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5·16’ 채명신 ‘월북’ 김원봉 함께 기려…보수·진보 초월 의지

  • 뉴스1
  • 입력 2019년 6월 6일 18시 1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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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 “국군 뿌리는 김원봉의 조선의용대 아닌 ‘통합 광복군’”
현충일 추념사 첫 한미동맹 강조도…“美, 가장 큰 희생”

문재인 대통령이 6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현충원에서 열린 제64회 현충일 추념식에서 추념사를 하고 있다. (국가보훈처 제공) 2019.6.6/뉴스1
문재인 대통령이 6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현충원에서 열린 제64회 현충일 추념식에서 추념사를 하고 있다. (국가보훈처 제공) 2019.6.6/뉴스1
문재인 대통령은 6일 제64회 현충일 추념사에 여러 역사적 인물들을 등장시켰다. 채명신 장군, 석주 이상룡 선생과 우당 이회영 선생, 약산 김원봉 선생, 백범 김구 선생 등이다. 특히 채 장군과 김 선생은 문 대통령이 취임 후 내놓은 다수 연설문에서 한 번도 언급이 없었고 이날 처음 거론됐다.

현재 정치·사회적 시각에서 채 장군과 김 선생은 각각 보수, 진보계열 인사로 분류된다. 그들이 걸어온 생애 때문이다. 사람들의 뇌리에 비교적 색(色)이 뚜렷한 두 사람을 문 대통령이 추념사에 동시 등장시킨 데에는 이날 추념사 주제를 관통하는 “애국 앞에는 보수와 진보가 없다”는 점을 힘주어 강조하고 싶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는 보수야권이 종종 꺼내드는 ‘색깔론’에 대한 비판이자 ‘이제는 통합으로 함께 한걸음 내딛자’는 제안으로 해석됐다.

채 장군은 항일운동가의 아들로 태어나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한 뒤 6·25전쟁에 참전했고 이후 4년간 베트남전쟁에 참가해 활약했다. 5·16 군사쿠데타에 주도적으로 가담하는 등 박정희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었지만, 박 전 대통령의 유신헌법 선포에는 반대했다. 채 장군은 문 대통령의 추념사에 등장하는 인물들 중 가장 먼저 언급되고 ‘참군인’으로 소개됐다.

김 선생의 경우, 의열단 조직과 조선의용대 창설 등을 통해 일제강점기 독립운동에 나섰던 인물이다. 조선의용대 일부를 이끌고 한국광복군에 합류, 임시정부 군무총장이 돼 군부를 총괄하며 활약한 김 선생은 광복 후 좌우합작 추진이 어려워지자 월북한 뒤 북한에 남았다. 이후 북한의 김일성 체제 강화에 비판적이었던 연안파 제거 때 함께 숙청됐다.

문 대통령은 추념사에서 김 선생이 속했던 광복군을 “광복 후 대한민국 국군 창설의 뿌리가 되고 나아가 한미동맹의 토대가 됐다”고 말했다. 현재 ‘좌파’로 여겨지는 김 선생이 주도적으로 이끌었던 광복군이 결과적으로 국군과 한미동맹의 토대가 된 것처럼 이념전쟁은 무의미하다는 뜻이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날 뉴스1과의 통화에서 이와 관련 “문 대통령이 오늘 김 선생뿐만 아니라 채 장군까지 두 분을 함께 언급한 것은 굳이 두 분을 좌우이념으로 따지는 게 무의미하다는 데 방점이 있다”며 “채 장군도, 김 선생도 나라의 독립을 위해 헌신하셨다는 점에서 매한가지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또 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월북한 김 선생’을 추념사에서 언급한 데 대한 정치권의 비판적 시각이 나오는 데에 “국군 창설의 뿌리, 한미동맹의 기초가 (김원봉의) 조선의용대라는 등의 말은 비약”이라며 “뿌리나 기초는 (조선의용대가 들어가) 통합된 광복군”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문 대통령의 추념사를 계기로 김 선생에 대한 추서가 추진되는 게 아니냐는 시선에는 “별개의 부분으로 국가보훈처가 할 부분”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와 함께 문 대통령이 이날 추념사에서 한미관계에 대해서도 상당 부분을 할애해 언급한 것 역시 한미관계를 매우 중요하게 여기는 보수 진영에 손을 내밀며 ‘이념 초월’을 거듭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됐다.

지난 2017, 2018년 두 번의 현충일 추념사에서 문 대통령은 한미동맹 등 한미관계에 대해 특별한 언급이 없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추념사에서 “내년은 한국전쟁 70주년이 되는 해”라며 “유엔의 깃발 아래 22개국 195만 명이 참전했고, 그 가운데 4만여 명이 소중한 목숨을 잃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히 “이 땅의 자유와 평화를 위해 가장 큰 희생을 감내한 나라는 미국이었다”며 “미국의 참전용사 3만3000여명이 전사했고 9만2000여명이 부상을 입었다”고 소개했다.

문 대통령은 “정부는 2022년까지 워싱턴 한국전쟁 기념공원 안에 ‘추모의 벽’을 건립할 것”이라며 “미군 전몰장병 한분 한분의 고귀한 희생을 기리고 한미동맹의 숭고함을 양국 국민의 가슴에 새길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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