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추돌 크루즈선 1시간 지연출발… 선장 “시간 늦어 운행 서둘렀다”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6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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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뉴브강 유람선 참사]
도착시간 맞추려다 사고 가능성… 선장 “인계 두달밖에 안돼 계산착오”
부다페스트 검찰 “추월전 교신 안해, 여러 증거 통해 해양법 위반 확인”

잠수 준비하는 헝가리 수색팀… 침몰지점 위치 공개 지난달 29일 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강에서 유람선 
허블레아니호가 침몰한 머르기트 다리 인근 바지선 위에서 헝가리 수색팀이 3일(현지 시간) 오전 선체 수색 가능 여부를 확인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왼쪽 사진). 이날 헝가리 정부는 수중 음파탐지 영상을 통해 허블레아니호의 현재 위치(점선 안)를 공개했다. 이
 영상은 고화질 노르웨이 장비 영상 및 구글어스 지도를 합성해 만들었다. 부다페스트=뉴스1·뉴시스
잠수 준비하는 헝가리 수색팀… 침몰지점 위치 공개 지난달 29일 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강에서 유람선 허블레아니호가 침몰한 머르기트 다리 인근 바지선 위에서 헝가리 수색팀이 3일(현지 시간) 오전 선체 수색 가능 여부를 확인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왼쪽 사진). 이날 헝가리 정부는 수중 음파탐지 영상을 통해 허블레아니호의 현재 위치(점선 안)를 공개했다. 이 영상은 고화질 노르웨이 장비 영상 및 구글어스 지도를 합성해 만들었다. 부다페스트=뉴스1·뉴시스
3일 오전(현지 시간) 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강 세체니 다리 근처. 지난달 29일 유람선 ‘허블레아니호’를 추돌한 대형 크루즈선 ‘바이킹 시긴’호가 출발했던 선착장이 있는 곳이다. 이곳의 전광판에는 이날까지도 “29일 오후 8시 출발”이라는 글자가 선명히 남아 있었다.

동아일보와 채널A 취재 결과 바이킹 시긴호는 사고 당일인 지난달 29일 오후 8시 출발 예정이었지만 약 1시간 늦은 오후 9시경 출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늦은 출발 때문에 당시 목적지인 슬로바키아 수도 브라티슬라바까지 예정된 도착 시간을 맞추기 위해 출발을 서두르다 사고가 났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2일 동아일보·채널A 취재팀을 만난 바이킹 시긴호 운항사 바이킹 크루즈 관계자는 “그날 한 미국 관광객이 늦어 1시간 정도 출발이 지연됐다. 폭우가 쏟아지는 상황에서 다음 목적지까지 도착 시간을 맞추려 서둘렀던 것이 화근이었던 듯하다”고 했다. 바이킹 시긴호를 몬 선장 유리 C 씨(64)는 법원 구속영장 실질심사에서 “출발 시간이 늦어 서둘렀다. 바이킹 시긴호를 인계받은 시점이 두 달 전이어서 계산 착오도 있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바이킹 시긴호는 안전수칙도 전혀 지키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러브 페렌츠 부다페스트시 검찰청 부대변인은 3일 검찰청사에서 진행된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사고 당시 선장은 추월 과정에서 안전거리를 확보하고 안전속도를 지켜야 한다는 헝가리 해양법을 위반했다”고 말했다. 러브 부대변인은 “추월하기 전 허블레아니호에 무전 교신도 하지 않았다”며 “다양한 목격자들의 증언, 당시 상황이 찍힌 비디오, 선장들 간 라디오 커뮤니케이션에서 이 사실이 확인됐고 전문가들의 판단을 받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러브 부대변인은 “선장은 과실치사로 대규모 희생자를 낳은 책임이 인정된다. 이 죄가 최종 유죄로 확정되면 2∼8년의 징역형에 처할 수 있다”고 했다.

검찰은 선장의 형량에 영향을 미칠 가장 큰 변수는 고의성 여부라고 밝혔다.

바이킹 시긴호가 유람선을 들이받은 뒤 후진했다 다시 전진해 들이받는 동영상을 헝가리 유람선협회가 1일 공개하면서 선장의 인지 가능성이 제기된 바 있다. 러브 부대변인은 “중요한 증거가 될 동영상”이라며 “선장이 만약 앞에 있는 배를 봤다면 이후 적절한 조치를 취했는지, 보지 못했다면 왜 못 본 건지 등도 재판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유리 C 선장은 1일 한 달 기한으로 법정 구속됐다. 약 일주일 후 2차 구속영장 실질심사가 진행된다. 러브 부대변인은 “1차 심사 때 구속영장이 발부된 것은 헝가리 내에 거주지가 없다는 점도 작용했다”며 “2차 심사 때 보석금을 내고 풀려나더라도 추적 장치를 찬 채 부다페스트에 머물러야 한다”고 말했다.

부다페스트=동정민 ditto@donga.com·서동일 특파원
#헝가리 유람선 침몰#바이킹 시긴호#지연출발#유리 c 선장#해양법 위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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