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노조 만들자는 말까지…르노삼성차 부산공장 노조원들 술렁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6월 11일 18시 1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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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동률이 떨어지다 결국 문을 닫은 한국GM 군산공장처럼 될 수 있다는 걱정이 들어요. 새 노조를 만들자는 말까지도 나와요.” (르노삼성차 노조원)

“노조가 조합원 뜻과 반대로 움직이면서 파업 불참시 징계운운 하기에 노조를 탈퇴해 버렸어요.”(르노삼성차 노조 탈퇴 현장직원)

르노삼성자동차 부산공장 노조원들이 술렁이고 있다. 지난해 6월 시작된 2018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협상이 1년을 끌다가 전면파업으로까지 이어지자 내부 불만이 증폭되고 있는 것이다. 세계 자동차 경기가 꺾인 데다 친환경차로 패러다임이 이동하면서 이대로라면 자칫 존립의 위협까지 받을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 노조 집행부를 선출할 때 ‘강성노조’를 선택했던 르노삼성차 구성원 상당수가 대책 없는 부분 및 전면파업을 겪으며 반 노조 집행부로 돌아섰다는 분석도 나온다.

11일 르노삼성차에 따르면 노조집행부의 전면파업 선언 3일째인 이날 주간 근무조 노조원 1090명 중 67.6%인 737명이 정상 조업에 참가했다. 주야간 통합 정상 근무한 노조원은 62.9%였다. 전날은 이 비율이 62.1%여서 날이 갈수록 정상 근무하는 인원이 늘고 있다.

정상 조업에 참가하는 인원이 는다는 건 현 노조 집행부에 실망한 구성원이 늘어나고 있다는 의미라는 게 르노삼성 직원들의 설명이다. 18년차 직원 A 씨는 “현대·기아차를 보면서 ‘파업하면 임금이 오르겠구나’라는 기대감 같은 것이 있었다. 그런데 노조가 1년에 걸쳐 부분파업을 할 때부터 파업 대신 정상 조업을 선택한 노조원들의 사진을 찍어두는 방식으로 파업 참여를 압박해 실망스러웠다. 그렇게 강성 투쟁을 벌이고도 회사로부터 뭘 받아냈는가”라고 말했다. A씨는 최근 노조를 탈퇴했다.

노조 조합원들은 집행부로부터 “르노그룹이 여전히 부산공장이 가진 경쟁력을 인정하고 있기 때문에 파업을 하더라도 나중에 봉합만 되면 유럽 수출용 생산물량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설명을 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실제는 생산 물량을 해외에 빼앗길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하다. 또 다른 노조 탈퇴 직원 B 씨는 “조립라인, 도장 라인에는 파업 참여자가 많다. 이 때문에 파업 참여율이 낮아도 완성차 생산이 제대로 진행되기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현 노조 집행부의 대안을 찾으려는 움직임까지 감지된다. 이날 출근한 조합원 C 씨는 “부산공장은 르노그룹에 소속된 공장 중 한 곳일 뿐이란 걸 뻔히 알기 때문에 앞으로 한국GM 군산공장처럼 문 닫지 말라는 보장이 없다는 생각도 한다”며 “강성인 현 노조 대신 새로운 노조를 만들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물밑에서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입장 표명을 하지 않았던 르노삼성차 연구소와 본사·영업 부문도 이날 전면파업을 비판하는 성명서를 냈다. 르노삼성 중앙연구소 사원대표 위원회는 성명서에서 “법이 금지하고 있는 무노동 무임금의 원칙을 깨려는 노조의 요구, 조합원과 비조합원간의 타결금 차등 지급 요구 등은 노노 갈등을 야기하는 비겁한 행동”이라고 규탄했다. 또 “노조원 의견 수렴 없이 진행된 집행부의 일방적인 전면 파업이 협력업체의 도산위기는 물론 르노삼성차의 신차 프로젝트에도 차질을 가져오고 있다”고 비판했다. 서울본사·영업사원 대표위원회도 성명서를 통해 “끝 모를 파업으로만 가는 노조의 무리수는 모두를 공멸로 내몰 수 있다”고 밝혔다.

르노삼성차는 파업 참가자의 임금 보전을 요구하면서 돌입한 이번 전면파업은 불법이라고 판단하고 소송 등 법적 절차 검토에 들어갔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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