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이너가 ’갑‘, 엔지니어가 ’을‘이었던 애플의 유행어…“Don‘t disappoint the gods”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7월 7일 15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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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미경 국제부 전문기자·전 워싱턴 특파원 mickey@donga.com
정미경 국제부 전문기자·전 워싱턴 특파원 mickey@donga.com
-잡스 없는 아이브는 레넌 없는 매카트니(Ive without Jobs was like McCartney without Lennon)

-애플은 현금중시 회사(Apple is a ‘count the cash’ company)

애플의 최고디자인책임자(CDO) 조니 아이브가 그만둔다고 합니다. 아이브는 아이폰, 아이팟, 애플워치 등을 디자인한 애플 성공 신화의 일등공신이지요.

미국 언론에서는 ‘아이브는 게으름뱅이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천재를 대접할 줄 모른다’ ‘애플 몰락의 서막이다’ 등 수많은 주장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아이브의 퇴진과 함께 더 이상 혁명적인 디자인의 애플 제품은 나오기 힘들게 됐다는 것이죠.

△“Don‘t disappoint the gods.”/아이브에 대해 얘기하려면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 얘기를 안 할 수 없습니다. 잡스가 리더였던 시절 애플은 먼저 디자인을 고안한 뒤 그 디자인을 최대한 살릴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던 것으로 유명합니다. 디자이너가 ’갑‘, 엔지니어가 ’을‘인 구조였죠. 당시 엔지니어들은 아이브가 인솔했던 디자인팀을 ’신과 같은 존재들‘이라고 불렀다고 합니다. “신들을 실망시키지 말라.” 엔지니어들 사이에 유행어였다고 합니다.

△Ive without Jobs was like McCartney without Lennon. Or Lennon without McCartney./잡스와 아이브는 ’쿵짝‘이 잘 맞았습니다. 잡스가 비전을 제시하면, 아이브는 실물로 형상화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이런 비유가 나옵니다. ’잡스가 없는 아이브는 (비틀즈의) 레넌 없는 매카트니, 또는 매카트니 없는 레넌과 마찬가지다.‘ 한 명일 때는 별다른 위력을 발휘하지 못하지만 두 명이 되면 폭발적인 시너지를 발산하는 명콤비가 되는 거죠. ’Without(없는)‘과 ’like(같은)‘가 함께 등장하는 문구입니다. ’Life without love is like a tree without blossoms or fruit(사랑이 없는 삶이란 꽃이나 열매를 맺지 않는 나무와 같다).‘ 철학자 칼릴 지브란의 명언입니다.

△“Apple is running as a ’count the cash‘ company. Say goodbye to innovation.”/잡스가 죽고 쿡이 이어받으면서 애플은 변했습니다. 장기적인 연구개발 투자보다는 현금회전을 우선시하는 경영이 자리 잡게 됩니다. 유명 실리콘밸리 컨설턴트의 말입니다. “이제 애플은 현금을 세는(현금을 중시하는) 회사가 됐다. 혁신이여 안녕.” 그만큼 아이브가 설 자리는 크게 줄었다는 얘기죠.

정미경 국제부 전문기자·전 워싱턴 특파원 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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