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정부, 시위대 검거작전 돌입…DNA 증거 수집

  • 뉴시스
  • 입력 2019년 7월 4일 14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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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당국이 일부 ‘범죄인 인도법(逃犯條例·일명 송환법)’ 반대 시위대가 한때 입법회 청사를 점거했다가 해산한 것을 계기로 대대적인 검거 작전에 돌입했다.

4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 성도일보, 명보 등에 따르면 홍콩 경찰이 전날 오전 31세 남성 푼모씨를 입법회 청사에 불법 침입해 내부 시설을 파괴한 혐의 등으로 체포했다. 홍콩 경찰이 지난 1일 입법회 청사 점거 사건과 관련해 시위대를 검거한 것은 푼씨가 처음이다.

푼씨는 지난 2014년 우산시위에 참여해 ‘몽콕 점거 화가(?旺?家)’로 알려진 인물이다. 지난달 21일 시위대가 경찰 본부청사를 포위했을 때도 참여해 체포된 바 있다.

입법회 청사를 점거한 다른 시위대의 체포도 임박한 것으로 보인다. SCMP는 경찰 관계자를 인용해 당국이 현재 신원을 확인한 시위대 수십명을 체포하기 위해 준비 중이라고 했다.

홍콩 경찰은 지난 2일 시위대가 해산한 이후 입법회 청사에서 법의학 전문가들과 증거 수집 작업을 벌여왔다. 그 결과 헬멧과 마스크, 쇠 몽둥이 등 증거 수천점을 확보해 지문과 DNA 인식 작업을 벌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SCMP에 “수십명의 용의자 신원을 확보했고 가까운 시일안에 검거할 것”이라며 “체포된 시위대에게 기물 파괴와 절도는 물론 폭동(riot) 혐의 적용도 법무부와 논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홍콩 경찰은 다른 시위대에 대한 검거에도 주력하고 있다. 우선 지난 1일 홍콩 주권 반환 기념일을 맞아 기념 행사인 국기게양식을 방해하고자 경찰과 충돌한 시위대 12명을 체포했다.

이들은 남성 11명과 여성 1명으로 연령은 14~36세다. 경찰은 이들에게 공격용 무기 소지, 불법 집회, 경찰관 폭행, 경찰관 집무집행 방해, 항공법 위반, 신분 증명문서 미제출 등 혐의를 적용했다. 향후 중벌이 가능한 혐의다.

또 경찰의 시위대 폭동 규정과 무력 진압에 반발해 경찰과 경찰 가족의 신상정보를 인터넷에 공개한 홍콩 시민 9명도 개인정보보호 등 혐의로 체포됐다. 경찰관 이익단체인 ‘홍콩 경찰대원 좌급협회(JPOA)’은 지난달 14일 경찰 당국에 수사를 요구한 바 있다.

홍콩 경찰은 시위대에 헬멧과 보안경, 마스크, 장갑 등을 전달하기 위해 고용된 것으로 의심된 화물차 운전자를 체포하기도 했다. 단 경찰은 시위 물품 운송 혐의가 아닌 마약과 무기 소지 혐의로 체포했다고 해명했다.

이와 별도로 지난달 30일 친정부 집회에서 폭력을 행사한 남녀 6명도 폭행과 공격용 무기소지 등 혐의로 검거했다.

홍콩 경찰은 지난 2014년 행정장관 완전 직선제를 요구하며 79일간 도심을 점거한 이른바 우산시위때도 시위 참가자를 대거 기소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적어도 91명이 체포됐다.

송환법을 밀어붙이다 정치적 궁지에 몰린 친중 성향 캐리 람 행정장관은 지난 2일 오전 4시 이례적인 기자회견을 자청해 “폭력적인 시위에 매우 분노하고 강력히 비난한다”고 시위대를 규탄하는 등 입법회 청사 점거 사태를 정치적 생존 계기로 삼으려는 모양새다.

중국도 정부 당국자가 나서 입법회 점거 사태를 법치를 무시하고 사회질서에 위해를 가한 엄중한 불법행위라고 규정하는 등 람 장관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다. SCMP는 중국 정부가 홍콩과 인접한 선전 지역에서 한달 가량 반송환법 시위를 감시해왔다면서도 홍콩특구 정부가 도시에 대한 통제력을 상실하지 않는 한 일상적인 운영에 개입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전문가를 인용해 보도했다.

SCMP는 시위대가 과격화된 것을 두고는 람 장관이 경찰의 폭력진압 진상조사 등 시위대의 요구를 무시하고 있는데다 최근 홍콩교육대생 뤄샤오옌 등이 송환법에 반대해 자살하면서 시위대 주축인 청년들을 자극했다고 분석했다. 청년들은 시위 결과와 관계없이 자신을 희생하고 싶은 욕망을 가지고 있다면서 이는 우산시위와 다른 양상이라고도 지적했다.

시위가 일부 과격 조짐을 보이면서 반대 목소리도 나온다. 건제파(친중파) 입법회 의원과 홍콩 전국인민대표회의 의원 등이 포함된 법조인 100여명은 입법회 청사 점거 사태를 규탄하고 법률에 기반한 의사표현을 촉구하는 성명을 내놨다. 시위대가 요구한 폭력진압 진상조사위원회 구성 등도 반대한다고도 했다. 단 현지 언론은 이들이 소속 단체와 직업을 대표하는 것은 아니고 개인 자격으로 성명에 참여했다고 설명했다. 홍콩대학 학장 등 학계도 자제를 촉구했다.

반면 정부가 시위에 개입했다는 의혹도 나왔다. 홍콩사진기자협회는 시위 현장에서 협회장이 시위 참가자들의 얼굴을 근접 촬영해 경찰에 제공했다는 혐의로 제적했다. 단 협회 측은 협회장이 경찰에 최근 사진을 제공했다는 증거는 확보하지 못했다고 했다.

한편, 입법회는 오는 10월까지 회의를 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입법회 행정관리위원회는 이날 특별회의를 열어 만장일치로 이같이 결정했다. 건제파 의원들은 별도 장소를 물색해 회의를 하자는 입장이었지만 민주파 의원들이 반발해 무산됐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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