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하던 靑, 아베가 직접 공격 나서자 적극 대응으로 선회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7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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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경제보복 파문]
日 수출규제 첫날 NSC 소집… ‘더 이상 당할 수만 없다’ 공감대
文대통령, 정면대응 방침 승인한듯… 김상조 “아베 발언, WTO체제 위배”
靑 당초 ‘정치적 보복’ 브리핑… 26분뒤 ‘보복적 성격’으로 정정
전면전 확산에 부담 느낀듯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6월28일 오전 인텍스 오사카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공식환영식에서 의장국인 일본 아베 신조 총리와 악수하고 있다. (청와대 페이스북) 2019.6.28/뉴스1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6월28일 오전 인텍스 오사카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공식환영식에서 의장국인 일본 아베 신조 총리와 악수하고 있다. (청와대 페이스북) 2019.6.28/뉴스1
“국제법을 명백히 위반한 정치적 보복 성격으로 규정했다.”

청와대는 4일 오후 열린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회의 결과에 대해 이 같은 서면 브리핑을 냈다. 하지만 26분 뒤 ‘정치적 보복’이라는 표현을 빼고 그 대신 “보복적 성격의 수출 규제”라며 다시 한번 서면 브리핑을 발표했다. 최근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에 대한 청와대의 기류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전면전으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정치적 보복’이라는 표현은 고쳤지만 청와대 내에서 더 이상 ‘로키’를 유지할 수 없다는 목소리가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한 관계자는 “외교적 노력은 계속하겠지만 더 이상 당할 수 없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 아베 총리 겨냥한 청와대

일본의 보복 조치에 대해 차분한 기조를 유지했던 청와대는 4일을 기점으로 본격적인 방향 전환에 나섰다. 김상조 대통령정책실장이 3일 “우리 나름대로 일본 수출 규제를 예상하고 중요도순으로 리스트 업을 해놨다”고 밝힌 데 이어 이날은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도 가세했다. 이날 NSC 회의는 정 실장이 주재했다.

청와대는 이날 NSC 논의 내용에 대해 “수출 규제 조치는 세계무역기구(WTO)의 규범 등 국제법을 명백히 위반한 것으로 일본이 이러한 조치를 철회하도록 하기 위한 외교적 대응 방안을 적극 강구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윤도한 대통령국민소통수석비서관은 NSC가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를 ‘보복적 성격’이라고 규정한 이유에 대해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언론 인터뷰에서 (그렇게) 밝혔기 때문에 그렇게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수출 규제 조치를 주도하고 있는 아베 총리를 정면으로 겨냥한 것이다.

김 실장은 이날 방송 인터뷰에서 “아베 총리는 직접 과거의 한일 청구권 협정이나 위안부 문제에 관해 한국이 약속을 어겨 이 조치를 취했다고 했다”며 “이는 바세나르협약이나 WTO 체제에 위배되는 얘기”라고 말했다.

청와대의 이런 대응은 일본 정부가 추가 보복 조치까지 고려하고 있다는 뜻을 밝힌 상황에서 더는 지켜볼 수만은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전례 없는 극단의 조치들에 대해 일본 언론들도 문제 삼는 상황인 만큼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특히 NSC가 대응에 나선 것은 문재인 대통령이 적극적인 대응을 승인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다만 청와대는 문 대통령의 직접 발언에 대해서는 고민하고 있다. 만약 문 대통령까지 가세할 경우 타협의 여지가 더욱 좁아지기 때문이다. 김 실장도 “일본의 첫 번째 카드에 대해 우리가 대응하면 일본은 다음 카드를 바로 꺼낼 것”이라며 “이런 게 아마 일본 정부와 아베 총리의 의도일 것”이라고 말했다.


○ 전략물자 수출 통제 등 맞대응 카드도 만지작

청와대는 이날 일본의 조치에 대한 구체적인 외교적 대응 방침도 밝혔다. 일본의 경제 보복 조치를 국가 안보의 심각한 위협으로 보고 국제 여론전 등 맞대응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윤 수석은 “일본 조치의 부당함과 이번 규제가 자유무역주의에 위배된다는 사실 등을 주요국에 설명할 예정”이라며 “국제적 여론을 환기시키기 위한 일”이라고 밝혔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이날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일본에 타격을 줄 수 있는 ‘수출 규제’ 등 상응 조치를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홍 부총리는 “실무 검토가 끝나는 대로 WTO 제소 시기를 결정할 것”이라며 “국제법 및 국내법상 조치 등으로도 단호히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본에 타격을 줄 수 있는 수출 규제를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정부는 전략물자 교역을 관리하는 대외무역법에 기초해 일본과 마찬가지로 전략물자 수출을 통제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한상준 alwaysj@donga.com / 세종=송충현 기자

#일본 수출 규제#ncs 소집#청와대#전략물자 수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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