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 기자단, 김여정 영상 묵음 “협의 대상 아니다” 靑 당국자 발언에 “유감”

  • 뉴시스
  • 입력 2019년 6월 17일 20시 2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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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 권리 입맛대로 재단할 수 있다는 인식 곤란"

통일부 기자단은 17일 김여정 북한 제1부부장의 고(故) 이희호 여사 조의문 전달 영상 묵음 편집 제공 여부는 기자단 협의 대상이 아니라는 청와대 고위 당국자 발언에 유감을 표명했다. 이번 성명에는 통일부 출입 51개 언론사 중 44개사가 참여했다.

통일부 기자단은 이날 성명을 통해 “지난 14일 청와대 고위 당국자가 백그라운드 브리핑에서 남북관계 관련 보도에 대해 독자와 시청자의 알 권리는 물론 충실한 사실 전달을 위한 기자단의 노력을 경시하는 발언을 한 것에 이의를 제기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기자단은 “지난 12일 북측이 판문점을 통해 고 이희호 여사에 대한 조의문과 조화를 전달하는 상황에 즈음해 지역적 특수성과 시간적 제약 등을 감안해 정부 전속 인력이 촬영한 사진, 영상을 제공받기로 통일부 측과 사전 협의했다”며 “이때 기자단은 영상 속 음성을 삭제하지 말 것을 특별히 통일부에 요청했다”고 밝혔다.

당시 북측이 당일 오전에 조의문 전달 의사를 통지함에 따라 유엔사와 취재진의 판문점 군사분계선(MDL) 통과 절차를 진행하기에 시간이 촉박하다는 등의 이유로 이같은 방식을 제안했다. 이에 따라 정부 전속 인력이 촬영과 영상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기자단과 협의가 이루어졌다. 당시 조의문은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전달됐다.

기자단은 “이 여사에 대한 북측 김 제1부부장의 언급은 보도할 가치가 높은 요소이고, 그의 음성이 공개되는 것이 알 권리에도 부합한다고 판단했다. 또 김 제1부부장이 전하는 추모 메시지는 각별하게 비밀을 유지해야 하는 사안도 아니라고 봤다”며 “그러나 정부는 당일 저녁에 사전 설명이나 양해 요청 없이 일방적으로 음성을 삭제한 영상을 기자단에 제공했다”고 밝혔다.

이에 기자단은 통일부에 경위 설명을 요구했고, 통일부는 다음날 음성이 삭제된 영상이 기자단에 제공된 경위를 설명하고 유감을 표명했다. 남북 가 사안의 경우 뉴스가 발생하는 공간에 대한 접근이 여의치 않을 경우 정부가 전속 인력을 통해 촬영한 사진과 영상 등을 제공하게 되고, 이 과정에서 음성이 삭제된 영상이 제공되기도 하지만 이 경우 ‘특수성’과 ‘공익’ 등을 종합적으로 놓고 기자단과 사전 협의를 거쳐왔다는 게 기자단의 설명이다.

그럼에도 논란이 커진 것은 청와대 고위 당국자의 발언 때문이다. 청와대 고위 당국자는 지난 14일 ‘묵음처리’된 영상이 제공된 것과 관련해 “저희(정부)가 북측 판문점 지역에 전속이 들어가서 촬영을 하기로 결정하고, 그것을 배포했으면 되는 부분이었다”며 “그것이 통일부 출입기자단과 협의할 대상은 아니었다”고 일축했다.

기자단은 이에 대해 “이(발언)는 통일부와 기자단이 사전 협의해 온 신뢰, 협력 관계를 무시하는 무책임한 언급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며 “엄연한 상대가 있는 대북, 외교안보 정책을 추진하며 때로는 남북 대화와 접촉의 내밀한 부분을 공개하지 못하는 상황에 대해서도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다. 그러나 청와대 고위 당국자의 발언처럼 과도하게 비밀주의를 추구하며 정부와 기자단 사이의 협력 체계를 부정하고, 나아가 독자와 시청자의 알 권리를 입맛대로 재단할 수 있다는 인식은 곤란하다”고 꼬집었다.

기자단은 그러면서 “해당 발언을 한 청와대 고위 당국자에게 유감의 뜻을 밝힌다”며 “정부는 향후 남북 대화와 접촉, 방북 등과 관련해 독자와 시청자의 알 권리를 보다 적극적으로 감안해 북측과 협의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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