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가미에 걸린 삶… 사회 부조리 들추다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6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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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 소설집으로 돌아온 장강명 작가

장강명 작가는 “2010년 이후 다양한 사회 문제를 이야기로 짓는 작가군이 등장한 것 같다. 조남주, 주원규, 정아은 작가 등을 마음의 동지로 삼고 있다”고 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장강명 작가는 “2010년 이후 다양한 사회 문제를 이야기로 짓는 작가군이 등장한 것 같다. 조남주, 주원규, 정아은 작가 등을 마음의 동지로 삼고 있다”고 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장강명 작가(44)는 농반진반 스스로를 ‘월급사실주의자’로 정의 내린다. 월급을 받아본 경험이 있는, 월급(사회 문제)에 대한 이야기를 쓴다는 뜻이다. ‘한국이 싫어서’ ‘댓글부대’ 등 당대 핫한 사회 이슈를 훑어왔던 작가의 눈에 일자리 문제가 포착됐다. 최근 펴낸 연작 소설집 ‘산 자들’(민음사·1만4000원)에는 밥그릇 앞에 필사적인 장삼이사들의 이야기 10편이 담겼다.

25일 서울 강남구 민음사 사옥에서 만난 장 작가는 “2010년대 들어 한국 사회의 문제를 이야기(소설)로 위로받고 싶은 경향이 움튼 것 같다. 일자리 문제만큼 시급하고 긴급한 문제가 없는데 이를 다룬 소설은 별로 없어 연작 소설집을 구상했다”고 했다.

―해고, 취업난, 자영업 과잉 등의 문제가 1부 ‘자르기’, 2부 ‘싸우기’, 3부 ‘버티기’에 골고루 담겼다.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자의 혹은 타의로 노동 현장의 부조리를 목격하지 않나. 커피숍에서 홀대받는 종업원의 모습 같은 기억들을 꺼내 이야기를 입혔다. 그런 장면들을 그저 슬프게 전시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비극이 벌어지는 과정을 설명하고 싶었다.”

―빵집이 망한 뒤 주인 할아버지는 경쟁 가게에 취업하려 하고(현수동 빵집 삼국지), 동료였던 이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 서로를 공격한다(공장 밖에서). 갑을이 아닌 을을의 싸움 같다.

“작품 주인공들은 올가미에 걸려 옴짝달싹 못 하는 모습으로 그려진다. 인생은 단순한 생존이 아니라 의미를 껴안아야 하는데, 사회 시스템은 결코 그걸 허용하지 않는다. ‘산 자들’이지만 ‘죽은 자들’만 못한 삶이다. 자본주의의 비극, 한국 경제구조, 자영업 과잉 등 여러 층위에서 살펴봐야 할 문제라고 본다.”

―희망은 어디서 찾아야 하나.

“한 줄짜리 해결책은 없다. 다만 하나만 바로잡으면 된다는 식의 단순주의는 경계해야 한다고 본다. 대기업, 방송국, 고용인 등 하나를 악마화한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3부의 ‘새들은 나는 게 재미있을까’에서 서로를 악마화하지 말고 대화하자는 메시지를 살짝 담긴 했다.”

―1970년대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공’, 1980년대 ‘원미동 사람들’이 떠오르기도 한다
.

“두 작품이 워낙 뛰어나서 영향을 받았다고 말하기도 민망하다. 무엇보다 과거엔 시대의 적이 선명했지만 지금은 적이 모호하다. 가해자와 피해자, 너와 나, 나와 나 자신…. 어쩌면 사람의 형상이 아니라 이론이나 제도, 시스템 같은 것들이 적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일자리 문제로 고민한 경험이 있는지.

“20대와, 30대 후반에 한 번씩 회사를 그만뒀다. 언론사를 그만둔 두 번째 퇴사 때에는 스트레스로 힘들었다. 대한민국 남녀노소 모두가 정도는 달라도 비슷한 고민을 할 것이다. 일자리를 잃고 계급에 변화가 생기면 사람들이 멸시하기 시작하고 존엄에 금이 간다. 그게 일자리 문제의 핵심이다.”

이설 기자 snow@donga.com
#장강명 작가#월급사실주의자#댓글부대#일자리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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