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전문가 “트럼프 DMZ 방문시 ‘김정은 두둔발언’ 안돼”

  • 뉴시스
  • 입력 2019년 6월 28일 10시 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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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사람 억류할 장벽건설 돕겠다'는 뜻으로 보일 수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방한 기간 비무장지대(DMZ)를 방문해 연설할 경우 자칫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인권탄압 등 행위 두둔으로 비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데니스 P. 핼핀 전 미 하원 외교위원회 수석자문은 27일(현지시간) 북한전문매체 NK뉴스에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기고문을 게재했다.

그는 과거 로널드 레이건,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의 분쟁지역 방문 사례를 먼저 열거하고 나섰다. 레이건 전 대통령은 1987년 브란덴부르크 문을 방문해 “고르바초프씨, 이 벽을 허무시오(Mr. Gorbachev, tear down this wall)”라는 명연설을 했었다. 또 케네디 전 대통령은 냉전시대인 1963년 서베를린을 방문, “나는 베를린 시민입니다(Ich bin ein Berliner)”라는 연설을 했다.

핼핀 전 자문은 과거 미국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서로 다른 정당 소속이었던 두 명의 미국 대통령은 압제 반대와 억압받는 이들에 대한 연대를 표명했었다”며 “베를린 사람들은 아직도 이를 기억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베를린 사람들은 케네디, 레이건 전 대통령이 동독과 소련 위성국가들에게 희망을 줬다고 말한다”고 했다.

그는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DMZ로 향했을 때 케네디, 레이건 전 대통령을 연상시키는 ‘김 위원장, 이 가시철조망을 없애시오’와 같은 분명한 말을 한다면 역사에 남을 것이다. 이는 북한과 그 너머에 억류된 이들에 대한 분명한 연대의 메시지가 될 것”이라고 강조하면서도 곧장 “그런 일은 일어날 것 같지 않다”고 단언했다.

특히 “더 정확히 말하면 그가 ‘친구’인 폭군 김 위원장을 더 애지중지하는 발언을 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대화와 관련해 김 위원장과의 개인적 친분을 과시해온 점을 꼬집은 것이다.

핼핀 전 자문은 이와 함께 북한 수용소와 공개처형, 기아 등 김정은 정권 하에서 벌어지는 참상을 거론했다. 그는 또 “2년 전 김 위원장 이복형제인 김정남이 화학무기로 잔혹하게 살해됐다”며 “이는 인류 역사상 최초의 살인, 즉 카인이 아벨을 죽였다는 성서 설화가 반복된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런 일을 하는 사람이 합의에 이르기 위해 신뢰할 만한 사람인가”라고 물었다. 핼핀 전 자문은 아울러 “DMZ에선 북한 지뢰로 인해 두 명의 한국 병사가 심각한 부상을 입었고, 이들 중 한 명은 두 다리를 잃었다”고 지적했다. 지난 2015년 DMZ에서 발생한 목함지뢰 도발 사건을 지칭한 것이다.

그는 이같은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DMZ를 방문해 김 위원장에 우호적인 발언을 내놓아선 안 된다고 역설했다.

그는 특히 “이런 말들은 40여년 전 김 위원장 할아버지(김일성)의 명령에 의해 아서 보니파스 대위와 배럿 중위가 도끼로 살해당한 지점(판문점 도끼만행 사건 현장)에도 들릴 것”이라며 “이는 사망한 미군 장교를 기리기 위해 명명된 캠프 보니파스에도 들릴 것”이라고 지적했다.

핼핀 전 자문은 또 “그 말들은 바다를 가로질러 오하이오에 있는 버지니아 대학생 오토 웜비어 부모의 집에도 울려 퍼질 것”이라며 “이들은 바로 지난해 트럼프 대통령이 국정연설에서 북한의 참상에 대한 강력한 증언자로 묘사한 사람들”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국가안보와 자유를 지지하는 명백한 메시지와 함께 레이건 전 대통령을 베를린으로 보냈던 공화당은 이제 없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김 위원장, 이 가시철조망을 없애시오’가 아니라 아마 ‘김 위원장, 나는 당신이 국민들을 가두기 위한 장벽 건설을 돕겠소’가 될 수도 있다”고 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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