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이란 군사옵션 계속 테이블 위에 올려질 것…베프될 수도”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6월 23일 16시 2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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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2일 이란의 미 무인정찰기 격추에 따른 보복 조치와 관련해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군사옵션은) 계속 테이블 위에 올려져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24일 이란에 대해 추가 제재를 부과할 것이라며 이란을 압박했다. 그런 가운데 군사 공격 결정을 막판에 거둬들인 이후 뾰족한 대응책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2일 백악관에서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을 통해 “일부 제재는 천천히, 다른 것들은 더 빠르게 진행될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20일 백악관에서 이뤄졌던 이란 공격명령 및 감행 직전의 철회 과정과 관련해서는 “(공격 시 사망할 것으로 예상됐던) 150명의 이란인을 죽이고 싶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사람들이 나를 전쟁광이라고 부르더니 이제는 비둘기파라고 부른다”며 “나는 둘 다 아니고 상식을 가진 사람”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이란이 핵무기를 갖도록 놔두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하며 “이란이 이에 동의하면 부강한 나라가 될 수 있을 것이고, 행복할 것”이라고 말했다. “내가 그들의 ‘베프(best friend)’가 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다만 미국은 20일 컴퓨터 시스템 등 이란에 대한 사이버 공격은 감행했다고 뉴욕타임스(NYT) 등이 보도했다. 미 언론들은 당분간 물리적 충돌 대신 비군사적 경제적 제재 등이 지속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란 근해에서 격추된 미군의 무인정찰기는 이란 영공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비행한 것으로 보인다. 격추 이후 미 국방부와 이란군이 발표한 사건 당일 이 무인기의 비행 궤적을 살펴보면 이 무인기는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해 이란 남동부까지 갔다가 귀환하던 중이었다. 영공 침범 여부에는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이란 영공의 경계선을 따라 비행한 것으로 보인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 사안과 관련해 다소 톤다운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도 불구하고 이란 군 당국은 미국에 대해 ‘위협에는 위협으로(threat for threat)’ 대응 원칙을 밝히며 군사적 긴장을 재차 고조시키고 있다. 이란군 참모본부의 아볼파즐 시카르치 준장은 이날 타스님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만약 적이 우리에게 총알을 한 발 쏠 경우 10발을 맞게 될 것이라는 게 ‘위협에는 위협으로’의 의미”라고 말했다. 이란에 대한 공격은 행위자로 하여금 후회할 만한 ‘역사적 대응’을 이끌어낼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란이 미국 정부와 민간 기업을 상대로 사이버 공격을 가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21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사이버 보안업계는 미 정부와 석유, 가스 등 에너지 관련 기업을 겨냥한 것으로 보이는 해킹 시도를 포착했다. 이란 정부가 배후에 있는 것으로 의심된다고 WSJ는 전했다.

일촉즉발 위기까지 갔던 양국 간 충돌 상황을 놓고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정책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란에 대한 보복공격 철회 사례를 들어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정책을 둘러싼 혼란상을 전하면서 “중동뿐 아니라 전 세계에 걸쳐 미국의 외교 정책을 관통하는 ‘일관성 부족’을 다시 한 번 부각해주는 대목”이라고 비판했다.

워싱턴=이정은특파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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