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51년 만의 주세 손질… 국민건강 측면도 고려했나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6월 6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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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여당이 어제 당정협의를 열고 51년 만에 주세(酒稅) 체계를 개편하는 방안을 확정했다. 맥주와 막걸리에 붙는 세금을 현행 종가세(從價稅·출고가 기준으로 과세)에서 종량세(從量稅·알코올 도수나 술 용량에 따라 과세)로 전환하되 소주 등은 현행 체제를 유지하는 게 핵심이다. 이에 따라 내년부터 국산 캔맥주의 세 부담은 L당 415원 낮아지는 반면 수입맥주와 생맥주는 200원 안팎 오른다.

이번 주세 개편으로 수입맥주에 밀려 고전하던 국산맥주가 가격 측면에서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게 됐다. 현행 체계에서 국산맥주는 제조원가에 판매관리비까지 더해 세금을 매기는 반면 수입맥주는 이보다 낮은 수입신고가를 기준으로 과세해 국내 업체가 역차별당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수입맥주가 ‘4캔 1만 원’을 내걸고 국내 시장점유율을 18%로 높인 배경이다. 또 종량세 전환으로 최근 청년들의 관심이 높은 수제맥주 창업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서민들이 주로 찾는 소주는 종량세에서 제외해 세금이 오르지 않는데, 국민 건강권을 외면했다는 점에서 이번 과세 개편은 미흡한 대목이 많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주세로 종량세가 적합하다고 권고하고, 대다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이 종량세를 도입한 것은 알코올 도수가 높은 고도주(高度酒)에 무거운 세금을 물려 음주에 따른 사회적 비용을 가격에 반영하기 위해서다. 정부 여당이 이런 추세에 역행해 소주에 종량세를 적용하지 않은 것은 바닥 물가의 대표 품목이라는 점을 감안한 것으로 보이지만 서민 증세 비판을 의식한 결정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아울러 위스키 백주 와인 사케 등도 종량세 대상에서 제외했는데, 양주에 종량세가 적용되면 세금이 줄어 소주 과실주 등 국내 주류업계가 타격을 받을 수 있음을 감안한 조치로 보인다.

장기적으로 국민 건강 증진 차원에서 모든 주종(酒種)에 종량세를 적용해 ‘고도주 고세율’이라는 일관된 과세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정부와 국내 주류업계도 이에 대비해 생산, 유통 구조 개선에 나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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