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 치니 억!하고’ 기업·방송의 잇단 패러디물 논란

  • 동아닷컴
  • 입력 2019년 7월 6일 11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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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상을 탁! 치니까 억! 하고 죽었다” 1987년 6월 민주항쟁 도화선에 불을 붙인 문구다.

당시 서울대학교 재학생 박종철 군이 연행된 후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고문받다가 사망하자 경찰은 이같은 거짓 해명을 내놨고, 해당 발언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6월 민주항쟁으로 이어졌다.

최근 이 문구를 패러디한 기업과 방송사의 게시물이 잇따라 나오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2일 한 온라인 패션몰은 여름용 양말을 홍보하면서 ‘책상을 탁 쳤더니 억하고 말라서’라는 문구를 사용했다. 제품이 빨리 마른다는 점을 부각하기 위한 문구였다.

이 홍보물을 본 누리꾼들은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을 희화화했다"며 불매 운동을 선언하기도 했다.

논란이 커지자 업체는 3일 해당 광고를 삭제하고 "근현대사적 불행한 사건 관련 역사의식이 결여된 부적절한 표현이었다"고 사과했다. 이 기업은 "해당 콘텐츠를 제작한 담당자 등 전 직원을 대상으로 근현대사, 민주화운동 관련 역사 교육을 하고 박종철기념사업회에 소정의 후원금을 전달하겠다"고 밝혔다

이보다 하루 앞선 1일에는 한 방송사도 영상콘텐츠를 소셜미디어(SNS)에 공개하며 "턱! 치니 옭!하고 손잡다. 경호원들의 비정상 만남"이라는 코멘트를 달았다. 이번 판문점 회동에서 남·북 경호원의 인사 장면을 소개하는 영상이다. 해당 게시물에는 비난 댓글이 쇄도했다.

제작진은 "그런 역사적인 현실로부터 표현을 차용하려는 의도가 전혀 없었다"면서도 "분명 오해를 살 수 있는 표현이라고 내부적으로 판단해 영상을 올린 지 약 한 시간 뒤에 수정 조처를 했다"고 설명했다.

비슷한 일은 지난달에도 있었다. 지난달 2일 공중파 방송의 한 인기 예능프로그램은 ‘탁 찍으니 엌! 사레들림’이라는 자막을 내보냈다가 비판이 쏟아지자 "불편하셨을 분들이 있다면 앞으로 더 주의해 제작하도록 노력하겠다"고 사과했다.

이처럼 같은 패러디로 최근 연이어 논란이 발생한 것에 대해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논란이 될 만한 소지는 맞는것 같다. 그런 발언을 한 경찰을 비난하는 패러디로 보이기 보다는 비극의 역사를 웃음의 소재로 사용하는 것 처럼 보여 부적절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박태근 동아닷컴 기자 pt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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