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이란 갈등 격화속 유조선 2척 의문의 피격… 중동 긴장 고조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6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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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해안서 45km 떨어진 해역
日-노르웨이 업체 소유한 선박들… 日선박은 두차례 포탄 공격 받아
누가 공격했는지는 안 밝혀져… 日, 아베 이란 방문중 발생해 촉각
美, 지난달 피격땐 이란 배후 지목… 뉴욕시장 원유 거래가격 급등

세계 주요 원유 수송로인 중동 호르무즈해협 인근 오만해(海)에서 대형 유조선 2척이 정체를 알 수 없는 공격을 받았다고 13일 AP통신 등이 보도했다. 지난달 12일 인근에서 유조선 4척이 의문의 공격을 받은 지 약 한 달 만이다. 미국과 이란 갈등이 격화하는 가운데 이번 피격으로 중동 정세에 더 큰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바레인에 주둔 중인 미 해군 5함대는 이날 “오전 6시 12분과 7시에 오만해에 있는 각각 다른 유조선으로부터 조난 호출을 받았다”고 밝혔다. 피격 유조선은 각각 ‘프런트 알타이르’(마셜제도 선적), ‘고쿠카 커레이저스’(파나마 선적)로 확인됐다. 해운 정보업체 마린트래픽에 따르면 프런트 알타이르호는 석유화학제품 ‘나프타’를 싣고 아랍에미리트(UAE)에서 대만으로, 고쿠카 커레이저스호는 메탄올을 싣고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싱가포르로 향하고 있었다. 사고 지점은 이란 해안으로부터 불과 약 45km 떨어져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두 배에 탔던 선원 44명은 무사히 탈출했으며, 1명이 부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NHK 등에 따르면 일본 선사 ‘고쿠카 산업’은 자사 선박 고쿠카 커레이저스호가 두 차례 포탄 공격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날 오전 7시경 첫 번째 포탄이 선체 좌측 뒤편에 맞아 기관실에 불이 났다. 선원들이 불을 진화했지만 약 3시간 뒤 두 번째 포탄이 선체 좌측 부분을 타격했고 선장은 탈출을 지시했다. 당시 주변엔 포탄을 발사한 정체불명의 선박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프런트 알타이르호는 어뢰로 추정되는 공격을 받고 화염에 휩싸였다. 이 선박을 소유한 노르웨이 선사 ‘프런트라인’의 로버트 매클라우드 최고경영자(CEO)는 AFP통신에 “배가 침몰하지는 않았다”고 전했다. 이 선박에 타고 있던 선원들은 현대상선 소속 ‘현대두바이’호가 전원 구조했다. 현대상선에 따르면 현대두바이호는 이날 오전 6시 4분 프런트 알타이르호로부터 “3차례 폭발음이 발생해 화재가 났다”는 내용의 긴급 구조 신호를 받고 전속력으로 이동해 74분 만에 구명정 등으로 선원 23명 전원을 구조했다.

공격 이유나 주체는 확인되지 않았다. 하지만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미국과 이란의 중재자를 자임하며 이란을 방문 중인 가운데 일본 해운회사 소속 배가 공격을 당했다는 점 때문에 일본 정부는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아베 총리는 하루 전 1978년 후쿠다 다케오(福田赳夫) 총리 후 41년 만에 이란을 찾았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이날 “사고 유조선 2척이 일본 관련 화물을 싣고 있었다”고 밝혔다.

지난달 이곳에서 사우디아라비아 선박 2척 등 유조선 총 4척이 피격됐을 때 미국과 사우디는 이란을 배후로 지목했다. 하지만 이란은 “미국과 이스라엘이 꾸민 공작”이라고 맞섰다. 하산 로하니 대통령은 이날 TV연설에서 “우리는 걸프 지역 평화와 안정을 보장하기 위해 늘 노력해왔다”며 공격 배후설을 부인했다.

피격 사건이 일어난 오만해 인근의 호르무즈해협은 세계 해상 원유 수송량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요충지다. 유조선 피격 사실이 알려진 12일 미 뉴욕시장의 브렌트유 가격은 배럴당 4.5% 급등한 62.24달러에 거래됐다. 13일 오전 9시 15분 기준 뉴욕시장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일 대비 3.11% 오른 52.73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위은지 wizi@donga.com·변종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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