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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명나게 하면 4강 뚫는다[현장에서/이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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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명나게 하면 4강 뚫는다[현장에서/이원주]

이원주 스포츠부 기자 입력 2019-06-10 03:00수정 2019-06-10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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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환 전 청소년대표팀 감독
이원주 스포츠부 기자
“이젠 시대가 변했습니다. 선수들이 신명나도록 분위기를 만들고 응원을 해줘야 합니다.”

팔순을 넘긴 원로 축구인은 손자뻘 되는 후배들이 해낸 일이 자랑스럽기만 했다. 1983년 멕시코에서 열린 세계 청소년축구선수권에서 4강 신화를 이끌었던 박종환 전 감독(81)이다.

9일 서울 용산구의 한 커피숍에서 만난 박 전 감독은 이날 새벽 폴란드에서 열린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 월드컵에서 36년 만에 다시 4강에 오른 한국 대표팀의 쾌거가 누구보다 반가운 듯 보였다.



9일 한국과 세네갈의 8강전 내용은 박 전 감독이 멕시코 대회에서 치렀던 조별예선 멕시코전과 여러모로 비슷했다. 36년 전에도 한국 대표팀은 10분 만에 선제골을 내준 뒤 ‘목숨 걸고’ 뛰어 경기 종료 직전 역전골을 성공시켰다. 신연호 현 단국대 감독이 터뜨렸던 당시 결승골은 89분으로 기록돼 있다. 박 전 감독은 자신이 이뤄낸 4강 신화의 원동력을 ‘모진 훈련’이라고 말했다. 기술이 상대에 못 미치니 조직력과 체력을 바탕으로 공격 가담 인원을 최대한 끌어올리는 ‘벌 떼 축구’로 승부를 걸었다. 그는 “조직력과 머릿수로 압도하지 않으면 이길 수 없다고 판단해 기술이 있는 선수들도 ‘전체’에 맞추도록 훈련할 수밖에 없었다”고 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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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전 감독의 말대로 당시 대표팀은 멕시코의 고지대 경기장에 적응하기 위해 마스크를 쓰고 육상 트랙을 뛰고 성인 국가대표팀(A대표팀)과 연습경기를 치러야 했다. 땀과 눈물로 4강을 이뤄낸 대표팀은 귀국 후 서울 도심에서 카퍼레이드까지 하며 열광적인 환영을 받기도 했다.

‘맹장’으로 유명했던 박 전 감독은 축구에서만큼은 ‘고집스럽다’는 평가를 들을 정도로 자신의 스타일에 집착했다. 하지만 36년 만에 다시 큰일을 해낸 이번 대표팀을 바라보는 그의 시선은 한결 부드러워져 있었다.

선배 세대들은 갖고 있는 기량이 100이라면 경기장에선 50밖에 뛰지 못했다는 게 그의 얘기다. 큰 무대 경험이 부족했고, 조직력을 위해 개인기를 희생시키는 경우도 많았다.

지금은 다르다. 세계 최강과 붙어도 두려워하지 않는 이 발랄한 10대들은 경기장에서 120%를 뛴다. 긴박한 승부차기 상황에서도 그들은 서로를 격려하며 미소를 잃지 않았다. 요즘 선수들은 뛰어난 신체조건과 창의적인 기술, ‘하고자 하는 의지’까지 갖췄다는 평가다.

박 전 감독은 “시대가 바뀌었고 사람이 바뀌었다. 그래서 다르게 보고 다르게 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36년의 세월을 뛰어넘어 똑같은 4강 진출의 성적표를 받아 들었지만 그 과정은 달랐다는 의미였다. 1983년 한국 대표팀은 준결승에서 패해 결승 문턱에서 주저앉았다. “4강 상대인 에콰도르는 6 대 4 정도로 승산이 있다고 본다. 결승까지 꼭 가기를 바란다.”

승부사로 유명했던 박 전 감독의 덕담이 예사롭지 않게 들렸다.

이원주 스포츠부 기자 takeoff@donga.com
#박종환 감독#u-20 월드컵#fif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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