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 출퇴근 앞뒤 1시간씩 ‘공짜노동’…종합병원에 만연

  • 뉴시스
  • 입력 2019년 6월 24일 12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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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개 병원 37건 법 위반 적발…3건 과태료·3건 범죄인지
고용부 "출퇴근 전후 인수인계 당연 근로시간으로 봐야"
'공짜노동' 예방 위해 '출퇴근 관리 시스템' 구축 권고도

간호사들이 업무 인수인계를 위해 출근 시간보다 1시간 먼저 나와 일하고, 1시간 늦게 퇴근함에도 연장근로수당을 주지 않는 ‘공짜 노동’을 시키고 있는 병원들에 대해 고용노동부가 엄중 경고하고 재발 방지에 나섰다.

고용부는 24일 지난해 4월부터 10월까지 종합병원 50개소를 대상으로 근로조건 자율 개선 사업을 진행하고 자율 개선을 이행하지 않은 11개 종합병원을 대상으로 수시 근로감독을 실시한 결과, 총 37건의 노동관계법 위반 사항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2018년 4월부터 10월까지 종합병원 50개소를 대상으로 근로 조건 자율 개선 사업을 진행했다.

특히 근로감독 결과 11개 모든 병원이 연장근로 수당을 미지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고용부 권기섭 근로감독정책단장(국장)은 “병원업계 전반에 이른바 공짜 노동이 널리 퍼져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법을 지키는 분위기 확산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고용부에 따르면 교대 근무를 하는 간호사들의 경우 환자 상태 확인 등 인수 인계가 필수적인 상황에서 정해진 근무시간보다 일찍 출근하고 늦게 퇴근하는 것이 일반적임에도 대부분 병원에서 출퇴근 시간을 관리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지 않았다.

고용부는 병원 전산시스템에서 디지털 증거 분석을 통해 연장근로 증거를 확보하고 연장근로 수당이 정상적으로 지급되지 않은 사실을 밝혀냈다.

실제로 근로감독 결과 A병원은 3교대 근무 간호사가 환자 상태 등을 확인하기 위한 인수인계 과정에서 상시적으로 발생하는 조기 출근 및 종업 시간 이후 연장근로를 인정하지 않아 직원 263명에게 연장근로 수당 1억9000여만원을 지급하지 않았다.

B병원은 내부 규정상 오후 근무시간(오후 2~10시)을 초과해서 일한 사실이 있는 직원 1107명에게 야간근로근로수당 1억9000여만원을 지급하지 않았다.

고용부 관계자는 “간호사들이 인수인계를 위해 앞뒤로 추가 근무하는 시간은 당연히 근로시간에 포함된다. 법원도 판례를 통해 근로시간으로 보고 있다”며 “이에 따라 인수인계 과정에 대해서는 당연히 추가근로 수당을 지급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정규직 노동자에게 지급하는 수당을 동종 또는 유사한 업무에 종사하는 비정규직 노동자에게는 지급하지 않아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차별적 처우 금지를 위반한 사례도 확인됐다.

일부 병원에서는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최저임금액에 미달하는 금액을 지급하고, 서면 근로 계약을 제대로 체결하지 않은 사례도 적발됐다.

실제 C병원은 단체 협약에 규정된 자기계발비 지급 대상에서 기간제 노동자를 제외한 것으로 드러났다.

D병원의 경우 정규직 약사에게는 조정 수당을 지급하면서 비정규직 약사에게는 지급하지 않아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차별적 처우 금지를 위반했다.

그동안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병원 내의 ‘태움’ 관행과 관련해서도 여전히 병원 내 괴롭힘 사례가 적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구체적으로 환자들과 함께 있는 장소에서 선배로부터 인격 모독성 발언을 들은 사례, 신규 간호사로 입사한 후 업무를 가르쳐 주는 선배 간호사로부터 업무를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지속적인 폭언을 들은 사례, 수습 기간에 업무를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꼬집히고 등짝을 맞은 사례도 적발됐다.

권 국장은 “일부 병원에서는 직장 내 괴롭힘을 예방하기 위해 자체적으로 캠페인을 진행하거나 직원 대상 교육을 하고 노사 간에 협의를 진행하는 등 개선 움직임이 있지만 전반적으로는 직장 내 괴롭힘 예방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 마련 등이 더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 관련 개정 근로기준법은 다음달 16일 부터 시행된다.

고용부는 이번에 적발한 총 37건 중 31건에 대해서는 시정지시하고, 3건에 대해서는 과태료를 부과했다. 또 3건에 대해서는 범죄로 인지해 관련 법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고용부는 ‘공짜 노동’을 예방하기 위해 체계적인 출퇴근 관리 시스템을 구축하고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차별적 처우 예방을 위해 인사노무관리 시스템을 개선하도록 권고할 예정이다.

아울러 직장 내 괴롭힘 예방을 위해서도 직장 내 괴롭힘 예방과 발생 시 조치 등에 관해 취업 규칙에 조속히 반영하는 등 자율적인 예방·대응체계를 만들도록 지도할 계획이다.

권 국장은 “앞으로도 병원업계에 대해서는 정기적으로 근로 감독을 실시해 의료현장에서 노동 관계법을 위반하는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적극적으로 대응해 나갈 것”이라며 “이번 종합 병원에 대한 수시 근로 감독이 병원업계 전반에 법을 지키는 분위기를 확산시키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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