과 마찬가지로 굴뚝을 통해 오염물질을 배출하는 발전 분야는 15.2%다. 두 분야 배출량을 합치면 비율은 53.8%에 이른다. 정부가 2022년까지 미세먼지 배출량을 35.8% 줄이겠다고 계획을 세웠는데 두 사업 분야의 감축 비중이 각각 19.3%, 3.6%에 달한다.

정부도 사업장 배출 관리에 신경을 쓰고 있다. 김법정 국가기후환경회의 사무처장은 올 5월 기자간담회에서 “산업 현장에서 배출되는 미세먼지를 줄이는 건 얼마나 효과적으로 단속할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해부터 드론을 활용해 배출 단속을 벌인 결과 단속 대상 사업장뿐 아니라 인근 산업단지 전체의 미세먼지 농도가 떨어지는 ‘나비효과’가 있었다.

국무총리 산하 미세먼지특별대책위원회는 지난달 28일 발표한 ‘대기오염물질 배출사업장 관리 대책’에는 ‘사업장에 출입하지 않아도 원격 감시가 가능한 장비를 활용한 불시 점검을 확대해 사업장의 법규 준수성을 높인다’는 대목이 들어 있다. 환경부는 추가경정예산안에 각종 분광학적 측정기기 도입을 위한 예산 246억 원을 편성했다. 환경과학원은 올해 말까지 일부 장비의 측정기준을 설정해 이르면 내년부터 현장에서 쓸 수 있게 할 방침이다.

다만 분광학적 방식의 원격 감시 장비들이 현장에 적용되려면 이를 다룰 담당자의 전문성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손장호 동의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분광학적 측정기는 대기 중 오염물질을 빠르고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어 유럽 등에서도 대기 모니터링에 많이 사용한다”면서 “다만 장비를 제대로 다루고 데이터를 잘 분석해 활용하려면 이들 기기에 대한 전문가도 늘어나야 한다”고 조언했다.

안산=강은지 기자 kej09@donga.com
#미세먼지#자외선 측정#원격 측정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