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100만명 反中시위… 美-中갈등 새 뇌관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6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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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中 패권다툼 전방위 확산]
美 지지 업고 “범죄인 인도법 반대”… 홍콩 中반환 이후 최대규모 시위
中정부 “외부세력 입법간섭 말라”

“中에 범죄인 인도 안돼” 도심 메운 홍콩시민들 9일(현지
 시간) 홍콩 도심에서 ‘범죄인 인도 법안’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대규모 시위 행진을 하고 있다. 홍콩 정부는 중국 등 범죄인 인도
 조약을 체결하지 않은 국가나 지역에도 사안별로 범죄인을 인도할 수 있는 내용의 법안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 홍콩 입법회는 12일
 범죄인 인도 법안을 표결한다. 홍콩=AP 뉴시스
“中에 범죄인 인도 안돼” 도심 메운 홍콩시민들 9일(현지 시간) 홍콩 도심에서 ‘범죄인 인도 법안’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대규모 시위 행진을 하고 있다. 홍콩 정부는 중국 등 범죄인 인도 조약을 체결하지 않은 국가나 지역에도 사안별로 범죄인을 인도할 수 있는 내용의 법안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 홍콩 입법회는 12일 범죄인 인도 법안을 표결한다. 홍콩=AP 뉴시스
홍콩 시민의 약 7분의 1에 해당하는 103만 명이 참가한 반중(反中) 시위가 대만 문제에 이어 미중 갈등의 새로운 요소로 떠올랐다.

중국은 반중 시위의 도화선이 된 ‘범죄인 인도 법안’ 반대가 ‘미국이 중국을 압박하기 위해 사용하는 칩’이라고 규정하고 “어떤 외부 세력의 간섭도 반대한다”며 반발했다. 앞서 미국 정부는 이 법안이 홍콩의 법치를 위협한다고 비판했다.

9일 홍콩에서 열린 ‘범죄인 인도 법안’ 반대 시위는 1997년 홍콩이 중국에 반환된 이후 최대 규모의 시위라고 홍콩 언론들은 전했다. 홍콩 야당과 시민단체는 반체제 인사와 인권운동가를 중국에 송환하는 데 악용돼 홍콩의 민주주의와 법치를 침해할 것이라며 강하게 반대해 왔다. 2013년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취임 이후 6년간 강화돼온 홍콩 통제에 대한 불만도 시위를 통해 폭발했다. 10일 새벽까지 이어진 시위에서 수백 명이 홍콩 입법회(국회) 앞에서 경찰과 충돌해 부상자가 발생했고 100명 이상 연행됐다.

중국 등 범죄인 인도조약을 체결하지 않은 국가에도 범죄인을 인도할 수 있는 법안 개정을 추진해온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은 10일 “개정 절차를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입법회가 12일 법안을 심의한 뒤 회기가 끝나는 다음 달 10일 이전에 법안을 처리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외교부 겅솽(耿爽)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홍콩의 입법을 간섭하는 어떤 외부 세력의 잘못된 행위도 모두 결연히 반대한다”며 법안 개정을 지지했다. 그는 ‘외부 세력’을 묻는 질문에 “일부 국가들이 무책임한 발언을 한 점에 주목하고 있다”고만 밝혔다.


▼ 中외교부 “일부 국가가 무책임 발언” 美 겨냥 ▼

홍콩 100만명 反中시위… 中매체 “입법반대파 서방과 결탁”

겅솽(耿爽) 대변인은 대만 기자가 홍콩에 대해 ‘일국양제(一國兩制)가 아니라 일국일제(一國一制)’라고 반복해 지적하자 “절대 간섭하지 말라”고 했다.

향후 시위가 불거지면 미중 갈등 구도도 더 커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런민(人民)일보 자매지 환추(環球)시보는 이날 ‘반대파가 서방과 결탁하는 것은 홍콩의 대세를 흔들지 못한다’는 제목의 사설에서 ‘외부 세력’을 미국으로 적시했다. 관영 신화(新華)통신은 7일 칼럼에서 “(미국에 항복하자는) 투항론자는 큰길을 건너는 쥐처럼 때려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국 내부의 대화파에 공개 경고를 보낸 것으로 풀이된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지난달 16일 워싱턴에서 홍콩의 민주화 지도자인 마틴 리 씨를 만난 뒤 “홍콩 정부가 제안한 인도 법안은 홍콩의 법치를 위협한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미 국무부는 “폼페이오 장관이 오랫동안 보장된 홍콩의 인권 보호, 기본권인 자유, 민주적 가치에 대한 지지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9일 미국 호주 독일 대만 일본 등 12개국 29개 도시에서 인도 법안 반대를 지지하는 시위가 열렸다.

홍콩 반중 시위와 이를 둘러싼 미중 갈등은 홍콩 일국양제 문제까지 미중 갈등의 전선이 제한 없이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미국은 ‘하나의 중국’ 정책을 흔들고 있다. 중국은 대만과 홍콩 문제는 외세의 간섭을 거부하는 ‘내정’의 문제로 접근해 왔다. 그런 점에서 미중 갈등이 무역, 첨단기술, 외교안보뿐 아니라 중국 정치 문제로까지 확대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중국 외교부는 대만을 국가로 표기한 미 국방부 보고서에 대한 입장을 묻는 동아일보의 질의에 10일 “미국에 엄중한 교섭을 제기해 잘못을 고칠 것을 요구했다”며 “중국은 ‘2개의 중국’을 만들려는 어떤 시도에도 반대한다”고 답했다. ‘엄중한 교섭’은 중국이 주중 미국대사관 관계자를 불러 항의했다는 뜻이다.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도 홍콩 갈등에 가세했다. 그는 9일 밤 페이스북에 홍콩 시위를 언급하면서 “일국양제의 22년 동안 홍콩인들은 자유를 당연한 것으로 여기지 못하게 됐다”며 “대만인은 민주를 소중히 여기고 우리가 자신의 운명을 결정할 권리를 견지한다”고 말했다.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
#홍콩#반중 시위#미중 갈등#범죄인 인도 법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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