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donga.com

업종 융합 - 증여 유도 등 시대 변화 못따라간 찔끔 규제완화
더보기

업종 융합 - 증여 유도 등 시대 변화 못따라간 찔끔 규제완화

세종=김준일 기자 , 신희철 기자 , 최혜령 기자 입력 2019-06-12 03:00수정 2019-06-12 06:03
뉴스듣기프린트
트랜드뉴스 보기
당정, 가업상속공제 개편안 공개

내년부터 중소·중견기업 오너가 자녀에게 가업을 상속할 때 세제 혜택을 받을 경우 업종, 자산, 고용을 의무적으로 유지해야 하는 기간을 현행 10년에서 7년으로 줄이는 방안을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내놓았다. 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기업 범위(연매출 3000억 원 미만)와 공제한도(500억 원)를 늘려달라는 산업계 요구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가업 상속을 활성화해 성장동력을 키워야 한다는 경제계의 주장과 ‘부의 대물림’을 조장할 수 있다는 시민단체의 비판을 감안한 절충안인 셈이다. 하지만 업종 간 장벽이 무너지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기업을 과거의 틀에 묶어두는 어정쩡한 규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 가업상속공제 사후관리 요건 완화

기획재정부와 민주당은 11일 이 같은 내용의 ‘가업상속공제 개편안’을 발표했다. 가업상속공제는 연매출 3000억 원 미만 기업의 오너가 회사를 자녀에게 넘겨줄 때 과세 대상이 되는 재산가액에서 최대 500억 원을 빼주는 제도다.

관련기사

개편안에 따르면 가업상속공제 후 고용을 의무적으로 유지토록 한 규제가 다소 완화됐다. 지금은 가업 상속 후 10년 동안 정규직 고용인원을 종전의 100% 수준으로 유지해야 한다. 중견기업은 오히려 고용을 더 늘려 종전의 120%를 지켜야 한다. 이번 제도 개편으로 중소기업과 중견기업은 모두 7년 동안 고용이 종전의 100%가 되도록 하면 된다.

당초 경영계는 고용인원 수 대신 독일처럼 인건비 총액을 기준으로 고용유지 조건을 바꿔달라고 요청했지만 반영되지 않았다. 기업 혁신 과정에서 자동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인력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 사정을 감안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스마트 공장 확대로 인력이 줄어들 가능성을 고려해줬으면 한다”고 했다.

당정은 가업상속공제 제도와 별개로 상속세를 최장 20년간 나눠 내는 연부연납제도의 대상도 확대하기로 했다. 지금은 연매출 3000억 원 미만 기업이 해당되지만 모든 중소·중견기업으로 늘린다는 방침이다.

○ ‘융합’ 추세 거스르는 업종 제한 한계

이번 개편안을 통해 정부는 가업상속공제를 받는 기업이 업종을 변경할 수 있는 범위를 다소 늘렸다. 지금은 표준산업분류상 소분류 내에서만 업종을 바꿀 수 있지만 내년부터는 중분류 범위에 있으면 업종 전환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현재 밀가루회사와 제빵회사는 중분류상 식료품 제조업에 속해 있지만 소분류가 달라 업종 간 전환이 불가능하다. 앞으로는 중분류 내에서는 업종 전환을 자유롭게 해 밀가루회사가 제빵업에 진출할 길을 터줬다.

하지만 대분류상에 있는 업종끼리는 전환을 까다롭게 해놨다. 예를 들어 가업상속공제를 받은 화장품업체가 바이오업종으로 영역을 넓히려면 정부가 만든 전문가위원회 심의를 통과해야 한다. 정부가 중견·중소기업에 혁신을 주문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세금 혜택을 빌미로 기업의 변신을 제한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가업상속공제를 부의 대물림 수단으로 보는 시각에 대해 방어장치를 두려다 보니 핵심을 건드리지 못한 때문으로 풀이된다. 독일과 일본은 가업상속공제를 받더라도 업종 변경에 제한을 받지 않는다. 오문성 한국조세정책학회장은 “업종 변경을 막아서 기업이 사양 산업에 매달리게 되면 일자리나 세수에도 부정적 영향을 준다”며 “기업이 원할 때 자유롭게 업종변경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혁신성장이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100년 기업’이라고 해서 반드시 최초의 가업만 고수하기 힘든 현실을 감안해 제도를 유연하게 개편해야 한다는 것이다.

○ 증여 유도 등 시대변화 맞는 개편엔 손 못 대

가업상속공제 개편에서 주요한 이슈 중 하나였던 상속세율 완화에 대해 정부는 ‘절대 수용 불가’라는 견해다. 재계는 한국 상속세율이 최고 50%로 상속세가 있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9개 회원국의 평균 최고세율(26.6%)보다 크게 높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김병규 기재부 세제실장은 “실제로 내는 세금을 기준으로 한 상속세 실효세율은 19.5% 수준”이라면서 “명목세율은 높지만 실효세율은 상당히 낮기 때문에 세율 조정은 전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했다.

기업들은 상속세율을 낮추지 못하면 증여세 과세특례라도 확대해 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부모 생전에 자식세대가 가업을 승계해 책임지고 경영을 하는 게 효율적일 뿐 아니라 고령화가 진행될수록 노인들이 자산을 쥐고 있기보다 소비성향이 높은 젊은 세대에게 미리 증여를 해야 한다는 논리다. 현재 증여세 과세특례 한도는 100억 원으로 상속공제 한도(500억 원)의 5분의 1 수준이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갑작스러운 사후 상속보다 사전 증여를 통해 노하우를 전수하는 것이 안정적인 기업 활동에 도움이 된다”고 했다. 중소기업연구원에 따르면 독일과 프랑스는 상속세와 증여세 모두 인적공제 등에서 동일한 혜택을 주고 있다.

세종=김준일 jikim@donga.com·신희철·최혜령 기자
#증여 유도#가업상속공제#상속세#증여세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기사 의견

주요뉴스

1/3이전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