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日 對韓수출 제한땐 WTO 제소 검토”… 업계 “대비해 왔다”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7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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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반도체 소재 등 수출규제 움직임

“그동안 대비는 해왔다. 하지만 재고는 최대 3개월 남았다.”

일본 정부가 반도체 핵심 소재 수출 규제를 강화한다는 보도가 일본에서 나온 30일 국내 기업들은 “만약 규제가 현실화할 경우 3개월 안에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했다.

이날 산케이신문 보도에 따르면 수출 규제가 거론되는 품목은 △포토레지스트(감광액) △에칭가스(고순도 불화수소)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3가지다. 포토레지스트와 에칭가스는 반도체 생산에 필수적인 소재이며 플루오린 폴리이미드는 최신 스마트폰에 많이 쓰이는 플렉시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 제조에 쓰인다.

국내 반도체업계 고위 관계자는 “지난해 말부터 일본 정부가 반도체 소재에 대한 규제를 시작할 우려가 있어 일본에서 소재를 사오는 국내 화학물질 제조업체는 물론이고 화학회사로부터 재가공된 형태로 납품받는 삼성전자, 하이닉스 같은 대기업들도 재고를 준비해 왔다”고 했다. 특히 지난해 말 일본 정부가 한국 수출용 고순도 불화수소 물량을 제한했다가 이틀 만에 허가하는 일을 겪으면서 국내 기업들은 불안감 속에 ‘플랜B’를 검토해 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현재까지 확보된 포토레지스트 재고 물량은 길어야 3개월을 넘기기 어려운 수준이다. 포토레지스트는 빛에 노출되면 화학적 성질이 변하는 물질로, 반도체 웨이퍼 위의 실리콘에 미세한 패턴을 그리는 데 쓰인다. 한국에도 제작이 가능한 기업이 있지만 상당 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반도체 제조 공정에서 패턴 외에 불필요한 실리콘을 녹여 제거하는 에칭가스는 독성이 강한 물질이라 유통기한이 제한적이다. 이 때문에 국내 기업들이 아무리 재고를 확보해 놓았다 해도 통상 3개월 이상 버티기는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3개월 이내에 문제가 해결돼야 할 상황이다. 디스플레이 업체들도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수입 제한에 따른 가격 변동 등 시장 혼란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걱정하고 있다.

전자업체 관계자는 “일본 제품에 대한 대체재가 아예 없는 건 아니지만 상당히 부담스럽다”며 “소재·부품이 100가지라면 그중 하나만 없어도 제품을 만들기 어려운 게 제조업인데, 규제 대상이 된다는 3개 품목은 모두 100% 자급이 안 되는 품목”이라고 걱정했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상무도 “일본산을 대체할 기술을 개발한다 하더라도 생산시설을 우선 지어야 하는 등 원하는 양만큼 바로 생산해 쓸 수 없기에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했다.

이날 산케이신문은 일본 정부가 첨단 재료 등을 수출할 때 수출 허가 신청을 면제해주는 우대제도인 ‘화이트(백색) 국가’ 대상에서 한국을 제외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도 보도했다. 일본 정부가 안전 보장 측면에서 우호국으로 인정해 ‘백색 국가’로 지정한 나라는 미국, 영국 등 27개국이다. 한국은 2004년에 지정됐다. 이 신문은 일본 정부가 7월 1일부터 한 달 동안 각계 의견을 수렴한 뒤 8월 1일부터 새 제도를 운용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한국이 ‘백색 국가’에서 제외되면 우선 규제되는 3가지 품목 이외에 첨단 소재들을 만드는 일본 회사들은 한국으로 수출할 때마다 건별로 당국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재계 관계자는 “세계 메이저 반도체 회사가 대부분 한국 회사들이기 때문에 수출이 규제되면 일본 업체들도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며 “일본 기업들도 이 사태가 너무 장기화되는 건 바라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김지현 jhk85@donga.com·허동준 기자·윤신영 동아사이언스 기자
#일본 정부#반도체 수출 규제#w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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