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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없을지도’를 따라 걸어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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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없을지도’를 따라 걸어가보니…

강은지 기자 입력 2019-07-06 03:00수정 2019-07-06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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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모임 ‘알맹’은 서울 마포구 망원시장 인근의 카페에 세탁세제를 소분해 판매하는 공간을 마련했다. 용기를 가져와 무게를 달아 가져가면 불필요한 포장재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서다. 1일 오후 ‘알맹’의 고금숙 활동가가 세제를 소분하는 시범을 보이고 있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이것 봐봐. 장바구니 빌려준대.” 2일 오후 친구와 함께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를 찾은 대학생 이형원 씨(21)는 벽에 걸린 에코백들을 보고 휴대전화로 사진을 찍었다. 에코백에는 인근 망원시장에서 장을 볼 때 빌릴 수 있다는 안내문과 함께 ‘No Plastic Market(플라스틱 없는 시장)’이라고 쓰여 있었다. 이 에코백들은 망원시장을 중심으로 비닐봉투 사용 줄이기 운동을 하는 시민모임 ‘알맹’ 회원들이 기부받은 것이다.

알맹은 3일 ‘세계 1회용 비닐봉투 없는 날(Plastic Bag Free Day)’을 맞아 비닐봉투 없이 장을 보는 시민들이게 호박 옥수수 참외 등을 나눠 주는 이벤트를 벌였다. 회원들은 각자 직장에 반차(半次)를 내고 참석했다. 고금숙 활동가는 “조금만 신경 쓰면 사용하지 않아도 되는 비닐봉투 같은 일회용품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을 알리고 상인들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발적으로 플라스틱 줄이기에 나서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환경부에 따르면 2015년 기준으로 한국인 1명이 연간 비닐봉투 410장을 사용한다. 전체 사용량은 연간 211억 장에 이른다. 포장 폐기물은 하루에 발생하는 전체 폐기물 5만3772t(2016년 기준)의 3분의 1이나 된다. 최근에는 필리핀에서 반송돼 사회적 이슈가 된 불법 플라스틱 폐기물 수출과 전국 곳곳에 쌓인 불법 폐기물 문제가 불거졌다. 플라스틱 쓰레기에 대한 문제 의식과 잇단 현안으로 떠오르는 폐기물 문제가 시민을 행동하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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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피스는 서울에서 일회용 플라스틱 없이 식료품을 살 수 있는 가게를 모은 지도인 ‘플라스틱없을지도’를 만들어 소셜미디어에서 공유할 수 있게 했다. 시민 32명이 각자 거주하는 동네에서 포장재 없이 물건을 구입할 수 있는 가게를 추려 올렸다. 그린피스 관계자는 “생활 속에서 플라스틱과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려 노력하던 시민들이 최근에는 기업이나 정부에 직접 플라스틱(포장재)을 줄여 달라며 적극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네이버 카페 ‘제로 웨이스트 홈’ 같은 인터넷카페에는 ‘○○쇼핑몰에 상품을 택배로 보낼 때 비닐 충전재를 줄여 달라는 의견을 보냈다’ ‘테이크아웃 할 때 다회용기를 사용하면 할인해주는 등 일회용품 줄이기를 독려해 달라고 △△업체에 건의했더니 검토하겠다는 답변을 받았다’ 같은 글이 수시로 올라온다. 4일 오후 현재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기업의 불필요한 과대 포장을 제재해 달라’ ‘일회용 플라스틱컵 사용을 중단하자’ 등 일회용 폐기물을 줄이자는 취지의 글이 약 900건 올라 있다.

플라스틱 및 일회용품 줄이기 팁을 소개하는 잡지도 있다. 평범한 회사원이던 배민지 씨(30)는 지난해 잡지 ‘쓸(SSSL)’을 창간했다. 제로 웨이스트(폐기물 0) 문화를 편하고 쉽게 접할 수 있게 하자는 취지였다. 일회용품을 사용하지 않는 가게와 기업 소개, 텀블러 세척법, 손수건 사용법처럼 일상에서 실천 가능한 방법 등을 싣는다. 지난해 2월 창간호는 300부를 찍었지만 올 5월 펴낸 4호는 1000부를 찍을 만큼 호응이 높아지고 있다. 배 씨는 “지방에서도 ‘일회용품 없는 가게를 만들고 싶다’고 문의할 정도로 반응이 긍정적”이라며 “시민의식이 바뀌면 결국 판매 시스템도 바뀌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기업으로서는 ‘플라스틱과 포장재를 줄여 달라’는 요구가 결코 가볍게 느껴지지 않는다. 이마트 의왕점은 최근 자사 의류 브랜드인 ‘데이즈’ 매장의 플라스틱 옷걸이를 모두 종이 재질로 바꿨다. 데이즈에서 연간 쓰이는 플라스틱 옷걸이는 1000만 개 정도다. 묶음포장을 줄이고 자체 생산 페트병 색을 무색으로 바꿔 재활용률을 높였다. 이마트 측은 “소비자와 만나는 최전선인 마트에서 ‘필(必)환경 트렌드’에 맞춰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려 한다”고 밝혔다. 친환경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는 시대의식에 동참한다는 얘기다.

해외 기업에 포장재 감량은 이미 중요한 흐름이 됐다. 그린피스에 따르면 맥도널드와 네슬레는 2025년까지 100% 재활용, 재사용 가능한 포장재만 쓰기로 했다. 코카콜라도 2030년까지 연간 1100억 개를 생산하는 페트병의 재활용 재질 함량을 7%에서 50%까지 올리기로 했다.

강은지 기자 kej09@donga.com
#망원시장#플라스틱 없는 시장#알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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