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유럽 제로금리, 美 인하 시사… 한국도 닥쳐올 겨울 대비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6월 8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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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중앙은행(ECB)이 6일 기준금리를 현재대로 0%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는 현행 수준을 유지하고 필요하면 내릴 수도 있다”고 밝혔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제롬 파월 의장은 4일 한 통화정책 콘퍼런스에 참가해 “이들 이슈(미중 무역전쟁)가 언제 어떻게 해결될지 알 수 없다”고 말해 현행 2.25∼2.50%인 기준금리를 낮출 것을 시사했다. 아시아권에서는 인도 말레이시아가 금리를 낮췄고, 호주 뉴질랜드도 최근 금리를 내렸다.

이처럼 전 세계적으로 중앙은행이 앞다퉈 기준금리를 낮추는 것은 돈이 시중에 풀려 물가 인상에 미칠 부정적 효과보다는 당장 경기 침체를 막는 긍정적인 효과가 더 크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글로벌 경제에 언제 끝날지 모를 겨울이 닥쳐오고 있다는 판단하에 각국의 통화당국이 금리 인하로 대비하는 형국이다.

한국은 지난달 31일 열린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6개월째 1.75%로 동결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올 1분기 마이너스 성장과 경상수지 적자를 비롯해 주요 경제지표들에 빨간불이 들어왔지만 한미 금리 역전에 따른 자본 유출, 심각한 가계부채 등 한국 경제의 특수한 사정이 고려됐을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금융 시장에서는 이미 인하 쪽으로 움직이고 있다. 금통위 결정 이후 20년과 30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기준금리 밑으로 떨어지는 현상까지 벌어졌다. 그만큼 우리 경제의 장기적인 경기 전망이 좋지 않다는 뜻이다.

시장 전망이 아니더라도 한은의 최우선 고려 대상인 물가는 디플레이션을 걱정해야 할 정도로 장기간 1%대에 머물고 있고, 가계부채는 부동산 대출 억제로 어느 정도 잡혔다. 정부의 확장적 재정 정책과 보조를 맞춰 한은도 금리정책을 유연하게 가져가는 방안을 검토해볼 만하다.

현재 정부의 주요 경제 정책이 짜인 2, 3년 전만 해도 글로벌 경기가 지금처럼 불투명하지는 않았다. 지금은 미중 무역전쟁이 갈수록 격화되는 등 상황이 많이 달라진 만큼 당시 수립됐던 분배 복지 위주의 정책 기조에 대해 전반적으로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
#유럽중앙은행#금리 인하#미국 연방준비제도#미국 금리#기준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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