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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세에 요리 배워 아내 대신…” 20대부터 80대까지 ‘모두의 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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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세에 요리 배워 아내 대신…” 20대부터 80대까지 ‘모두의 학교’

김하경기자 입력 2019-07-07 17:11수정 2019-07-07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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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평생교육진흥원 제공

4일 오후 서울 금천구 ‘모두의 학교’. 세 개 벽면이 거울로 돼있고 바닥은 마루로 돼있는 ‘마루교실’에 11명의 시민이 둘러앉았다. 20대 여성부터 80대 남성까지 성별과 연령이 제각각인 이들이 한 자리에 모인 건 ‘웰 리빙(well living, well leaving)’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위해서다.

진행자는 “한 주 동안 새롭게 알게 된 것들에 대해 경험을 나눠주실 수 있는 분 계신가요?”라고 물으며 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참가자들은 진행자의 안내에 따라 요가매트 위에 누워 자신의 자세와 움직임에 대해 집중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모두의 학교’는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평생학습센터다. 학생수 감소로 통폐합되면서 다른 곳으로 이사한 한울중학교 옛 터에 자리 잡았다. 2017년 11월 시범운영을 거쳐 지난해 3월 정식 운영을 시작했다. 계절에 따라 1년을 총 네 개 학기로 나눠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연령에 관계없이 모든 시민이 프로그램이나 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 실제로 이날 찾은 모두의 학교에서는 아기가 탄 유모차를 끌고 나온 시민과 초등학생들까지 볼 수 있었다.

올해 여름학기에 진행되는 프로그램 중 웰 리빙 프로그램은 참가자 홍성래 씨(82)가 지난해 11월 학교측에 제출한 ‘버킷리스트 카드’의 내용을 토대로 개설됐다. 학교는 1층에 늘 ‘버킷리스트 존’을 열어두고 리스트를 받고 있다. 시민이 학습을 주도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는 한편 이들에게 필요한 프로그램을 제공한다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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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씨는 모두의 학교의 고정 팬이다. 학교에서 진행되는 프로그램을 통해 삶의 질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전자제품을 만드는 회사에서 20년 넘게 일한 뒤 20여 년 전 퇴직한 그는 은퇴 2년 뒤부터 무력감을 느꼈다.

홍 씨는 목수 일을 배워 건설현장에서 일하면서 무료함을 해소하려 했다. 하지만 ‘위험하다’는 자식들의 만류에 부딪혔다. 소일거리로 파지를 주우려 했지만 자식들은 ‘처지가 어려운 사람들은 어떻게 먹고 사냐’며 반대했다. 결국 그는 집 옥상에 텃밭을 가꾸거나 등산을 하며 여가시간을 보냈다.

치매예방을 위해 가게 된 치매안심센터 등에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났지만 무료함이 시원하게 해결되진 않았다. 그는 “사람들 속에 뛰어들어서 같이 살고 싶었다”고 말했다.

홍 씨는 지난해 여름학기 ‘꽃할배 놀이터’라는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모두의학교 수강생이 됐다. 65세 이상 남성 노인을 대상으로 진행된 이 프로그램은 글쓰기와 노래 만들기뿐 아니라 요리하는 방법도 알려줬다. 그동안 식사 준비는 늘 아내의 역할이었지만 이를 계기로 홍 씨는 밥이나 반찬 등을 가끔씩 직접 만든다. 가족 여행이나 명절 때도 마찬가지다. 덕분에 손자·손녀와 대화하는 시간도 늘어났다.

홍 씨는 “어디 가서 나이 들었다는 이유로 대우받으려하기 보다 ‘같이’ 하려는 자세가 중요하다”며 “이번 웰리빙 프로그램을 통해 젊은 사람들도 만나게 됐는데, 상대방의 생각을 존중하는 법을 다시 한번 일깨우게 되는 소중한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홍 씨와 같은 프로그램을 수강하는 권대영(24·여) 씨도 이번이 두 번째 참여다. 하지만 80대 수강생과 함께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권 씨는 “첫날 어르신들이 계셔 살짝 당황스러웠는데 내가 모르는 것들을 많이 아신다는 점이 좋다”라고 말했다.

모두의 학교는 시민들을 대상으로 평생학습 프로그램을 운영할 뿐만 아니라 모임 활동 지원 및 컨설팅, 공간 대여 등도 하고 있다. 수강료 및 이용료는 모두 무료다.

서울시평생교육진흥원 관계자는 “시민의 수요에 맞는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운영해 서울 전역으로 좋은 프로그램을 확산시키는 게 학교의 목표다”며 “서울시민이 아니더라도 생활권이 서울인 분들에게도 열려있다”라고 말했다.


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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