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징용 갈등·정상회담 무산…악화일로 ‘한일관계’ 출구 없나

  • 뉴시스
  • 입력 2019년 6월 26일 17시 2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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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관계 변곡점 'G20 정상회담' 끝내 무산
다음달 日 참의원 선거 후 한일 정상회담 가능성
한중일 정상회의 계기 한일 양자회담 가능성도
강제징용 문제 놓고 한일 강경대응 예고
"한국 정부 적극 나서면 파국 막을 수 있어"

오는 27~28일 일본 오사카(大阪)에서 열리는 G20(주요20개국)정상회의 계기 한일 정상회담이 무산되면서 한일관계가 또다시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G20회의를 눈앞에 둔 지난 25일 “한일정상회담은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밝혀 회담 무산을 공식 확인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과 위안부 재단 해산, 초계기 갈등으로 한일 관계가 역대 최악으로 치달았다. 따라서 이번 정상회담은 지난해 10월 우리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 이후 경색된 한일 관계 복원에 변곡점이 될 것이란 기대가 많았다. 하지만 이번 정상회담 마저 무산되면서 한일 관계 경색이 장기화되고 한미일 공조에도 균열이 생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한일 정상회담 무산은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대한 한일 갈등이 원인이라는 게 한일 외교가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지난해 10월 말 우리 대법원의 일본 강제 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에 반발해 온 일본 정부는 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을 한일 정상회담 개최와 연계해 한국 정부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여왔다.

강제징용 문제를 풀지 않으면 한일 관계 개선를 개선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정부는 G20을 앞두고 한일 정상회담 성사를 위해 청와대와 외교부 등 각급 채널을 동원해 일본과 접촉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또 한일 정상회담 무산에 대해 우리 정부는 ‘다자회의를 계기로 주최국 정상과 참가국 정상의 회담이 반드시 열리는 것이 아니다’는 입장을 밝혔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지난 25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G20 계기로 우리가 주최국과 정상회담을 꼭 한 건 아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한일 정상회담 무산은 강제징용 배상판결 문제로 최악으로 치닫게 된 양국관계의 현주소를 그대로 반영한 것으로, 한국의 외교 참사라는 비판이 정치권에서 제기되고 있다.

한일 양국 정부는 한일 정상회담 불발 원인과 한일관계 악화 책임을 서로 떠넘기는 모양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애초부터 징용 배상 판결을 한일 정상회담과 연계하며 문재인 대통령과의 회담 보류 방침을 시사해왔고, 청와대 관계자는 “우리로서는 항상 만날 준비가 돼 있지만 일본이 아직 준비가 안 된 것 같다”고 책임을 돌렸다.

G20계기 한일 정상회담은 물건너갔지만 다음달 21일 일본 참의원 선거 이후 한일 정상회담이 성사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아베 총리가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지지층인 보수세력의 결집을 위해 한국과의 역사문제를 부각해 한일 갈등을 이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우리 정부도 일본 참의원 선거 이후 한일 정상회담을 다시 조율할 수 있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양기호 성공회대 일본학과 교수는 “아베 총리가 한일 갈등을 자신의 선거와 국내 정치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한국 때리기’를 하고 있다. 정부가 19일에 제안한 징용 기금 조성안은 일본에게도 유리하고 우리로선 할 수 있는 최대치를 제안한 것인데 일본은 당분간 한국을 압박하는게 낫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일본 측도 참의원 선거가 끝나고 한일 결속 틀 안에 들어올 것으로 본다”고 짚었다.

앞서 일본은 지난 19일 한일 기업이 공동으로 강제 징용 피해자에 대한 위자료를 부담하는 우리 정부의 화해 방안 제안을 즉각 거부했다.

연내로 예정된 중국에서 열리는 8차 한중일 정상회의 계기 한일 양자 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도 있다. 한중일 정상회의는 지난해 5월 도쿄에서 열린 바 있다. 다음 한·중·일 정상회담 개최지인 중국은 연내에 정상회담을 개최하는 방침을 굳히고, 일본 측에 정상회담의 8월 개최를 타진하고 있다고 일본 언론들은 전하고 있다.

다만 강제징용 문제와 관련한 양측의 출구 없는 갈등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 정부는 당분간 계속해서 제3국에 위원 인선을 위임하는 형태로 중재위원회 설치를 요구한 뒤 국제사법재판소(ICJ)에 제소하는 방향으로 방침을 굳힌 것으로 전해졌다. 따라서 일본 정부가 G20 기간 정상회담 대신 외교장관회담이 성사될 경우 중재위 설치에 응할 것을 우리 측에 거듭 요청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일본 정부는 한국 법원에 압류된 피고 기업들의 자산이 실제 매각되는 등 자국 기업들이 손실을 보게 되면 한국 기업들에 대한 관세인상 등 경제적 보복 조치를 취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강 장관은 일본이 보복조치에 나설 경우 ‘우리도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라며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양 교수는 “이번 사태가 악화되면 (한미일 협력에 대한) 일본 측 책임이 커지기 때문에 미국도 어느 시점에 중재에 나설 것이고 한일관계를 비관할 필요는 없다”면서 “우리 정부가 한일 양국 기업이 모금해서 피해자들을 보상한다는 틀을 만들어놔서 한국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면 (강제징용 문제) 파국은 충분히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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