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靑 “대통령이 軍브리핑 질책… 초기상황 공유한 안보실도 소홀”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6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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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어선 노크귀순 파문]‘경계실패 대응 부실’ 靑책임 인정

북한 어선 ‘해상 노크 귀순’ 파문이 갈수록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청와대가 뒤늦게 국가안보실의 책임론을 구체적으로 인정하고 나섰다. 야당이 국정조사와 외교안보라인 교체를 요구하며 청와대를 정조준하자 군(軍)의 경계 실패를 질책하는 데서 한발 더 나아가 “안보실 대응에도 문제가 있었다”고 밝히며 사태 진화에 나선 것이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2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사건 초기부터 상황을 공유하고 협의했던 국가안보실도 소홀함이 있었다”고 밝혔다. 고 대변인은 “17일 국방부 브리핑 시, 국가 안보를 책임지고 있는 군으로서 국민들께 사건의 정확한 경위와 함께 경계 태세에 문제가 있었다는 사실을 정확히 보고드리지 못했다. 그래서 대통령의 해당 브리핑에 대한 질책이 있었고 이후 총리와 국방부 장관의 대국민 사과가 이어졌다”며 이같이 적었다. 21일 윤도한 대통령국민소통수석비서관이 “(안보실을 포함해) 전반적인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고 밝힌 데 이어 다시 한번 공개적으로 이번 사태에 대한 안보실의 책임을 일부 인정한 것. 청와대 대변인이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특정 사안에 대한 해명을 내놓은 것은 이례적이다.

청와대가 뒤늦게 안보실의 책임을 일부 인정하고 나선 것은 이번 파문이 정치 쟁점화되면서 예상하지 못한 대형 악재가 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가 북한 어선 사건 초기부터 구체적인 사실을 모두 파악하고 있었던 것은 물론이고 군의 대응 과정에서도 군과 협의를 한 사실이 속속 드러나면서 청와대의 책임을 피하기 어렵게 된 상황이다.

특히 23일에는 국회 국방위원회에 따르면 해경은 일반적인 매뉴얼에 따라 청와대 국정상황실과 안보실 산하 국가위기관리센터, 합동참모본부나 국가정보원 등에 상황보고서를 전파하기 직전 핫라인을 통해 청와대에 긴급 보고를 한 사실도 드러났다. 청와대와 해경이 초기부터 이번 북한 어선 귀순 사건의 진실을 알고 있었고, 이를 중대한 사안이라고 보고 있었다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군 관계자에 따르면 해경은 신고 접수 19분 만인 오전 7시 9분부터 해경이 청와대와 합동참모본부, 국정원 등에 보낸 상황보고서를 지역 통합방위작전 책임을 맡고 있는 육군 23사단에는 보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자유한국당 등 야당은 청와대를 축소 은폐 의혹의 몸통으로 지목하면서 청와대를 향한 공세 수위를 한층 끌어올리고 있다. 이에 대해 고 대변인은 “이 일이 정쟁으로 이어지지 않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북한 어선 귀순을 ‘대국민 사기극’으로 규정하고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및 정경두 국방부 장관 경질 요구와 국정조사 카드를 꺼내든 야당의 요구를 ‘정쟁’으로 표현하며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

고 대변인은 또 “일부 언론에서 말하는 것처럼 은폐는 없었다”면서 “이미 해경 공지문에서 발표한 북한 목선의 발견 지점을 군이 굳이 숨길 이유가 없다”고 했다. 이어 고 대변인은 “정부는 빠른 시간 안에 정확한 진상을 파악해 공개하도록 하겠다”고 청와대의 자체 조사 계획을 강조하며 야당의 국정조사 요구에도 선을 그었다.

문병기 weappon@donga.com·장관석 기자
#노크귀순#청와대#국방부 브리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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