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인하’ 깜빡이에… 2%대 예금 사라졌다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7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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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은퇴 후 연금과 이자로 생활하는 60대 김모 씨는 최근 정기예금 상품을 알아보다 깜짝 놀랐다. 더 이상 2%대 이자를 주는 상품을 찾기 힘들었기 때문. 안정적인 성향이라 은행 예금 외에 다른 곳엔 눈도 돌리지 않았는데 금리가 너무 낮다보니 2%대 후반의 이자를 제공하는 저축은행으로라도 돈을 옮겨야 하나 고민이다.

한국은행이 최근 금리 인하를 시사하기가 무섭게 시중은행에서는 이미 2%대 예금상품이 자취를 감췄다. 은행들은 시장금리가 떨어졌기 때문에 예금금리도 따라 조정할 수밖에 없었다는 설명을 내놓고 있다. 예금금리가 빠른 속도로 낮아지자 금융당국은 금리 공시체계를 개선해 은행 간 금리 경쟁을 유도하고 소비자들에게 선택의 폭을 넓혀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 2%대 정기예금 상품 거의 실종



시중은행들은 최근 연달아 정기예금 상품 금리를 0.1∼0.2%포인트 낮췄다. KEB하나은행이 ‘369 정기예금’의 1년제 최고 금리를 연 2.1%에서 1.9%로 0.2%포인트 내렸고, 우리은행도 ‘위비SUPER 주거래예금2’ 금리를 2.0%에서 1.9%로 인하했다. ‘신한은행 쏠편한 정기예금’, ‘KB국민은행 KB Star 정기예금’ 등 이미 1%대였던 상품들도 금리를 약 0.1∼0.2%포인트 추가로 낮췄다.

이렇게 예금상품의 금리가 낮아지는데도 예금 가입액이 계속 늘어나는 것도 금리 하락을 부채질하고 있다. 경제 불확실성 확대로 갈 곳을 잃은 투자자들이 이자가 낮은 예금에 계속 몰리는 것이다.

실제로 한국은행 통계를 보면 같은 기간 대출금리보다 예금금리의 하락폭이 더 크다. 시중은행 가계대출 평균금리(신규 취급액 기준)는 지난해 말 3.61%에서 올해 5월 3.49%로 0.12%포인트 떨어졌지만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는 2.17%에서 1.97%로 0.20%포인트 떨어졌다. 이에 따라 은행들이 대출금리보다 예금금리를 더 빠른 속도로 내려 손쉬운 이자장사를 한다는 지적도 꾸준히 나온다.

○ 당국 “금융상품 금리 한층 투명하게 공개”



은행들은 “이미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반영해 시장금리가 떨어진 만큼 그에 맞춰 예금금리도 조정이 불가피했다”고 설명한다. 예금으로 조달한 자금을 시장에서 운용할 때 얻을 수 있는 수익이 낮아진 만큼 예금금리를 떨어뜨릴 수밖에 없었다는 얘기다.

예금금리의 빠른 하락에는 금리 산정체계의 특수성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출금리가 은행들의 자금 조달 기준금리에 가산금리를 더해 결정되는 반면 예금금리는 기준금리는 물론이고 수익성이나 리스크 관리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반영해 결정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이 여유자금을 확보해야 하거나 다른 은행과 자금 유치 경쟁이 세게 붙은 상황이라면 모르겠지만, 현재는 그런 상황이 아니다 보니 예금금리를 시장금리에 따라 내리고 있는 것”이라고 전했다.

당국은 은행의 금리 결정에 직접 개입하긴 어려운 만큼 공시체계 개편 등 간접적인 방법으로 예금금리의 가파른 하락을 막겠다는 구상이다. 일단 예금상품의 경우 기본금리뿐만 아니라 우대금리를 포함해 최종적으로 고객에게 지급된 평균금리를 공시할 계획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우대금리가 반영된 실제 금리를 공시하면 소비자들의 상품 선택을 돕고 은행 간 경쟁을 유도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은행뿐 아니라 손해보험협회 생명보험협회 금융투자협회 저축은행중앙회 등 금융 관련 협회들과 손잡고 연내 금융권의 전반적인 비교공시체계도 손보기로 했다. 가령 대출상품은 중도상환수수료, 펀드나 보험은 각종 비용을 차감한 실질 수익률을 보여줄 계획이다.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금리 인하#정기예금#한국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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