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6일 굶겨 숨지게 한 비정한 부모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6월 8일 03시 00분


코멘트

7개월딸 시신 상자에 방치한 부모 “반려견이 할퀴어” 당초 진술 거짓
실제론 다투다가 장기간 집 비워… “상대방이 돌볼 줄 알았다” 진술

생후 7개월 된 딸을 6일간 굶기고 방치해 숨지게 한 혐의로 긴급체포된 아버지 B 씨(왼쪽)와 엄마 C 양이 7일 오후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채 인천 미추홀경찰서를 나서고 있다. 인천=뉴시스
생후 7개월 된 딸을 6일간 굶기고 방치해 숨지게 한 혐의로 긴급체포된 아버지 B 씨(왼쪽)와 엄마 C 양이 7일 오후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채 인천 미추홀경찰서를 나서고 있다. 인천=뉴시스
“집에서 키우던 반려견이 할퀴고 난 바로 다음 날 아이가 숨졌다.” 생후 7개월 된 딸아이의 죽음에 대해 이렇게 말했던 부모의 진술은 모두 거짓이었다.

인천지방경찰청 여청수사계는 7일 아동학대치사 혐의로 A 양(사망)의 부모 B 씨(21)와 C 양(18)을 구속했다고 밝혔다. 이들 부부는 지난달 25일경부터 같은 달 31일까지 6일간 인천 부평구 아파트에 A 양을 방치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숨진 영아는 2일 오후 7시 45분경 아파트를 찾은 외할아버지(C 양의 아버지)가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발견 당시 A 양은 종이 상자에 담긴 채 거실에 놓여 있었다. B 씨 부부는 3일 참고인 신분으로 경찰에 출석해 “지난달 30일 오후에 딸을 재우고 나서 1시간 30분가량 마트에 다녀왔다. 집으로 돌아와 보니 딸의 몸 곳곳에 반려견이 할퀸 자국이 있어 연고를 발라줬다”고 진술했다. B 씨는 “분유를 먹이고 딸아이를 재웠는데 다음 날(31일) 오전 11시경 일어나 보니 숨져 있었다. 죽은 아이를 보니 무섭기도 하고 돈도 없어서 아내는 친구 집에 보내고 나도 다른 친구 집에 가 있었다”고 했다.

경찰은 이들 부부가 태어난 지 8개월 된 시베리안허스키와 5년 된 몰티즈를 한 마리씩 키웠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하지만 A 양의 시신을 부검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숨진 아이의 발육 상태는 정상이고 신체 외부에 긁힌 상처가 사망의 원인은 아니다”며 “사망에 이를 정도의 외부 힘에 의한 골절이나 함몰 등도 없었다”고 4일 경찰에 알렸다.

경찰은 B 씨 부부의 아파트 주변 폐쇄회로(CC)TV를 확인하고 주변인들을 상대로 탐문 조사를 벌였다. 또 B 씨 부부의 휴대전화에 대한 포렌식(디지털 저장매체 복구 및 분석) 작업도 진행했다. 이를 통해 경찰은 B 씨 부부가 아이를 6일간 굶기며 방치한 사실을 확인했다.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2일까지의 CCTV 영상에 담긴 기록은 B 씨 부부가 경찰에서 한 진술과 맞지 않았다.

B 씨 부부는 지난달 30일 마트에 다녀왔다고 했지만 CCTV에는 지난달 27일부터 31일 오후 4시 15분 전 사이 부부가 아파트를 드나든 모습이 없었다. B 씨는 아이를 방치한 지 6일째인 지난달 31일 오후 4시 15분경 아파트로 들어가 딸이 숨져 있는 것을 확인하고도 아이를 그대로 두고 다시 집을 나온 것으로 드러났다. C 양도 같은 날 오후 10시 3분경 아파트로 들어갔다가 숨진 딸을 두고 다시 집을 나서는 모습이 확인됐다.

C 양은 5일 오후 9시 50분경 경찰에 긴급 체포된 뒤 “평소 아이 양육 문제와 남편의 외도로 다툼이 많았다. 서로 (상대방이) 아이를 돌보겠지 하고 생각해 각자 집을 나갔다”고 진술했다. 법원은 7일 “도주의 우려가 있다”며 B 씨 부부 2명에 대한 구속영장을 모두 발부했다.

인천=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
#7개월 영아 상자 방치#아동학대치사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