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성훈 前 통일연구원장 “北이 말하는 비핵화는 출구 없는 터널”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6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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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성훈 前 통일연구원장 화정국가대전략 월례강좌 강연

“비핵화 프로세스를 터널에 비유하면서 입구와 출구를 찾는 분들이 많다. 하지만 북한이 말하는 비핵화는 출구가 없는 터널이다.”

박근혜 정부 시절 대통령안보전략비서관을 지낸 전성훈 전 통일연구원장(사진)은 24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동아일보 부설 화정평화재단·21세기평화연구소(이사장 남시욱)가 개최한 제24회 화정국가대전략 월례강좌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친서 외교’를 벌이면서 비핵화 협상이 급진전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에 대해 이같이 평가했다. 북한이 핵을 포기할 의사가 없다는 점은 이미 분명해진 만큼 미국 전술핵무기의 한반도 재배치를 통한 남북 간 군축협상에 임할 구상까지도 고려해야 한다고 전 전 원장은 주장했다.

전 전 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에 오고 북한과의 친서 교환 소식에 기대감이 올라가지만 결국 30년 동안의 연극이 되풀이되고 있는 셈”이라며 “북한은 핵보유국이다. 지금은 시간을 끌면서 핵보유국이란 깃발을 꽂은 것을 다지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북한이 말하는 비핵화는 1990년대부터 ‘조선반도 비핵화지대’로 우리가 말하는 비핵화와 달랐는데, 북한의 입장을 우리식으로 해석하려다 일이 꼬였다”고도 했다.

미국의 전술핵을 다시 한반도에 들여오는 방안에 대한 반대 여론이 있을 수 있지만 “미국에 방위 공약을 행동으로 보이는 것이 북한 도발을 억제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차원에서 설득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실제 사용할 수 있는 핵무기를 갖고 있지 않을 때는 미 핵우산을 활용한 ‘확장 억제’(extended deterrence)와 같은 말 정도로 괜찮았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며 “전술핵 재도입은 우리가 핵무기를 직접 개발하는 것이 아니다. 비확산 체제의 위반과도 관계가 없다”고 주장했다.
 
한기재 기자 record@donga.com
#화정 평화재단#전성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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