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과 놀자!/피플 in 뉴스]트럼프-시진핑의 힘겨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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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6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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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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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중국 간의 무역전쟁이 미궁에 빠져 있습니다. 중국이 첨단 기술 강국으로 성장해 미국을 위협하는 것을 두고 볼 수 없다는 것이 무역 전쟁에 임하는 미국의 속내입니다. 중국은 중국대로 미래 기술 강국으로 가는 길을 미국이 방해하는 것을 용인하기 어렵다는 입장입니다.

미국이 중국의 대표적 통신 기업 화웨이 제품을 배척하는 강수를 들고나온 데는 미래 제조업 분야를 제패하고자 하는 중국의 야망을 견제하고자 하는 의도가 깔려 있습니다. 5세대(5G) 통신장비의 보안 문제는 표면적인 이유에 불과합니다. 최근 미국은 중국에서 제조된 통신장비의 사용 금지를 추진한다고 밝혀 중국에 투자하는 외국 기업까지 압박하고 있습니다.

미중 간 무역 전쟁은 이달 1일을 기점으로 불붙었습니다. 미국은 1일부터 중국산 수입품 5745개 품목의 관세율을 기존 10%에서 25%로 올렸습니다. 기계류, 전기·전자 등 첨단 기술 제품과 함께 가전, 의류, 가구 등 소비재까지 광범위하게 포함됐습니다. 금액으로는 약 2000억 달러어치입니다.

중국의 반격도 거셉니다. 미국산 수입품 5140개 품목에 최고 25%의 관세를 부과했습니다. 금액으로는 약 600억 달러어치입니다. 면화, 육류, 주류와 함께 액화천연가스(LNG), 목재 등을 포함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정치적 기반인 ‘팜벨트(농업지대)’를 집중 공략하려는 의도입니다. 중국은 관세 인상과 별도로 미국산 대두(콩)의 추가 수입도 중단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중국이 만지작거리는 진짜 강력한 카드는 ‘희토류(稀土類)’입니다. 희토류는 연하고 열을 잘 전도하는 양도체로 첨단 산업에서 없어서는 안 될 원료입니다. 희토류 없이는 휴대전화, 반도체, 전기차는 물론이고 미사일과 레이더도 만들 수 없습니다. 신재생에너지, 의료 분야에서도 희토류는 필수 광물입니다. 중국은 전 세계 희토류 생산량의 95%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희토류 수출을 통제해 무역 보복을 하겠다는 뜻입니다. 중국으로부터 희토류 수요의 80% 이상을 수입하는 미국으로서는 그 타격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미 중국은 자원을 무기화한 전례가 있습니다. 2010년 중국과 일본 간에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둘러싼 영토 분쟁이 격화될 때 중국은 희토류 수출 제한이라는 카드를 꺼내 들었습니다. 당시 일본은 일본 순시선을 들이박은 혐의로 억류한 중국 선박의 선장을 석방하며 자세를 낮췄습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29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만날 예정입니다. 트럼프와 시진핑 모두 양보 없이는 파국을 맞이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오사카 정상회담을 계기로 양국이 극적인 돌파구를 찾을지, 아니면 벼랑으로 향할지 세계가 숨죽여 지켜보고 있습니다.

박인호 용인한국외대부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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