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상 노크 귀순’ 사건 발생 당일, 군인 3300명 골프”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7월 2일 22시 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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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선박이 강원 삼척항에 제지 없이 정박한 ‘해상 노크 귀순’ 사건이 발생한 당일 장군부터 부사관까지 3300명이 넘는 군인이 골프를 쳤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날 골프를 친 군인 중 절반이 영관급 이상 고위 장교였다. 해상 안보가 뚫렸다는 위기감이 고조된 다음 날에도 3200명 넘는 군인이 군 골프장을 찾았다. 주말이었지만 국경이 뚫린 위기에서 군인 6500여 명이 골프를 쳤던 걸 두고 기강이 해이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방부가 2일 자유한국당 김도읍 의원에게 제출한 군 골프장 이용 현황에 따르면 북한 선박이 삼척항에 정박한 지난달 15일 장성급 83명을 포함해 군인 3308명이 군 골프장에서 골프를 쳤다. 이날 골프장을 찾은 군인은 영관급이 1573명으로 가장 많았고 부사관(745명) 군무원(442명) 준사관(316명) 위관급(149명) 순이었다. 사건 발생 다음 날인 지난달 16일에도 장성급 49명을 포함해 군인 3250명이 군 골프장을 찾았다.

이와 함께 동해안 경계를 책임지는 8군단의 상급부대인 육군 지상작전사령부 남영신 사령관(대장)과 대령급 참모 10여 명은 사건 발생 사흘 뒤인 지난달 18일 저녁 부대 인근 식당에서 소주를 곁들여 회식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날은 언론을 통해 해상 노크 귀순의 실태가 처음 폭로된 날이다. 부대 관계자는 “사령관이 예하 참모들을 격려하는 자리였다”며 “기존에 계획된 행사라 고민 끝에 진행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해안 경계 작전의 책임이 있는 육군 23사단에 파견된 군사안보지원사령부(구 국군기무사령부) 지원부대도 군의 첫 목선 관련 브리핑이 있었던 17일 술을 곁들여 회식한 것으로 드러났다. 23사단 상급부대인 8군단 관계자에 따르면 안보지원사 예하 23사단 지원부대 영관급 부대장 등 간부들은 영내 회관에서 소주와 맥주를 섞어 마신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중 일부는 북한 어선에 탄 북한 주민들의 귀순 경로 및 경위 등을 조사한 합동신문조사팀에도 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군 합동조사단은 3일 북한 어선의 해상 노크 귀순의 처리·보고 과정에서 축소 은폐는 없었지만 경계 감시에 일부 문제가 발견됐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조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조동주기자 djc@donga.com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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