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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왕의 재위 20년” 이영미 콘서트 ‘Song For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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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왕의 재위 20년” 이영미 콘서트 ‘Song For Me’

양형모 기자 입력 2019-07-03 18:18수정 2019-07-03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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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분야를 담당하면서 늘 이 사람이 가진 소리의 비밀이 궁금했다. 실은 결례를 무릅쓰고 직접 물어본 적도 있다. “몇 차례의 성대결절”이라고 했지만, 누구라도 믿기 어려운 대답이다.

뮤지컬배우 이영미의 소리는 철의 소리다. 단단하고 힘이 세다. 굉음을 울리는 록 밴드의 기타 소리를 뚫고 천장까지 치솟아 오르던 그의 이츠학을 목도한 관객이라면 무슨 말인지 알 것이다. 면도날처럼 공기를 찢어발기며 관객의 고막을 향해 폭주해오는 그의 소리는 사냥감을 앞둔 암사자의 포효와 같았다. 오래전에 팬들이 그에게 붙여준 별명은 ‘여왕’이었다.

7월 2일 서울 홍대 롤링홀에서 열린 콘서트는 이영미에게도 그의 팬들에게도 각별했다. 이날의 단독 콘서트는 이영미의 데뷔 20주년을 기념한 자리이자 그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한 공간에서 볼 수 있었던 ‘20년 만의’ 기회였다. “데뷔 20년이라는 의미보다는, 지금이 아니면 언제 다시 할 수 있을까 싶은 마음에 (콘서트를) 마련하게 됐다”고 이영미는 말했다.

배우에 앞서 가수로 먼저 데뷔했던 이영미는 이날 콘서트에서 10년이 지나도 어색하기만 했다던 ‘뮤지컬 배우’라는 이름을 가운데 자리에 올려놓았다. 지금까지 출연했던 뮤지컬 작품들의 주요 넘버들을 간간이 멘트를 섞어가며 불렀다. 밴디트, 지킬앤하이드, 조로, 맨오브라만차, 헤드윅, 서편제, 오첨뮤, 지저스크라이스트슈퍼스타, 베르나르다알바, 미온더송…. 그가 부르는 황홀한 넘버들을 듣고 있자니, 그는 20년간 ‘인간 이영미’보다 루나, 루시, 이네즈, 알돈자, 이츠학, 마리아, 폰시아, 새라, 송화로 산 시간이 훨씬 더 많지 않았을까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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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New Life’ ‘Someone like you’를 부를 때는 루시가, ‘Origin of love’에서는 이츠학이, ‘혼자 있는 자유’ ‘나의 소리’ ‘살다보면’의 송화, ‘밤볼레오’의 이네즈, ‘Another sad song’의 루나, ‘삼십년 동안’의 폰시아가 거기, 무대 위에 있었다. 그저 한두 곡의 넘버뿐이었지만 그가 루시를 부를 때는 지킬앤하이드, ‘살다보면’을 부를 때는 서편제, ‘알돈자’를 부를 때에는 맨오브라만차의 그때 그 공연장에 앉아 있는 듯한 기시감이 들었다. 그것은 뭐라 표현하기 힘든 경이로운 경험이었다.


이날 이영미의 20주년 기념 콘서트에는 록밴드 뷰렛의 리더이자 뮤지컬배우인 문혜원과 플라멩코 무용가 이혜정이 함께해 의미를 보탰다.

“힘든 만큼 값진 시간이었다. 공연에 와주신 모든 분들의 삶을 응원한다. 사랑하고, 감사하다.” 콘서트 후 이영미는 짧게 소감을 전했다. 그답게 군더더기 하나 없는 소감이다.

“언제 다시 하게 될지 몰라 했다”는 그의 데뷔 20주년 기념 콘서트는 팬들의 함성과 탄성과 박수로 막을 내렸다. 무대 위에서 그가 마셔댄 생수보다 더 많은 땀을 흘려준 ‘여왕’의 20주년을 축하한다.

아참, 이번 콘서트의 타이틀은 ‘Song For Me’였다. 자신을 위한 노래다. 이영미는 무대에서 “Song For You로 할까 고민했지만 결국 Song For Me로 정했다”고 했다. 아마도 10초 이상 고민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것도 참으로 이영미답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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