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도교육감의 지나친 상산고 때리기[현장에서/최예나]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7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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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국회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한 김승환 전북도교육감. 동아일보DB
지난달 국회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한 김승환 전북도교육감. 동아일보DB
최예나 정책사회부 기자
최예나 정책사회부 기자
김승환 전북도교육감은 지난달 28일 페이스북에 두 시간 동안 자율형사립고 상산고에 관련된 글 세 개를 연이어 올렸다. 전주 상산고는 김 교육감이 재지정 평가를 통해 지정 취소 결정을 내린 고교다.

댓글이 달리자 김 교육감은 연거푸 답변도 달았다.

“‘존재 자체’가 전북의 자존심이라고 확신하는 것이겠지요. 지역에서의 실질적 기여도는 그들이 알 바 아니고요.”

상산고가 교문에 ‘전북의 자존심, 상산고를 지켜주세요’라는 플래카드를 건 것에 대해 누군가 비판하는 댓글을 달자 이에 동조한 것이다.

김 교육감은 상산고 지정 취소를 응원한다는 댓글에는 이렇게 답했다. “우리는 이 길을 가야 합니다. 그것이 우리의 사명입니다” “네, 계속 갑니다” “욕심 없는 사람과 욕심 있는 사람이 싸우면 누가 이길까요?”

홍성대 상산고 이사장에 대한 글도 적었다. “우리나라 사학 경영자 중 홍성대 이사장님 정도로 학교에 많은 예산을 투입한 분은 계시지 않다. 이런 사례는 전무후무할 것이다. 문제는 그 다음부터다. 교육의 본질, 교육과정, 인재 양성의 개념, 자사고가 공교육에 끼치는 영향 등에 대해서 저와는 정반대의 위치에 계시다. 다툴 때 다투더라도 저는 그분을 우리 지역의 어른이라고 생각한다. 인간적인 애정까지 버리지는 않을 것이다.”

지정 취소 위기에 처한 학교를 걱정하며 학생과 학부모가 플래카드를 건 것을 비아냥거리는 듯한 교육 수장의 모습은 아무리 개인의 페이스북 공간이라고 해도 읽기가 불편했다. 며칠 전 홍 이사장이 깊은 한숨과 함께 걱정을 토로한 일이 떠올랐다.

“내가 다 손떼고, 나중에 법적으로 할 거니까 두고, 절로 들어가는 게 낫지 않을까요? 내가 힘들어서가 아니고 이놈의 녀석들이 걱정돼서…. 학교 얘기가 연일 나오니까 애들이 일일이 신경을 써요. 곧 시험 기간이고 공부만 해야 되는 녀석들이. 쟤네가 무슨 잘못이에요.”

평생 애정을 쏟은 학교에 위기가 닥쳤는데 홍 이사장의 가장 큰 걱정은 학생들이었다. 그는 학교 구성원들이 “부당한 평가를 거부하자” “차라리 학교를 다른 지역으로 옮기자”고 했을 때도 반대했다. 교육자로서 정도를 지켜야 하고, 지역 인재를 양성하겠다는 뜻을 버리지 않겠다고 했다.

상산고에 대한 자사고 지정 취소가 교육감의 철학이고 의지일 순 있다. 하지만 이 결정이 공부하는 학생들에게는 청천벽력 같은 일이 될 수 있다는 걸 김 교육감이 깊이 고심해 봤는지 궁금하다. 교육감이라면 적어도 학생들의 그런 우려에 공감하려는 노력은 해야 하지 않을까. 누군가 김 교육감의 페이스북에 이런 글을 남겼다. “어찌 올라오는 글마다 상산고 죽이기뿐일까요? 교육감 업무의 전부인가요?” 김 교육감은 이 글에는 답변을 달지 않았다.

최예나 정책사회부 기자 yena@donga.com
#김승환 전북도교육감#상산고#자사고 지정 취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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