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율 0%’ 잘못 적힌 고지서…대법 “원래 세금 내라”

  • 뉴시스
  • 입력 2019년 7월 7일 09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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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내용 비춰 오기 알 수 있다면 처분 정당"

납세고지서에 실수로 세율이 0%로 기재됐더라도, 오기인 게 명백하면 원래 세율대로 세금을 납부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최근 A사가 서초세무서장을 상대로 낸 법인세 부과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고 7일 밝혔다.

A사는 2008년 한 외국법인을 인수하려다 무산됐고, 규정대로 이미 낸 계약금을 위약금 취지로 돌려받지 못했다.

세무당국은 A사가 지불한 계약금 총 590억원이 ‘해약으로 인해 국내에서 지급하는 위약금’에 해당한다며 법인세 경정·고지 처분을 내렸다. 이후 귀속연도와 원천징수세율을 잘못 적용해 수차례 경정처분 내린 끝에 법인세 총 147억5000만원을 징수처분 냈다.

A사는 “계약금을 지급했다가 반환받지 못했을 뿐, 위약금을 지급한 사실이 없다”며 법인세 납부 의무가 없다고 주장했다. 또 고지서에 세율이 0%로 기재되는 등 하자가 있어 처분 자체가 무효라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A사 주장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국세징수법상 납세고지서에 과세표준과 세액 산출근거 등이 제대로 기재됐지 않았다면 징수처분은 위법하다”면서 “하지만 납세자가 고지서 내용에 비춰 세율이 오기된 점을 알 수 있고, 정당한 세율 산출근거를 쉽게 알 수 있다면 위법한 징수처분이라고 볼 수 없다”고 전제했다.

이어 “경정처분 세율이 0%로 기재돼있긴 하지만, 안내말씀란에 ‘당초 처분은 20% 세율을 적용했지만 이는 과소적용한 것’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며 “A사로선 세율이 명백한 오기임을 알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납세고지서에 세율이 잘못 기재됐다 하더라도, 그런 사정만으로 처분 불복 여부 결정·신청에 지장을 받았다고 할 수 없다”면서 “원심은 납세고지서에 하자가 있다는 이유로 징수처분이 위법하다고 판단한 위법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법인세 원천징수 대상에 국내에서 지급한 계약금이 위약금·배상금으로 몰취된 경우 등도 포함된다고 봐야 한다”며 사건을 다시 심리하도록 했다.

앞서 원심은 세율 기재를 누락한 하자가 있어 징수처분은 위법하며, 특약에 따라 계약금이 위약금 등으로 대체되는 경우 법인세 원천징수 의무를 부담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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