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분열 드러낸 ‘트럼프식’ 독립기념일…WP “비판자는 열 받게 만든 행사”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7월 5일 15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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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워싱턴 DC 내셔널 몰 링컨기념관 앞에서 제243주년 독립기념일을 맞아 연설하고 있다. 워싱턴=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워싱턴 DC 내셔널 몰 링컨기념관 앞에서 제243주년 독립기념일을 맞아 연설하고 있다. 워싱턴=AP/뉴시스
4일(현지 시간) 243주년을 맞은 미국 독립기념일이 ‘분열’로 얼룩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주도한 기념 행사가 과다한 예산 사용 등으로 ‘재선용 정치 쇼’ 논란에 휩싸인데다 폭염과 비 등 궂은 날씨까지 겹쳤다. 야당 민주당은 “오늘은 대통령의 생일이 아니라 미국의 생일”이라고 일갈했다. 공화당 소속임에도 대통령 탄핵을 거론했던 저스틴 어마시 하원의원(미시건)은 “나의 독립을 선언한다”며 탈당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워싱턴 링컨기념관 앞에서 진행한 47분 간의 연설에서 “미국은 어느 때보다 위대하고 강하다”며 미래를 위한 통합을 역설했다. 미 대통령이 독립기념일에 대규모 대중 연설을 한 것은 1951년 해리 트루먼 대통령 이후 68년 만이다. 그는 “미국인에게 불가능한 것은 없다. 조만간 화성에 미 국기를 꽂겠다”고도 외쳤다.

그는 연설의 상당 부분을 미군 활약상을 소개하는 데 할애했다. 조지프 던퍼드 합참의장을 비롯한 국방부 주요 인사를 언급하며 이들을 추켜올렸다. 군악대는 물론 탱크와 스텔스기 전투기, 전략폭격기 등을 동원한 이번 행사에 군이 기여한 점을 강조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대통령 연설 직후 워싱턴 상공에는 F-22 랩터와 B-2 스텔스 폭격기, F-18 슈퍼호넷, 아파치 헬기 등이 순차적으로 저공 비행을 했다.


이날 행사에는 성조기로 장식된 옷과 ‘MAGA(미국을 위대하게)’ 모자 등을 쓴 대통령 지지자들이 “유에스에이(USA)”를 연호했다. 동시에 반(反)트럼프 시위를 상징하는 대형 ‘베이비 트럼프’ 풍선 인형도 등장했다. 반대파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비아냥거리는 내용의 팻말을 들고 시위를 했다. 백악관 인근 공원에서는 성조기를 불태우는 시위도 벌이졌다. 워싱턴포스트(WP)는 “지지자는 열광시키고 비판자는 열 받게 만든 행사였다”고 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행사가 끝난 뒤 트위터에 여러 장의 행사 사진 및 동영상을 올렸다. “엄청난 애국자들의 대규모 군중이 오늘 밤 모였다”고도 주장했다. 그러나 이날 인파는 예상보다 훨씬 적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부 언론은 2017년 1일 같은 장소에서 열린 그의 대통령 취임식 당시 모습을 보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당시 전임 버락 오바마 대통령 때보다 눈에 띄게 줄어든 관중들의 모습을 주요 언론이 지적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가짜 뉴스의 왜곡’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30도를 웃도는 무더위에 비까지 계속 내리자 일부 참가자들은 일찌감치 자리를 떴다. 현장에 있던 한 시민은 기자에게 “전년 행사에 비해 오히려 분위기가 가라앉았다. 축제 분위기를 느끼기 어렵다”고 했다.

민주당 대선주자들은 일제히 포문을 열었다. “미국의 이상을 기념하는 게 아니라 트럼프의 자아를 어루만지는 행사로 설계됐다”(조 바이든 전 부통령) “독립기념일은 대통령이 아닌 미국의 생일임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카멀라 해리스 캘리포니아주 상원의원) 등의 비판이 잇따랐다.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버몬트)는 트위터에 “이런 행사는 독재자들이나 하는 짓이다. 대통령은 군용 탱크 등으로 자신을 빛내려 하고 공화당 기부자들은 납세자들이 낸 돈으로 VIP 좌석을 얻었다”고 꼬집었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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