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저격수’는 일면, 혁신성장 본격 추진”…여권에서 본 김상조 임명 배경

  • 뉴시스
  • 입력 2019년 6월 21일 18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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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전반과 시장에 대한 이해도 높고 균형감 뛰어나"
"소주성·공정경제·혁신성장 바탕으로 패러다임 전환"
金 "만병통치약식 처방 고집 안해…일관성·유연성 조화"

과거 ‘재벌 저격수’로 불렸던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청와대 정책 사령탑인 정책실장에 임명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 실장은 2017년 공정위원장으로 임명되기 전 참여연대, 경제개혁연대 등 주로 시민사회단체에서 활동하며 재벌 개혁운동을 펼쳐온 소장파·진보 경제학자다.

이 때문에 문재인 대통령이 ‘성장 정책’보다는 ‘분배 정책’에 무게를 싣기 위해 김 실장을 임명했다는 관측도 나오지만 청와대와 여권 관계자들의 생각은 다르다. 김 실장이 대중에게 알려진 것 만큼 과격하지 않다는 설명이다. 또 문재인 정부의 3대 경제 정책 기조 중 ‘소득주도성장’과 ‘공정경제’ 뿐만 아니라 성장 정책인 ‘혁신성장’에 대한 이해도도 매우 높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 청와대 관계자는 “김 실장을 ‘재벌 저격수’ 또는 ‘저승사자’로 보는 것은 굉장히 일부분만 보는 것”이라며 “그는 학자 시절부터 산업 전 분야에 걸쳐 굉장히 깊이 있게 고민을 했던 사람”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우리는 김 실장이 산업 경쟁력 제고, 신산업 육성, 미중 무역전쟁 대처, 사회 안전망 확충 등 여러가지 경제 정책을 균형 있게 다룰 수 있는 분이라고 보는 것”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재벌 저격수’가 별명이었던 김 실장은 경제 민주화 열풍이 불던 지난 2012년 출자총액제한제·순환출자금지·금산분리 등 전통적 재벌개혁 이슈가 선거 쟁점으로 부상하는 것에 대한 우려를 표시하기도 했다. 그는 오히려 경제 패러다임 전환에 관심을 쏟았다. 신자유주의, 사민주의와 같은 전통적 개념의 체제가 더이상 우리 시대의 대안이 될 수 없다고 보고 사회 구성원들이 수용할 수 있는 새로운 모델을 찾아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다.

이런 고민을 바탕으로 2017년 대선 때는 문재인 캠프에 합류해 보수 경제학자인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 함께 J노믹스의 밑그림을 그리기도 했다.

공정위원장 재직 시절에도 ‘저승사자’처럼 과격하게 재벌을 몰아붙이진 않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소유·지배구조의 자발적인 개선을 유도해 재벌의 순환출자 고리를 대부분 해소하는 성과를 거뒀다.

여권에서도 김 실장의 기용이 비교적 무난한 인선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한 여권 관계자는 “김 실장이 시민단체 출신이지만 시장에 대한 이해가 넓고 합리적인 분이라고 생각한다”며 “재야·학계 출신이라 원칙적이고 근본주의적인 생각을 갖고 있지 않을까 했느데 실제 만나서 얘기해보면 시장 친화적이고, 개혁을 하더라도 시장의 범위를 넘어설 수 없다는 생각이 있는 분”이라고 평가했다.

다른 여권 관계자는 “국민들은 대기업 중심의 우리 경제가 지속가능하지 않다고 보고 경제 패러다임을 바꾸라고 요구하고 있다”며 “패러다임을 전환하려면 소득주도성장 뿐 아니라 혁신성장을 해야 한다. 혁신성장은 아이디어를 가진 기업인들의 창업 열풍이 불도록 해줘야 한다. 이 때문에 공정경제 없이는 혁신성장도 어렵다. 김 실장이 그것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청와대는 민간 출신 경제 전문가인 김 실장과 정통 경제 관료 출신인 이호승 신임 경제수석의 조합이 내는 시너지도 기대하고 있다. 문 대통령과 생각이 잘 맞는 김 위원장이 소득주도성장과 혁신성장, 공정경제라는 큰 틀에서 경제 정책을 디자인하고, 거시 정책 전문가인 이 실장이 대외 리스크 관리와 세부적인 정책 운용을 꼼꼼하게 챙기는 역할 분담이 가능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김 실장은 이날 임명 직후 청와대를 방문한 자리에서도 정책의 ‘일관성’과 ‘유연성’을 동시에 추구하겠다는 생각을 밝혔다.

김 실장은 “하나의 선언전인 전략, 만병통치약식 처방을 고집하는 것이야말로 실패를 자처하는 길일 것”이라며 “경제 정책의 성공을 위해 일관성과 유연성이라는 상반되는 두가지 기준을 조화시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의 밝은 면은 계승해야 하고, 과거의 안 좋은 면으로 회귀하고자 한다면 실패를 자처하게될 것”이라며 “이것이 문재인 정부가 경제 패러다임 전환을 시대의 과제로 제시한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물론 정답은 없다. 사람마다 생각이 다른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또한 경제 패러다임 전환이 1-2년 만에 달성될 수 있는 것도 아니다”라며 “새로운 균형을 찾아가는 과도기에 굴곡이 있을 수 밖에 없다”고 부연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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