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서도 와르르… 철거허가제 도입돼도 5층이하는 무방비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7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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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생 통학로에 가림막 덮쳤지만… 주말 오전이라 인명피해는 없어
내년 5월부터 지자체 허가뒤 철거… 소형건물 제외돼 안전사각 여전

6일 오전 경기 부천시 괴안동의 한 연립주택 철거공사 현장에서 건물 외벽과 함께 공사건물 가림막이 무너져 인근 도로에 주차된 차량을 덮친 모습. 독자 제공
6일 오전 경기 부천시 괴안동의 한 연립주택 철거공사 현장에서 건물 외벽과 함께 공사건물 가림막이 무너져 인근 도로에 주차된 차량을 덮친 모습. 독자 제공
6일 오전 9시. 경기 부천시의 자택에서 아침식사 준비를 하던 주부 A 씨(44)는 ‘쿵’ 하는 소리를 듣자마자 집 밖으로 뛰쳐나갔다. 콘크리트 더미와 공사 건물 가림막이 집 앞 도로에 쏟아져 있었다. 철거 공사를 하던 맞은편에서 건물 외벽과 공사 건물 가림막이 무너져 내렸기 때문이다.

이곳은 평소 인근 초등학교 학생들이 지나는 통학로다. 다행히 주말이어서 사고 현장을 지나던 아이들은 없었다. 공사 현장 반경 600m 안에는 초등학교 2곳과 중학교 2곳, 연립주택, 아파트 단지가 있다. 학생과 주민들이 피해를 볼 수도 있었다.

경찰과 부천시에 따르면 이날 사고가 난 철거 공사 현장에 대해선 한 번도 안전 심사가 이뤄지지 않았다. 건축주는 건물 도면과 공사 방법이 담긴 철거신고서만 주민센터에 제출했다. 철거 업체는 공사를 진행하면서 잭서포트(지지대)를 설치하지 않았다. 잭서포트는 철거 공사 때 하중이 한쪽으로 쏠려 건물이 무너지는 것을 막기 위해 각 층 사이에 세우는 버팀목이다. 공사 현장엔 안전 책임자도 없었다. 사고가 난 건물은 올해로 지어진 지 32년째다.

지금은 건축주가 지방자치단체에 신고만 하면 철거 공사를 할 수 있다. 서울시만 2017년 2월부터 지상 5층 높이이거나 지하 2층 깊이인 건물 철거 때 사전 심의를 받도록 했다. 내년부터는 전국적으로 자치단체의 안전 심사를 거쳐 허가를 받아야만 건물을 철거할 수 있도록 법이 바뀐다. 하지만 ‘철거 허가제’가 내년 5월부터 시행되더라도 지하층 포함 5층 이하 건물은 여전히 안전 심사를 받지 않아도 된다. 6일 사고가 난 부천의 철거 건물처럼 3층 높이 건물을 철거할 때는 여전히 신고서 한 통만 자치단체에 내면 되는 것이다. 5층 이하 건물에는 현장 ‘감리’를 둘 의무도 없다.

5층 이하 건물이라고 해서 사고 위험이 적은 건 아니라는 게 철거 업체 관계자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한 철거 업체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안전 조치가 미흡한 5층 이하 건물에서 사고가 날 위험이 더 크다”며 “안전하게 철거하려면 층마다 ‘잭서포트’를 설치해야 하지만 실제로는 건물 높이가 낮다는 이유로 굴삭기를 이용해 한 번에 철거하는 무리수를 둘 때가 많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서울 강서구에서는 4층 건물 철거 도중 인부 한 명이 건물 벽에서 떨어진 콘크리트에 깔려 숨졌고 같은 해 6월 서울 동작구에서는 철거 중이던 4층 건물이 무너져 행인이 다치는 사고가 있었다. 본보가 6, 7일 이틀 동안 서울시내의 5층 이하 건물 철거 공사 현장 7곳을 둘러본 결과 공사 잔해물이 인도 쪽으로 튀지 않도록 가림막을 설치해 놓은 곳은 단 한 곳뿐이었다.

이수곤 전 서울시립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5층이 넘는 건물에 대해서만 안전 심의를 하고 허가제로 운영하겠다는 건 행정편의주의적인 발상”이라며 “도심에 있거나 인도에서 가까운 건물이라면 층수에 관계없이 안전 심사를 받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고도예 yea@donga.com·이소연 기자
#경기 부천시#철거 공사 현장 사고#안전 심사#잭서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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