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유연한 접근 나선 美… “실무협상 속도낼 카드는 北체제보장”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7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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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소식통 “실무협상 재개 앞두고… 北에 줄 非경제 상응조치 집중검토
연락사무소-종전선언 수준 넘을 듯”… 北 호응 미지수… 과속 논란 일수도

미국이 이르면 7월 중순에 재개될 북-미 비핵화 실무협상에서 북한의 체제 보장과 관련된 조치들을 상응 조치로 협상 테이블에 올릴 것으로 알려졌다. 종전선언은 물론이고 평화협정 체결과 북-미 수교까지 예상보다 빠르게 추진될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그 파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6일(현지 시간) 워싱턴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이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이후 대외적으로 필요성을 언급해 온 체제 보장 문제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 체제 보장은 대북제재를 유지하면서도 ‘유연한 접근’으로 북측에 줄 수 있는 비(非)경제적 상응 조치라는 것. 외교 소식통은 “미국은 대북제재를 완화할 생각이 없고, 그런 이야기를 꺼낼 분위기도 아니다”며 “지금은 제재가 아닌 북-미 관계 개선과 안보 쪽으로 논의의 초점이 옮겨가고 있다”고 전했다.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검토하는 안보 관련 상응 조치는 종전선언이나 평양-워싱턴 간 연락사무소 설치를 넘어서는 수준으로 알려졌다. 북-미 연락사무소 설치는 이미 하노이 회담 준비 과정에서 합의 수준까지 갔던 내용이다. 따라서 북한의 비핵화 조치를 끌어내려면 그보다는 한 단계 더 나아간 조치가 필요하다는 게 트럼프 행정부의 판단이라고 한다.

비건 대표는 지난달 워싱턴 싱크탱크 애틀랜틱카운슬에서 진행한 공개 연설에서 북-미 양측의 ‘유연한 접근’ 필요성을 밝히면서 곧바로 체제 보장 문제를 언급했다. 그는 “우리는 의미 있고 검증 가능한 비핵화 단계들을 추구한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 북한 관점에선 안전 보장 및 전반적인 관계 개선에 대한 더 넓은 논의의 맥락에서 진행돼야 가능할 것이라는 점도 이해한다”고 말했다.

북한은 미국이 제재를 완화할 생각이 없음을 확인한 후 체제 보장 요구 쪽으로 방향을 선회하는 듯한 행보를 보여 왔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4월 시정연설에서 “제재 해제에 더 이상 집착하지 않을 것”이라며 비핵화 협상의 의제를 바꿀 수 있음을 시사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후 진행된 북-러 정상회담 기자회견에서 “북한은 자국 안보와 주권 유지를 위한 보장이 필요하다”고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미국으로서는 지난해 11월 남북 군사합의로 군사적 긴장이 완화된 만큼 적대관계 종식을 위한 종전선언 추진의 부담을 덜어낸 상황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최근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 간의 판문점 ‘깜짝 회동’ 이후 “사실상의 적대관계 종식과 새로운 평화시대의 본격적인 시작을 선언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라며 분위기를 띄웠다.

여전히 대북제재 완화를 원하는 북한이 얼마나 호응할지가 관건이다. 북-미 양측이 영변 핵시설 폐기 및 그 상응 조치로 종전선언, 평화협정 논의 등에 합의하면 속도가 붙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유엔사 해체, 주한미군 철수 등 북한이 요구할 후속 조치들을 둘러싸고 국내에서 논란이 재연될 가능성이 높다. 한미 연합 군사훈련의 영구 중단 등 한미동맹을 흔들 우려도 있어 “판도라의 상자가 열리는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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