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특성 살린 교육 생태계, 거점 국립대 중심으로 조성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6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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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재호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위원장, 전호환 부산대 총장 대담

전호환 부산대 총장(왼쪽 사진)과 송재호 대통령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위원장이 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국가균형발전과 지방 국립대학의 역할에 대해 대담을 나누고 있다. 전 총장과 송 위원장은 지방 거점 국립대가 해당 지역 강점 분야의 발전을 주도하고 지역 주민 삶의 질 제고에 기여하는 공적인 역할에 더 나서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전호환 부산대 총장(왼쪽 사진)과 송재호 대통령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위원장이 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국가균형발전과 지방 국립대학의 역할에 대해 대담을 나누고 있다. 전 총장과 송 위원장은 지방 거점 국립대가 해당 지역 강점 분야의 발전을 주도하고 지역 주민 삶의 질 제고에 기여하는 공적인 역할에 더 나서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인재가 수도권으로 몰리는 편중 현상이 심해지면서 지방 대학들이 점점 설자리를 잃고 있다는 평가가 많다. 지역 인재 풀을 만들고, 그들의 역량을 키워 지역 사회에 도움을 주는 기반을 만들기가 버겁다. 국가균형발전 차원에서도 심각한 문제다. 지방대를 중심으로 인재 역량을 어떻게 끌어낼지에 대한 구체적인 실천 방안이 필요한 시기다. 대통령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송재호 위원장과 전호환 부산대 총장이 3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국가균형발전과 대학의 역할’을 주제로 대담을 가졌다.

○ 저출산 시대, 대학이 지역혁신거점 역할 해야

두 사람은 먼저 저출산 시대에 지역 국립대의 역할과 지역 균형 개발에 대화의 초점을 맞췄다. 2018년 기준 합계출산율(여성이 15세부터 45세까지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출생아 수)이 0.98까지 떨어진 상황에서 지방대의 ‘생존’을 위해서도 심각한 문제다. 저출산으로 시작된 대화의 주제는 자연스럽게 지방대를 중심으로 한 지역 혁신 방안으로 옮겨갔다.

▽전 총장=신생아 울음소리가 들리지 않는 지역이 늘어나고 있다. 지방 도시가 파괴되는 수준이다. 이 때문에 지방에서 대학의 역할이 더 중요해졌다. 지역의 문화, 산업, 경제 등 삶의 생태계가 대학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10년 내 국내 대학의 절반이 사라질 환경에 맞닥뜨렸다는 분석도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를 대학 발전의 모델로 삼을 필요가 있다. 캘리포니아주립대는 10개의 연구 중심 대학, 20여 개의 교양(교육) 중심 대학, 그리고 기능 인력 양성을 담당하는 다수의 전문대학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다행히 국내에는 각 지역을 대표하는 10개의 거점 국립대(강원대, 경북대, 경상대, 부산대, 서울대, 전남대, 전북대, 제주대, 충남대, 충북대)가 있다. 거점 국립대를 중심으로 연구와 기능 인력을 양성하도록 목표를 설정할 필요가 있다. 학생들이 급격하게 줄어드는 현실에서 효율적으로 지역의 특성을 살린 교육 생태계가 필요하지 않나. 국가균형발전 차원에서 지방 도시들의 고른 성장과 차별화된 발전이 중요한데, 대학이 그 역할을 해야 한다. 정부도 이에 맞춰 지원을 할 필요가 있다.

▽송 위원장=정부의 국가균형발전 방향은 종전의 분산 개념에 더해 분권을 지향하는 거다. 지방에 권한을 주고 스스로 개성 있는 발전을 해나가도록 하는 건데, 결국 지역을 혁신하려는 역량과 추진력, 지역 사회 공헌에 대한 의지가 중요해졌다. 그 중심에 대학이 있다는 게 핵심이다. 거점 국립대가 있는 지역들이 서로 경쟁과 협력을 하면서 뛴다. 필요하다면 정부가 재정적으로 뒷받침할 것이다. 지역 간 격차를 시정하는 모든 노력을 중앙 정부의 일로 본다. 출산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지역은 소득과 일자리 수를 넘어서 삶의 행복도와 만족도가 높다. 여기에 일부 일조할 수 있는 게 대학이다. 지역에 활력을 주고, 문화와 교육의 흐름을 선도하는 잠재력을 키워갈 때다. 다만 중요한 것은 지역 행정과 산업, 대학을 같이 엮어야 한다. 소위 ‘시-산-학’ 시스템이 중요하다. 이 시스템이 갖춰지면 자연스럽게 재정 투입도 일어나게 된다. 부산의 경우는 대학과 시 행정의 연계가 잘된 경우다. 대학이 아닌 시가 ‘산학협력단’을 만든 건 이례적이다.

▽전 총장=부산대도 ‘지역혁신협력팀’을 만들어 부산시의 산학협력단과 연계해 대학의 다양한 맞춤 인재 양성과 혁신 활동을 하고 있다. 현재 부산대에는 86개국에서 외국인 학생 2200여 명이 와 있다. 유학생의 다양성 측면에서는 국내 최고다. 세계 유수 대학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시에서는 부산시내 대학과 연계해서 유학생을 공동으로 유치하고 공동 기숙사도 짓자고 한다. 대학과 시가 협력해야 될 게 많다. 정부 3개 부처가 내놓은 정책으로 대학 내에 첨단 산업 단지를 조성하는 ‘캠퍼스 혁신 파크’도 시의 협조가 필요하다.

▽송 위원장=캠퍼스 혁신 파크는 지역 대학 혁신 정책에서 상당히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대학 안에 판교테크노밸리 같은 것을 넣는 거다. 일종의 첨단 산업 지역으로 발전시키는 계획이다.

▽전 총장=그것을 잘하는 곳이 독일이다. 독일 아헨시(市)가 새 기차역을 지으면서 옛 역사를 아헨공대에 제공했다. 대학의 기술과 젊은 연구자들의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이곳에 벤처기업들이 몰려오면서 창업 생태계가 만들어졌다. 대학이 혁신 기술 개발로 지역에 일자리를 선물해주면서 지역 경제가 살아나는 효과를 얻었다. 부산도 마찬가지다. 대학 주변에 스타트업, 벤처 등이 들어올 수 있는 창업 생태계가 구축돼야 된다. 융·복합 창의 인재 양성과 지역 기업 일자리 창출에 큰 힘을 받을 수 있다.

▽송 위원장=대학 주도 성장을 위해 관련 부처가 지원에 나서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규제자유특구를 두고 지역이 하고자 하는 특화 산업에 대해서는 중견기업 육성의 발판을 마련해주겠다는 거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관하는 연구개발특구의 새 모델인 ‘강소특구’도 비슷한 경우다.

○ 국토의 고른 발전이 건강한 나라 만들어

정부는 최근 부산을 블록체인 규제자유특구 1차 우선협상자로 선정했다. 신성장동력인 블록체인을 활용하는 데 있어서 부산대의 역량이 중요해졌다. 이와 관련한 국가균형발전 논의도 이어졌다.

▽전 총장=양산캠퍼스에 ‘정보의생명과학대학’을 새로 만든다. 부산이 하고자 하는 블록체인 기술은 의료, 관광, 금융 산업과의 접목이다. 양산캠퍼스는 의생명특화단지로 개발되고 있다. 신설 대학은 4차 산업혁명의 정보데이터 기술과 의생명과학 기술을 융합하기 위함이다. 우리 대학은 이미 블록체인 실험실을 비롯해 관련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AI, 빅데이터, 블록체인 전공 교수를 대거 뽑을 계획이다. 이뿐만 아니라 최근 부울경(부산-울산-경남) 차원에서 ‘동남권발전협의회’를 구성해 지역균형발전을 논의하고 있다.

▽송 위원장=동남권발전협의회가 왜 중요하냐면 지역으로 내려간 정부 부처, 혁신 지원 기관들이 전체적으로 서울만 바라보도록 하지 않고 지역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토양, 묶음을 만들어준다는 거다. 이것을 지원하고 방향도 제시하는, 오케스트라의 지휘자 같은 역할을 협의체가 한다.

▽전 총장=우리나라는 수도권 인구 및 경제 집중도가 너무 높다.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심장만 튼튼하다고 사람이 건강할 수 없다. 국토의 고른 발전이 건강한 국가를 만든다. 조선, 자동차, 철강, 석유화학, 가전제품 등 세계 1등 기업이 아직도 수두룩하다. 수도권에 필적하는 광역경제권을 구축하기 위한 범시민단체들이 모여 결성한 협의체다. 최종 목표는 부울경을 하나의 광역단체로 진전시키기 위한 법제화에 있다. 동남권발전협의회는 진정한 분권과 지역 발전을 위한 대학 주도 혁신 성장 협의체라 할 수 있다.

▽송 위원장=부울경이 광역경제권으로 발전하려면 우선 사회간접자본(SOC) 확보가 중요하다. 부산은 제일 중요한 게 공항, 항만이다. 대한민국의 관문이기 때문에 백년대계를 바라보는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두 번째는 지원 시설이 있어야 한다. 금융, 언어, 회계, 법률 등과 21세기형 대표 지원 시설인 스마트시티다. 여기에 지역민들이 품격 있게 살 수 있는 생활밀착형 SOC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수영장, 체육관, 어린이·취약계층 돌봄 시설, 노인 의료 시설 등이다. 생활밀착형 SOC에 대해서는 정부가 앞으로 3년 동안 48조 원가량을 투입할 계획이다.

▽전 총장=부산대 양산캠퍼스의 경우 시민하고 같이 쓸 수 있는 체육관을 문화 시설, 생활밀착형 SOC로 신청했다. 국가균형발전을 위해서라면 신공항 건립도 검토해볼 만하다고 본다. 그 밖에 거점 국립대 지원에 대한 검토가 빠르고 적극적으로 이뤄졌으면 한다.

▽송 위원장=거점 국립대의 요구사항을 50∼60% 정도 해결해서 방학 이후에 대학 측에 답을 드리려 한다. 풀 건 풀고 안 되는 것은 정리해 보고드릴 계획이다. 거점 국립대가 죽으면 국립대가 다 죽는다. 그런 각오다.

유재영 elegant@donga.com·이종승 기자
#송재호#국가균형발전위원회#전호환#부산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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