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N 간판 앵커 “트럼프, 히틀러처럼 증오 퍼뜨려”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6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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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이 나쁜 사람 거짓말 전파… 유색인종에겐 생사 걸린 문제”
폭스뉴스는 트럼프 두둔하며 반박

미국 CNN의 간판 앵커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나치 독재자 아돌프 히틀러에 비유해 논란이 일고 있다고 폭스뉴스 등이 19일 전했다.

CNN의 시사 프로그램 ‘CNN투나이트’ 진행자인 흑인 앵커 돈 레몬(53·사진)은 18일 밤 동료 백인 앵커 크리스 쿠오모와 교대하며 “언제까지 트럼프에게 놀아날 것이냐”고 대통령 지지자를 비난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을 히틀러에 비유하며 대통령의 말을 그대로 전하는 언론에도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레몬은 “언론이 ‘나쁜 사람(bad people)’에게 거짓말을 퍼뜨릴 수단을 제공해선 안 된다. 당신이라면 역사를 되돌아봤을 때 ‘그들(히틀러 같은 사람들)의 증오와 선전, 거짓말을 퍼뜨릴 수 있어 기쁘다’고 말하겠느냐”고 쿠오모에게 되물었다.

쿠오모가 “너무 극단적 예시라 문제가 있다”고 하자 레몬은 “나 같은 사람에게는 미 대통령이 ‘센트럴 파크 파이브’ 문제를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생사(生死)가 달렸다”고 받아쳤다.

센트럴 파크 파이브는 1989년 뉴욕 맨해튼 센트럴파크에서 백인 여성이 성폭행을 당하자 경찰이 흑인 및 히스패닉계 청소년 5명을 범인으로 지목한 사건이다. 이후 진범이 잡혀 풀려났지만 미국의 유색인종 차별을 보여주는 대표 사례로 남았다. 당시 뉴욕 부동산 재벌이었던 트럼프 대통령은 진범이 잡히기 전 뉴욕타임스(NYT)에 “용의자 5명을 사형에 처하라”는 전면 광고를 실었다. CNN 인터뷰에서 “우리 모두 그들을 증오하자”고도 했다. 레몬은 이 사건을 거론하며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사회에서 이민자들을 ‘악마’로 만들었다. 이는 정상이 아니다. 모든 유색인종의 문제”라고 주장했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친(親)트럼프 성향 언론인은 레몬을 거세게 공격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아끼는 언론인으로 유명한 숀 해니티 폭스뉴스 앵커는 19일 방송에서 아예 CNN 사장을 거론했다. 해니티는 “당신 휘하의 레몬이 이런 발언을 하게 내버려둔 것을 부끄러워하라”고 일갈했다.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미국 cnn#도널드 트럼프#나치 비유 논란#폭스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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