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목조르면 전쟁” 美中 갈등, 무역 전쟁 넘어 중동 문제로 확산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6월 24일 16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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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미국의 이란 추가 제재 움직임에 전쟁 가능성까지 경고하며 강력 대응에 나섰다.

중동은 원유 수입 및 일대일로(一帶一路) 사업 등에서 중국의 핵심 이해관계가 걸려 있는 전략적 요충지다. 핵심적인 이익과 관련된 사안에서 충돌하면서 미중 갈등은 무역 전쟁을 넘어 이란 등 중동 문제로도 확산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런민(人民)일보의 자매지 환추(環球)시보는 24일 사설에서 “미국의 이란 제재는 이란을 목 졸라 죽이려 것이고 이는 전쟁에 불을 붙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신문은 “미국이 (핵문제와 관련해) 이란에 요구하는 조건은 단지 이란의 핵 보유를 막으려는 것만이 아니라 국가의 기본 노선을 바꾸라는 것으로 매우 가혹하다”고 지적했다. 이란을 예시했지만 남 얘기 같지 않은 내용을 전한 것이다.

이어 “미국이 이란 정권을 파괴하고 전복하지 않는 한 이런 요구는 비현실적”이라며 “이렇게 이란을 목 졸라 죽이려 하면 조만간 무력충돌이 일어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주장했다. 환추시보의 영자지 글로벌타임스도 “중국은 자신의 경제 이익과 안보를 지킬 수 있는 적극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글로벌타임스에 따르면 중국은 소비 원유의 절반을 아랍 국가들과 이란으로부터 수입한다. 중국은 2017년 기준 이란산 원유의 최대 수입국이다. 이란을 포함해 중동 여러 국가들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추진 중인 경제영토 확장 프로젝트인 일대일로의 주요 참여국들이다. 중국은 중동 국가들에 230억 달러 규모의 차관과 지원, 280억 달러어치의 투자와 건설 계획도 약속했다. 이런 상태에서 미국이 이란을 추가 제재해 충돌이 발생하면 중국도 직접적 타격을 입게 된다…

앞서 18일 왕이(王毅)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베이징을 방문한 왈리드 무알렘 시리아 외무장관과 회담 후 기자회견을 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미·이란 갈등에 대해 “미국은 판도라 상자를 열지 말라”라고 요구했다. 왕 부장은 “중국은 모든 당사국이 이성을 유지하고 억제력을 발휘할 것을 촉구한다. 특히 미국이 (이란에 대한) 극한의 압박 방식을 바꿔야 한다”며 “(미국의) 어떠한 일방주의적 행동도 국제법상 근거가 없다”고 했다. 왕 위원은 지난달 베이징을 방문한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에게도 “이란이 정당한 권익을 지키는 것을 지지한다. 이란에는 현재 핵 문제 관련 긴장이 조고된 상황에 대한 책임이 없다. 중국은 미국의 일방적인 제재를 결연히 반대한다”며 이란 편을 들었다.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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