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日 ‘강대강’ 대치에 업계 속앓이…“두 달이후 조업 중단 우려”

  • 뉴시스
  • 입력 2019년 7월 3일 10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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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 韓수출 규제에 '당혹'
정부 "상식에 반하는 조치" 깊은 유감...日대사 초치도
WTO 제소를 비롯 국제·국내법에 의거, 필요한 대응 조치
업계, 韓日 갈등 더 깊어질 경우 전면적 수출금지 우려감

일본 정부가 일제 강제 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에 대한 보복조치로 우리나라 반도체·디스플레이 산업을 겨냥한 사실상의 경제 제재를 발동하면서 우리나라 정부와 국내 기업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우리 정부도 일본 정부의 수출 규제에 주한일본대사를 초치해 항의를 표하면서 WTO 제소를 비롯한 필요한 조치를 해날 것을 시사하면서 사태가 조기에 종결되지 못하고 장기화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국제정치에서 파생된 문제가 국내 산업을 흔들자 업계는 “개별기업의 입장을 언급하기 힘들다”며 함구하고 있지만, 필수 소재 재고가 두 달이면 동이나 조업 중단 위기에 몰릴 수 있어 속앓이만 하고 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1일 일본 경제산업성은 스마트폰 등 유기 EL디스플레이에 사용되는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등 3개 품목의 한국에 대한 수출을 엄격하게 심사한다고 발표했다. 강화된 수출 규제는 오는 4일부터 적용된다. 우리나라는 지금까지 첨단 소재 등 수출규제 대상 품목에 대해 수출절차의 간소화 등 우대 조치를 받아왔지만 앞으로는 약 90일이 소요되는 허가 신청과 심사라는 번거로운 과정을 거쳐야 한다.

레지스트의 경우 일본 기업의 세계 점유율은 90%에 달하며, 에칭가스도 90% 전후로 알려졌다. 경제산업성은 이번 주 내에 이들 품목에 대한 구체적인 한국 수출규제 강화 개정안을 통지할 예정이다.

경제산업성은 이날 수출 규제를 강화한 배경과 관련해 “한일 간 신뢰관계는 현저히 손상된 데다 한국과의 수출관리를 둘러싸고 부적절한 사안이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종래 일본 기업이 이들 3개 품목을 한국 기업에 수출할 경우 절차는 간략했지만, 향후에는 계약 시마다 허가·심사가 필요한 구조로 전환된다. 이렇게 되면 한국 전자업체에 대한 부담이 늘어날 전망이다. 또 거래처인 일본 업체도 영향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을 받아들이지 않는 일본 정부가 보복 성격으로 한국의 반도체·디스플레이 산업을 겨냥해 경제 제재를 가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에 우리 정부의 대응도 분주했다. 외교부는 나가미네 야스마사(長嶺安政) 주한일본대사를 초치해 일본 정부의 반도체 핵심 소재 수출 규제 강화 조치에 항의했다.

산업통상자원부도 반도체, 디스플레이 업계 등과 긴급대책회의를 갖고 일본의 수출제한 조치가 국내 반도체 업계와 수출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와 수급상황, 수입대체 가능성 등을 점검했다.

성윤모 장관은 “일본 정부가 발표한 우리나라에 대한 수출 제한 조치는 우리나라 대법원의 판결을 이유로 한 경제 보복 조치이며 삼권분립의 민주주의 원칙에 비추어 상식에 반하는 조치”라며 깊은 유감을 표명했다.

정부는 향후 WTO 제소를 비롯해서 국제법과 국내법에 의거, 필요한 대응 조치를 취해 나갈 계획이다.

◇반도체 디스플레이 기업들 “최악땐 생산차질…대책 마련 분주”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 등 국내 반도체, 디스플레이 기업들도 사태 파악과 대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일본 자국 기업에도 피해가 예상되고, 국제 무역갈등도 촉발 시킬 수 있는 내용이라 수출 규제 조치를 실행에 옮기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봤지만 현실화 됐다”면서 “기업 입장에선 생산차질이라는 최악의 상황까지 고려한 시나리오별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또 “공급처를 다변화하기 위해 노력중이지만 일본의 기술력을 단기간에 따라가기는 어렵다”면서 “전면적인 수출금지가 아니라 절차를 강화하는 것인 만큼 당장의 피해는 제한적일수도 있지만 한일 관계의 갈등의 골이 깊어진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도 있다는 점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번 건은 비즈니스 이슈가 아니라 국제정치 이슈라 개별 기업 입장에서의 대책을 언급하기가 어렵다”고 덧붙였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단기적으로 한 달에서 두 달까지는 이미 수입한 소재를 바탕으로 제품 생산에 큰 차질을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완제품까지 포함하면 최대 3개월간은 문제가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하지만 일본이 90일 정도 걸리는 심사 및 허가 절차를 얼마나 까다롭게 할지 예측이 어렵기 때문에 안심할 수 있을 정도는 아니라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유환익 한국경제연구원 혁신성장실장은 “일본의 수출 규제에 영향을 받는 국내의 반도체, TV 산업은 전체 산업 수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므로 향후 우리나라 경제 전체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서 “당장은 일부 재고가 있을 수 있지만 2~3개월 뒤에는 여파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양 정부 간 빠른 해결 없이는 기업들의 제품 생산은 물론 경제 전체 부작용이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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