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좀 늦게 데리러가도 눈치 안봐요”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7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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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7시 반까지 연장보육 어린이집

3일
 오후 서울 동작구 로야어린이집 연장반에 등록된 아이들이 기본반 하원 시간을 훌쩍 넘긴 오후 5시 35분까지도 보육교사의 돌봄을 
받고 있다. 연장반은 오후 7시 반까지 이어진다. 연장반 원생 22명 중 20명이 맞벌이 가정 자녀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3일 오후 서울 동작구 로야어린이집 연장반에 등록된 아이들이 기본반 하원 시간을 훌쩍 넘긴 오후 5시 35분까지도 보육교사의 돌봄을 받고 있다. 연장반은 오후 7시 반까지 이어진다. 연장반 원생 22명 중 20명이 맞벌이 가정 자녀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2일 오후 5시 서울 동작구 로야어린이집. 하원 시간이 훌쩍 지났는데도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연령별로 3개 반으로 나뉜 20여 명은 삼삼오오 블록을 쌓거나 책을 보며 시간을 보냈다. 부모들이 언제 데리러 올지 기다리는 기색도 별로 없었다. 로야어린이집 원생 88명 중 이들 22명은 오후 7시 반까지 연장보육을 받고 있는 중이었다.

연장보육은 개정된 영유아보육법에 따라 올 5월부터 시범 운영하는 사업이다. 보육시간을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까지 하는 기본반과 오후 4시부터 7시 반까지 하는 연장반으로 나눠 운영하는 제도다. 하원시간이 훨씬 지나 부모의 퇴근시간에 맞춰 아이를 데리러 갈 때마다 ‘눈치’를 봐야 하는 맞벌이 부부의 고충을 덜고 한두 명씩 남는 아이를 돌보느라 장시간 근무하는 보육교사의 쉬는 시간을 보장하기 위해 도입됐다.


현재 어린이집 종일반은 오전 7시 반부터 오후 7시 반까지 12시간 운영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강제조항은 아니다. 지난해 기준 오후 6시 이후까지 운영하는 어린이집은 전체의 48.7%였다. 오후 6시 이후까지 아이를 돌보는 어린이집 교사들은 빈번하게 초과근무를 해야 했고 일터의 부모들은 교사 눈치를 보며 서둘러 아이를 데리러 가야 했다.

하지만 연장반이 본격적으로 가동하게 되면 부모들은 조기 하원에 대한 부담을 덜게 될 것으로 보인다. 시범 운영에 참여한 전국 102개 어린이집 원생 5772명 가운데 1222명(21.2%)이 연장반에 등록했다. 이날 오후 7시경 아이를 데리러 온 김도형 씨(41)는 “예전에는 혼자 남은 아이를 데리러 갈 때마다 선생님과 아이에게 미안했는데 이젠 일이 조금 늦게 끝나도 서두르지 않아도 돼 마음이 편하다”고 말했다.

보육교사들은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찾게 됐다고 입을 모았다. 기존에는 퇴근을 해도 집에서 아이들 생활일지 작성 같은 잔업을 하는 경우가 흔했는데 연장반 덕분에 ‘가욋일’이 사라진 것이다. 기본반을 맡고 있는 표경리 교사는 “연장반 전담 교사가 있기 때문에 기본반 아이들에게 집중하고 수업을 준비할 시간도 더 확보하게 됐다”고 말했다.

다만 교사 수급은 풀어야 할 과제다. 연장반 교사는 근무시간이 4시간에 불과해 임금 수준이 낮은 편이다. 근무시간도 선호도가 떨어지는 오후 늦은 시간이다. 이순월 로야어린이집 원장은 “현재 연장반 교사들은 재취업하는 40, 50대인 경우가 많다”며 “잦은 이직이 없도록 처우 개선이 동반돼야 한다”고 말했다.

연장반 운영이 전면 시행되기까지는 예산 확보를 비롯해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전국 모든 어린이집에 연장반 전담 교사가 1명씩 근무해도 약 4만 명이 필요하다. 보건복지부는 내년 3월부터 연장반 필요 정도에 따라 단계적으로 운영을 확대할 계획이다. 복지부 이윤신 보육사업기획과장은 “시범운영 결과를 토대로 연장반 운영 교사 배치 계획과 단계적 확대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최경원 인턴기자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4학년
#어린이집#연장보육#보육교사#연장반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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