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째 단식 최대집 의사협회장 “응급진료보다 2인실이 더 중요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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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7월 5일 17시 3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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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식 4일째인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은 5일 서울 용산구 이촌동 옛 의사협회 회관 농성장에서 <뉴스1>과 만나 필수의료 중심의 문재인케어 도입을 요구했다./뉴스1 © News1
단식 4일째인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은 5일 서울 용산구 이촌동 옛 의사협회 회관 농성장에서 <뉴스1>과 만나 필수의료 중심의 문재인케어 도입을 요구했다./뉴스1 © News1
“대형병원 2인실에 건강보험을 적용하는 우리나라가 정작 응급실에는 의료인력이 턱없이 부족하고 환자들도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쾌적함이냐, 목숨이냐를 묻는다면 당연히 후자가 중요합니다. 문재인케어는 방향을 바꿔야 합니다”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의료개혁쟁취투쟁위원회 위원장 겸직)은 5일 서울 이촌동 옛 대한의사협회 회관에서 <뉴스1>과 만나 정부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정책(문재인케어)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문제인케어는 오는 2022년까지 30조6000억원을 투입해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은 3800여개 비급여진료를 급여진료로 바꾸는 현 정부의 건강보험 보장성 정책이다.

최대집 회장은 지난 2일 청와대 앞 분수광장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필수의료 중심의 문재인케어 운영, 의료전달체계 개편 등 6개 대정부 요구사항을 발표한 뒤 단식에 들어갔다. 4일째 단식 중인 최 회장은 한낮 기온이 35도까지 오르는 무더운 날씨 탓에 급격히 체력이 떨어져 누워서 인터뷰를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

최 회장은 “2인실도 모자라 척추질환 자기공명영상(MRI) 촬영에 건강보험을 적용하겠다는 정부 계획에 한숨만 나온다”며 “의료 전문가들의 의견을 무시하고 선거에서 표를 많이 받을 수 있는 방향으로 문재인케어를 운영하면 득보다 실이 크다”고 주장했다.

그는 “수십조원이 드는 문재인케어는 국민들 목숨과 건강권을 보장해야 하고, 필수의료 위주로 단계적인 적용이 시급하다”며 “국내에 완벽한 응급의료 시스템을 구축하고 비싼 약값에 힘들어하는 희귀난치성질환 환자들부터 보살피는 게 우선순위가 아니냐”고 반문했다.

최 회장은 근위축성 측삭경화증(ALS·통칭 루게릭병) 환자들이 매달 150만원~200만원의 약값을 부담하며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는 등 필수의료 분야에서 여전히 사각지대가 많다고 분석했다. 또 응급실에 상주하는 당직의사는 여전히 부족하고, 턱없이 낮은 의료수가(의료서비스 대가) 탓에 수술을 포기하는 의사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우려했다.

최 회장은 “몸이 아파도 외래 물리치료는 하루에 한 부위만 받아야 하고, 의학적 필요가 있어
도 매일 치료할 수 없는 게 대한민국 의료시스템의 한계”라며 “무작정 문재인케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정말 필요한 곳에 재원을 써달라는 게 의사들의 외침”이라고 말했다.

그는 “의사들이 환자들을 진료할 때 가장 좋은 약이 무엇인지 생각해야 하는데, 매번 진료비 삭감부터 걱정하는 현실이 정상이냐”며 “환자들은 최고의 진료를 받을 권리가 있다. 정부가 이를 막아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 회장은 정부에 의료전달체계 개편도 요구했다. 의료전달체계는 환자가 의료기관을 방문할 때 중증도에 따라 1차 동네의원, 2차 병원, 3차 대형병원으로 단계를 밟아가는 의료 시스템이다. 단계가 높은 병원에 가면 진료비가 훨씬 비싸져 감기 등 경증질환 환자들이 대학병원으로 쏠리는 현상을 억제하는 제도다.

하지만 문재인케어 도입 후 의료전달체계가 훼손돼 대형병원에만 환자가 몰리는 현상이 심해졌다는 게 최 회장의 설명이다. 동네의원이 줄어들면 환자들의 의료접근성이 떨어지고, 진료의 질도 하락한다는 것이다.

최 회장은 “비급여를 급여로 바꾸는 것보다 환자들이 진료 후 부담하는 본인부담률을 낮추는 게 건강보험 보장률을 높이는데 더 효과적”이라며 “치료비와 약값 부담으로 가정이 해체되는 일을 막는 게 문재인케어의 핵심이 돼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최 회장은 이 같은 의료계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오는 9월~10월 회원 여론조사를 거쳐 총파업을 강행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는 “정부가 전문가 단체를 대화 상대로 보지 않는 것은 매우 불행한 일”이라며 “무엇이 진정 국민 건강을 위하는 길인지 생각해달라”고 요구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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