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보험 미가입자도 보호… 중위소득 50% 이하 구직자에 수당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6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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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실업부조 도입]月50만원씩 6개월 구직수당 지급

현재 정부가 운영 중인 고용안전망은 실업급여가 유일하다. 실업급여는 고용보험 가입자 가운데 비자발적으로 실직한 근로자만 받을 수 있다. 실업급여의 재원은 근로자와 사용자가 납부한 고용보험료(고용보험기금)다. 고용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근로자와 자영업자, 특수고용직 등은 실업급여를 받을 수 없다. 일종의 사회보험인 고용보험에 가입한 근로자들만 고용안전망 안에 들어와 있는 것이다.

하지만 국내 취업자 2700만 명 가운데 고용보험 미가입 취업자는 자영업자(547만 명)와 특수고용직(50만6000명)을 포함해 1200만 명에 이른다. 2명 중 1명꼴로 고용안전망 밖에 있는 탓에 실직하면 바로 생계에 위협을 받는다. 이에 정부는 내년부터 국민취업지원제도라는 ‘한국형 실업부조’를 통해 고용보험 미가입자도 고용안전망 안으로 흡수할 방침이다. 반쪽짜리인 현재의 고용안전망을 더욱 촘촘히 만들겠다는 취지다.

○ 고용보험 미가입자도 구직수당 받는다


한국형 실업부조의 핵심인 구직촉진수당은 만 18∼64세 구직자 가운데 가구소득이 중위소득의 50% 이하이면서 최근 2년 동안 일한 경험이 있으면 받을 수 있다. 재산 기준은 최대 6억 원 이내에서 정부가 시행령으로 정할 계획이다. 수당은 월 50만 원씩 6개월간 지급되며 취업에 성공하면 150만 원의 성공수당을 지급한다.

연간 총액(300만 원) 내에서 1년 동안 나눠 받는 것도 가능하다. 정부 계획대로 내년 7월부터 시행되면 일단 20만 명이 지급 대상이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일한 경험의 ‘기간’을 시행령으로 정해야 하는데 ‘6개월’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원래 중위소득 60% 이하까지 수당을 주려 했다. 하지만 경제사회노동위원회는 올해 3월 한국형 실업부조에 대한 노사정 합의를 도출하면서 중위소득 50% 이하만 지원하라고 권고했다. 제도가 처음 시행되는 만큼 지원 대상을 단계적으로 늘려야 한다는 취지다. 정부는 지원 대상을 2022년까지 중위소득 60% 이하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지원 규모도 연간 50만 명으로 늘어난다.

소득과 재산 기준이 충족되더라도 최근 2년간 일한 경험이 없다면 정부 심사를 통과해야 실업부조를 받을 수 있다. 소득이 적고, 실직 기간이 길고, 정부 지원을 적게 받은 구직자를 우선 선발해 지원한다. 특히 청년층(만 18∼34세)은 한시적으로 중위소득 120%까지 수당을 받을 수 있다. 청년 취업난이 심각한 것에 따른 한시적(3년 유력) 특례다.

다만 국민기초생활보장 생계급여 수급자(중위소득 30% 이하)와 실업급여 수급자(고용보험 가입자)는 요건을 갖췄더라도 실업부조를 받을 수 없다. 즉, 고용보험 미가입 구직자 중 가구의 중위소득이 30% 이하면 생계급여를, 30% 초과 50% 이하면 실업부조를 받게 되는 셈이다. 고용보험 가입자가 실직하면 현재와 같이 실업급여만 지급되고, 취업성공패키지(정부의 취업지원 서비스)와 청년수당은 모두 실업부조 제도로 통합된다.

○ 구직활동 안 하면 지급 중단

그렇다고 ‘구직 의사’가 없는 사람까지 실업부조를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실업부조를 받으려면 먼저 지방고용센터의 전문가와 논의해 취업활동계획을 세워야 한다. 진로 상담과 직업심리검사도 받아야 하고 고용센터가 제공하는 각종 취업 프로그램에도 참여해야 한다. 실업부조는 이런 단계를 거쳐 구직활동을 성실히 이행하는 구직자에게만 지급한다.

실업부조를 받기 시작한 뒤 구직활동을 게을리 하면 수당 지급은 정지된다. 정부는 실업부조 지급이 중단된 횟수가 일정 기준을 넘으면 아예 수급자격을 박탈할 계획이다. 또 구직활동 보고서를 허위로 작성하거나 거짓으로 수당을 탄 부정수급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이미 받은 수당은 모두 반환해야 하고 5년 동안 정부의 취업지원 서비스를 받을 수 없다.

고용부 관계자는 “한국형 실업부조는 선진국이 운영하는 제도의 장점을 ‘한국적으로’ 섞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독일 영국 호주 등은 실업부조를 말 그대로 ‘공적 부조’로 운영한다. 별다른 요건 없이도 실직 상태면 일자리를 구할 때까지 기간에 제한 없이 전일제 근로자 평균 임금의 10∼17%(임금대체율)를 계속 지급한다. 반면 스웨덴 핀란드 스페인 등은 취업 경험이 있어야 하는 대신 임금대체율이 18∼24%로 높은 편이다.

한국형 실업부조는 임금대체율을 15.2∼20.4% 정도에 맞추고 지급 기간을 6개월로 제한하되 취업 경험이 없는 사람은 일부만 선발해 지급하는 방식을 택했다. 선진국보다 사회안전망이 취약한 만큼 지원 대상을 넓히되 요건을 엄격히 해 취업 효과를 높이겠다는 의도다.

한국노동연구원은 한국형 실업부조가 도입되면 빈곤층이 36만 명가량 감소하고 빈곤층 취업률이 16.6%포인트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재갑 고용부 장관은 “관련법이 국회를 통과해 (내년부터) 시행되면 1995년 고용보험 제도가 시행된 이후 20여 년 만에 고용안전망 제도를 완성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유성열 기자 ryu@donga.com
#고용보험 미가입자#구직수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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