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선수들 앞에서 바지 벗겨져 모멸감”…“장난이었는데 사과하고 싶다”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6월 25일 18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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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트트랙 또 성폭력 논란… 전원 선수촌 쫓겨나

쇼트트랙 대표팀.(대한빙상경기연맹 제공). © News1
쇼트트랙 대표팀.(대한빙상경기연맹 제공). © News1
쇼트트랙 국가대표 선수단이 또 성폭력 논란에 휩싸였다. 대한체육회는 25일 쇼트트랙 남녀 선수 8명씩과 지도자 5명 등 21명 모두를 충북 진천선수촌에서 내보내는 중징계를 결정했다. 특정 종목 선수와 지도자가 모두 쫓겨난 것은 국가대표선수촌이 생긴 이래 처음이다.

17일 선수촌내 웨이트트레이닝 훈련장에 설치된 암벽등반시설에서 훈련을 하던 국가대표 A가 후배 B의 바지를 잡아 내렸다. 여자선수들까지 보고 있는 상황에서 모멸감을 느낀 B는 코칭 스태프에 이를 보고했고 코칭 스태프는 이를 대한빙상경기 연맹에 알렸다.

B는 소속 매니지먼트사를 통해 “암벽에 매달려 있어 손을 못 쓰는 상황이었다. 현재 집에서 안정을 취하고 있으나 당시의 충격이 진정되지 않아 밤에 잠을 못 자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A는 연맹 관계자를 통해 “피해를 느낀 선수에게 미안하다. 악의 없이 장난으로 한 행동이 이런 결과를 불러올지 몰랐다. 당사자와 팀원 모두에게 진심으로 사과하고 싶다”고 했다. 코칭 스태프는 두 선수의 화해를 시도했으나 이루어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24일 경위를 보고받은 신치용 진천선수촌장은 종목단체의 결정에 앞서 선수단 전원 퇴촌 및 ‘1개월 훈련지원 중단’ 결정을 내렸다. 신 총장은 “단순히 가해자를 처벌하는 정도로는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해 지도자까지 징계 대상에 포함시켰다”고 설명했다.

쇼트트랙 대표팀은 올해 초 조재범 전 코치의 성폭행 혐의가 폭로되면서 스포츠계 전반에 걸친 성폭력 논란을 불러일으켰지만 이후에도 계속 물의를 일으키고 있다. 2월에는 남자 선수가 여자 숙소에 출입한 사실이 드러나 퇴촌 당하기도 했다.

연맹은 지난해 9월 잇단 사건사고로 인해 문화체육관광부의 감사를 받은 뒤 임원 전원이 해임됐고 관리단체로 지정됐다. 대한체육회가 구성한 관리위원회가 연맹을 운영하고 있다. 연맹이 정상적인 체제를 갖추지 못한 채 장기간 운영되면서 선수관리에 구멍이 생기고 있다.

엘리트 스포츠개혁을 위한 사회 각계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도 성폭력 관련 사건이 계속 터져 나온데 대해 선수들의 성폭력에 대한 인식이 아직도 나아지지 않고 있다.

또한 대한체육회를 비롯한 엘리트 스포츠인들이 정부의 합숙소 폐지 등에 대한 스포츠개혁안에 반발하고 있지만 합숙 훈련 도중 계속해서 성폭력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정부와 체육계가 머리를 맞대고 스포츠개혁안을 도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에 앞서 체육계가 먼저 구체적인 재발 방지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연맹과 체육회는 다음 주 중 이번 사건에 대한 징계수위를 정할 방침이다. 비슷한 사안에 대해 연맹과 체육회가 그동안 여러 차례 제 식구 감싸기 식의 징계를 내려왔기 때문에 이번 징계절차와 내용도 주목을 받고 있다.

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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